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경희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이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최된 제14회 전체회의에서 모두말씀을 하고 있다. 뉴스1
숏폼 플랫폼 ‘틱톡’이 다른 웹사이트·앱에서 수집한 활동 기록을 900만명 넘는 틱톡 이용자의 맞춤형 광고에 무단으로 활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틱톡에 100억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했다.
개인정보위는 지난 22일 전체회의를 열고 개인정보보호법 등을 위반한 틱톡과 애플 계열사 2곳(ADI·ASPL)에 총 105억58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시정·공표 명령을 의결했다고 23일 밝혔다. 과징금 가운데 틱톡이 103억600만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틱톡은 광고 효과 분석 서비스 제공을 위해 행태정보 수집 도구인 ‘틱톡 픽셀(TikTok Pixel)’, ‘이벤츠 에스디케이(Events SDK)’ 등을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행태정보란 특정 앱 등을 방문한 이용자의 관심사나 취향 등을 짐작할 수 있는 기록을 의미한다. 주로 구매나 장바구니 담기·검색·콘텐트 열람·다운로드 등이다. 틱톡의 행태정보 수집 도구를 활용 중인 국내 기업은 7만1000곳이다.
하지만 개인정보위 조사결과, 틱톡은 이를 통해 타 웹사이트 등에서 발생한 이용자의 활동 기록을 광범위하게 수집했다. 자사 회원 계정과 연결해 맞춤형 광고를 제공했다. 이후 해당 웹사이트 이용자 가운데 틱톡 회원 계정과 일치한 이들에게 수집한 정보를 활용해 맞춤형 광고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틱톡의 활성 이용자는 945만명(지난해 12월 기준)에 달한다. 수집한 정보에는 이용자가 어떤 스마트폰 운영체제(구글 안드로이드·애들 아이오에스)를 사용하는지 알 수 있는 식별 정보도 포함됐다.
이재형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조사조정국장이 2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적법 근거 없이 개인정보를 수집ㆍ이용한 틱톡과 애플에 각각 과징금 103억600만원과 2억5천200만원을 부과한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문제는 틱톡이 회원 가입 과정에서 이러한 개인정보 수집 사실을 이용자가 명확히 알 수 있도록 고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개인정보위는 특히 틱톡 서비스 이용을 위해서는 맞춤형 광고를 위한 개인정보 수집에 사실상 동의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고 판단했다. 개인정보위 관계자는 “서비스 이용에 필요한 개인정보와 (맞춤형 광고를 위한) 타사의 행태정보 수집을 한데 묶어 필수 동의 형태로 받았다”며 “정보주체에게 행태정보 수집 등을 사실상 강제해 실질적인 동의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한 것”이라고 밝혔다.
개인정보위는 또 ‘틱톡 라이트’ 이용자 개인정보를 해외 계열사로 이전했지만, 이전 대상 개인정보의 항목과 이용 목적, 보유 기간 등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은 사실도 추가로 확인했다. 3년 전 출시된 틱톡 라이트는 영상을 시청하고 지인을 초대한 이용자에게 현금성 보상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개인정보위는 이 같은 행위가 개인정보의 수집·이용과 국외 이전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틱톡에 과징금 103억600만원과 함께 시정·공표 명령을 내렸다.
틱톡 등 주요 SNS 애플리케이션이 스마트폰에 설치된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애플도 개인정보 처리 과정에서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애플은 음성비서 서비스인 ‘시리(Siri)’ 이용자의 음성 녹음을 텍스트로 변환한 전사문(轉寫文)을 수집해 시리의 음성 인식 기능 개선 등에 활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이용자들에게 별도 동의를 받지 않았다. 또 미국 내 계열사로 개인정보를 이전하면서 개인정보의 항목 등을 개인정보 처리방침에 충분히 담지 않았다.
다만 애플은 조사 과정에서 전사문 이용에 대한 별도 동의 절차를 마련하는 동시에 전사문 내 개인정보를 필터링하는 등 보호조치를 강화했다. 또 개인정보 처리방침도 개정하는 등 위법 사항을 시정했다. 개인정보위는 애플 측에 과징금 2억5200만원을 부과하고 국외 이전 관리체계를 개선하도록 시정명령을 내렸다.
개인정보위 관계자는 “정보주체의 동의는 개인정보 처리 내용을 충분히 인지한 상태에서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며 “해외 사업자도 국내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경우 국내 개인정보 보호 규정을 동일하게 준수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