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내년 국방 예산을 담은 국방수권법안(NDAA)이 22일(현지시간) 미 연방 하원을 통과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1조1500억 달러(약 1700조2700억원) 규모의 국방예산을 담은 2027 회계연도 NDAA가 하원 본회의에서 찬성 216표, 반대 212표로 가결됐다”고 보도했다. NDAA는 미 국방부의 예산 지출과 주요 국방 정책을 승인하는 연례 법안이다.
표결에선 공화당과 민주당이 극명하게 대결했다. 공화당에선 7명을 제외한 전원이 찬성했고, 민주당에서는 6명을 제외한 전원이 반대했다. 공화당은 이란 전쟁 수행을 지원하고 군사력 증강을 위해 이 같은 규모의 국방예산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이 사회복지 예산을 대폭 삭감하면서 국방비만 크게 늘리는 데 반대해왔다. 뉴욕타임스(NYT)는 “하원이 극명하게 양분된 가운데 NDAA가 통과됐다”고 평가했다.
이번 법안에는 장병 봉급 인상과 미사일 방어체계 생산 확대를 위한 예산 증액, 핵심 광물에 대한 전략적 투자 확대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인공지능(AI)의 군사 분야 도입과 활용, 규제 방향을 규정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이와 함께 국방부의 공식 명칭을 전쟁부로 변경하는 내용도 담겼다.
지난해 7월 18일 경기도 동두천시 캠프 케이시에서 열린 주한미군 순환배치 여단 임무교대식에서 태극기와 성조기가 나란히 놓여 있다. 연합뉴스
주한미군 규모를 2만8500명 아래로 감축할 수 없도록 예산 사용을 제한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NDAA에 따라 편성된 예산 뿐만 아니라 2026·2027회계연도의 다른 법에 의해 배정된 예산까지 사용을 제한하도록 했다. 현행 NDAA는 해당 법에 따라 편성된 예산만 제한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예산 제한 범위를 넓힘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해온 주한미군 감축론을 견제한다는 의미가 있다.
상원에서도 별도의 NDAA 심의 절차가 진행 중이다. 이후 상·하원이 각각 통과시킨 법안을 조율해 단일안을 마련한 뒤 이를 다시 양원에서 표결에 부친다. 최종안이 상·하원을 모두 통과하면 대통령 서명을 거쳐 확정된다.
한편 하원은 이날 공화당 주도로 이란 전쟁과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정책 관련 예산을 담은 950억 달러(약 140조5000억원) 규모의 별도 예산패키지도 찬성 216명 반대 214명으로 가결했다. 해당 예산패키지는 국방부에 600억 달러(약 88조6500억원), 기타 국가 안보 항목에 130억 달러(약 19조2000억원), 농민 지원에 120억 달러(약 17조7300억원), 유권자 신분 검사를 강화하는 ‘유권자 ID법’ 시행을 위한 주 정부 보조금 100억 달러(약 14조7750억원) 등으로 구성됐다.
미군 중부사령부가 지난 7일 X(옛 트위터)에 공개한 영상 속 한 장면. 미군이 호르무즈해협 인근의 이란 목표물을 타격해 불꽃과 함께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이 포착된다. 중부사령부 X 캡처
트럼프 행정부는 2027회계연도 국방 예산이 확정되기 전까지 이란 전쟁으로 소진된 군사비를 보충하기 위한 추가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앞서 미 국방부는 이란 전쟁으로 지금까지 375억 달러(약 55조5000억원)를 지출했다고 밝혔다. 이번 예산패키지는 정규 예산이 확정되기 전까지 필요한 재원을 충당하기 위한 일종의 가교 성격을 띤다. 그러나 민주당은 해당 예산이 국민의 생활비 부담을 낮추는 데 사용돼야 한다며 전원 반대표를 던졌다.
하지만 해당 예산패키지가 상원을 통과할지는 불투명하다. 블룸버그통신은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국방비 증액을 요구하는 국방 강경파와 재정적자 축소를 위해 지출을 줄여야 한다는 재정 보수파로 의견이 갈려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