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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우디 원자력협정 서명…우라늄 농축 길 열리나

중앙일보

2026.07.22 15:40 2026.07.23 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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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1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실에서 모하메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회담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해 11월 1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실에서 모하메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회담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22일(현지시간) 원자력 협정에 공식 서명했다. 미 행정부 발표 자료에 사우디의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를 금지한다는 내용은 포함돼 있지 않았다.

이 때문에 사우디에 우라늄 농축을 잠재적으로 허용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지만, 미 행정부는 핵 비확산을 위한 안전장치가 들어 있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한국 정부도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와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보를 위한 원자력 협정 개정을 추진 중이어서 미·사우디 간 구체적 협의 내용에 관심이 쏠린다.

미국 에너지부는 이날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과 압둘아지즈 빈살만 사우디 에너지부 장관이 이른바 ‘123 원자력 협정’으로 알려진 평화적 원자력 협력 협정과 이에 수반되는 양자 안전조치(세이프가드) 협정에 서명했다고 발표했다.

미 에너지부는 이번 협정을 두고 “수십 년에 걸쳐 수백억 달러 규모의 파트너십을 위한 것”이라며 “123 협정은 미국 기업들의 사우디 원자력 에너지 프로그램에 폭넓게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사우디의 에너지 수요 충족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 협정은 미국 기업이 사우디의 민간 원자력 산업에 기술·장비 등을 제공하는 법적 근거가 된다. 미 에너지부는 “이를 통해 미국산 원자력 기술의 수출이 확대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협정은 미 의회에 제출돼 약 90일간 심사를 받게 된다. 상·하원이 이 기간 반대 결의안을 통과시키지 않으면 협정은 발효된다.

라이트 장관은 “이번 협정은 미·사우디 상업 관계를 강화하고 국내에는 번영을, 해외 동맹국들에는 안보를 제공하겠다는 양국의 공동 의지를 반영한다”고 밝혔다. 이어 “양국 간 협정은 미국 내 직접 설계된 세계 최고의 원자력 기술과 과학자들을 바탕으로 최고 수준의 원자력 안전 및 비확산 기준을 준수하기 때문에 안심해도 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날 에너지부 발표 자료에는 사우디의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를 금지하도록 하는 이른바 ‘골드 스탠더드’는 빠져 있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광범위한 사찰·검증을 명문화한 추가의정서도 들어 있지 않았다. 향후 의회 심사 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앞서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날 이번 협정에 미국 기업이 사우디에 우라늄 농축시설을 건설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보도했었다. AP통신은 협정 유효기간이 30년이며 미·사우디 공동 조사 결과에 따라 사우디에 우라늄 농축시설을 건설하는 방안이 허용될 수 있다고 전했다.

사우디가 자체 우라늄 농축 및 재처리를 할 수 있게 되면 무기급 핵물질 생산의 길도 열리게 되는 셈이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2018년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면 사우디 역시 그 뒤를 따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이스라엘 등 사우디 주변 중동 국가들은 사우디의 원자력 프로그램에 대해 핵무기 개발 전용 가능성을 우려해 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간 사우디와의 원자력 협정을 사우디·이스라엘 관계 정상화 및 미·사우디 방위 협정과 연계해 추진해 왔다. 사우디는 “평화적 원자력 프로그램을 추진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해 왔다.

카타르 알자지라 방송은 “이번 협정이 아랍에미리트(UAE) 등 일부 미국 원자력 협력국이 받아들인 비확산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전했다. UAE는 앞서 2009년 중동 국가 중에선 유일하게 미국과 원자력 협정을 맺었다. 당시 협정에는 자체 핵연료 생산 권리를 포기한 ‘골드 스탠더드’가 포함돼 있었고 IAEA의 엄격한 사찰 조건도 들어 있었다는 점에서 이번 미·사우디 협정과 비교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23일 트루스소셜에 “이번 협정은 UAE 등 국가가 보유하고 있는 비군사적 용도에만 해당한다”며 “미국은 민간용(비농축) 원자력 시설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협정은) 사우디가 아브라함 협정에 가입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고 덧붙였다. 아브라함 협정은 트럼프 집권 1기 당시 이스라엘과 아랍국들의 외교 정상화를 위한 협정으로 그간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의 참여를 원해왔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22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외교장관회의에서 “미국은 세계 어느 나라와도 핵확산 위험으로 이어지는 협정을 맺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과 사우디는 핵무기 개발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 선을 긋고 있지만, 중동 국가들의 연쇄적인 ‘핵 도미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는 더욱 커져갈 전망이다.



김형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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