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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 드문 라틴어 미사, 종로성당에서 만난다

중앙일보

2026.07.22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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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성당에 가면 요즘 보기 드문 라틴어 미사를 만날 수 있다.

가톨릭 서울대교구 종로본당은 지난 4월부터 매주 라틴어 미사를 봉헌해 오고 있다. 사제와 평신도가 라틴어로 응답을 주고 받고, 성가 역시 라틴어로 된 그레고리오 성가를 부른다. 한국의 가톨릭 신자들에게는 상당히 낯선 풍경이다.

가톨릭 사제였던 독일으 마르틴 루터는 라틴어가 귀족과 사제의 전유물임을 비판하면서, 모국어인 독일어로 성경을 처음 번역했다. 중앙포토

가톨릭 사제였던 독일으 마르틴 루터는 라틴어가 귀족과 사제의 전유물임을 비판하면서, 모국어인 독일어로 성경을 처음 번역했다. 중앙포토


가톨릭의 미사는 원래 라틴어로 봉헌됐다. 중세 때 라틴어는 귀족이나 사제들만 쓰는 ‘고급 언어’였다. 성경도 라틴어 성경만 있었다. 다시 말해, 일반 신자들은 자신의 힘으로 예수의 어록이 담긴 성경을 직접 읽을 수가 없었다. 미사 때는 사제가 라틴어로 성경을 읽고, 라틴어로 성가를 불렀지만, 평민들은 그 뜻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가톨릭 사제였던 독일의 마르틴 루터가 여기에 반기를 들었다. 그는 모국어인 독일어로 성경을 번역했고, 당시 인쇄술 혁명에 힘입어 독일어 성경은 급속도로 퍼졌다. 결국 종교개혁이 일어났고, 가톨릭과 개신교가 갈라졌다.

마르틴 루터가 처음으로 라틴어 성경을 모국어인 독일어로 번역하자, 다른 나라에서도 모국어로 번역한 성경이 나오기 시작했다. 마르틴 루터의 독일어 성경. 중앙포토

마르틴 루터가 처음으로 라틴어 성경을 모국어인 독일어로 번역하자, 다른 나라에서도 모국어로 번역한 성경이 나오기 시작했다. 마르틴 루터의 독일어 성경. 중앙포토


가톨릭은 1960년대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각국이 자신의 모국어로 미사를 드리도록 허용했다.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교황청은 세계 어느 성당을 가더라도 똑같이 라틴어로 봉헌되는 미사에 참여함으로써, 가톨릭 교회가 하나의 신앙 고백을 공유한다는 상징성을 매우 중시했다. 그러나 세상의 변화를 교황청도 결국 수용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전임 베네딕토 16세 교황을 만나고 있다. 수도자인 프란치스코 교황과 정통파 신학자인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여러모로 성향이 달랐다. 로이터=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전임 베네딕토 16세 교황을 만나고 있다. 수도자인 프란치스코 교황과 정통파 신학자인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여러모로 성향이 달랐다. 로이터=연합뉴스


그렇다고 라틴어 미사가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전통을 중시하는 정통파 신학자였던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라틴어 전통 미사를 법적으로 완벽히 허용했다. 교회의 소중한 유산으로 다시 길을 열어준 셈이다. 이어서 즉위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좀 달랐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개혁 정신을 살리고자, 라틴어 미사를 봉헌하려면 관할 교구장의 승인을 받도록 제한하는 조처를 내렸다.

종로성당에서 라틴어 미사를 봉헌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교황이 참석하는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세계교회 신자들이 다 함께 참여하는 대회인 만큼, 미사는 라틴어로 봉헌된다. 한국인 신자들에게는 낯설 수밖에 없다. 외국에서 올 신자들과 함께 주요 기도와 응답을 라틴어로 익숙하게 할 수 있게끔, 종로성당에서 기회를 만든 셈이다. 종로성당의 라틴어 미사에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하반기에는 8월 22일부터 매주 토요일 오후 5시에 봉헌된다.





백성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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