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용지 부족 사태 진상 규명을 위한 검경 합동수사본부 관계자들이 23일 경기 과천 중앙선거관위원회에 압수수색을 위해 들어오고 있다. 연합뉴스
선거관리위원회가 6‧3 지방선거 당일 투표자 수 통계를 조작한 정황이 드러났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 진상 규명을 위한 검경 합동수사본부(본부장 김태훈 서울중앙지검 3차장)는 이 같은 혐의로 23일 선관위에 대한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현재까지 합수본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시간대별 투표자 수를 임의로 수정하는 데 관여한 사람들은 중앙선관위와 경기선관위 실무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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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무자들, 오입력하자 보고·수정 대신 조작
합수본은 이날 중앙선관위와 경기도선관위 관계자들의 투표율 허위 입력 정황을 발견해 공전자기록위작 및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관련자들에 대한 압수수색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투표용지 부족 추가 증거 확보를 위해 중앙선관위와 송파‧강남‧서초구 선관위도 압수했다. 공전자기록위작은 전자기록 등 데이터를 허위로 작성하거나 위조했을 때 적용한다.
선관위 선거 통계 시스템을 임의로 조작한 정황이 드러난 건 처음이다. 이에 따라 6‧3 지방선거에 대한 수사가 투표용지 부족을 넘어 새 국면을 맞았다. 합수본은 중앙선관위와 경기선관위의 실무자 2명이 6‧3 선거 당일 투표자 수를 실시간 집계하는 과정에서 오입력 사실을 발견하자 짬짜미를 통해 오류를 은폐했다고 보고 있다. 오입력 때 보고하고 수정하는 절차가 있는데도 전산상 숫자를 임의로 수정하는 식으로 실수를 감추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관위는 1시간 단위로 전국 시군구 투표율을 공개한다. 각 투표소 투표관리관이 투표자 수를 보고하면 읍‧면‧동 단위에서 이를 집계하고, 시‧군‧구 위원회와 시‧도위원회, 중앙선관위가 차례로 확인하는 구조다. 경기선관위 실무자가 투표자수 수백명을 수천명으로 잘못 입력했고, 이를 수정하는 대신 시간이 지나 투표자 수가 늘어 숫자가 맞춰지기를 기다린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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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신저로 “보고 말자” 대화
한 지역에서 투표자 수가 급격히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 않도록 하기 위해 다른 투표소에 추가 입력한 투표 인원을 분산하는 방식으로 실시간 통계를 조작했다는 게 합수본 의심이다. 예컨대 한 투표소에서 200명이 투표한 걸 2000명으로 잘못 입력하자 이를 감추기 위해 여러 투표소에 200명씩을 배분하고, 실제 그만큼의 인원이 투표할 때까지 추가 입력을 늦추는 식이다.
선관위 직원들은 내부 메신저를 통해 투표자 수가 잘못 입력된 사실을 보고하지 말자고 대화를 나누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합수본은 지역 단위 선관위의 투표자 수 입력을 감시해야 할 중앙선관위 실무자와 경기선관위의 실무자가 메신저로 모의하면서 조작으로 이어졌다고 보고 있다. 최종 투표자 수와 투표율엔 영향이 없었다고 하지만, 시간대별로 공개되는 투표율이 수정되면서 당일 유권자 심리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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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조작 사례 있는지도 수사
선관위 내에서의 투표자 수 조작 입력 정황이 드러나면서 수사의 무게감이 달라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절차적 정당성으로까지 수사가 확대할 수 있어서다. 일단 실무진 두 명만으로도 실시간 투표자 수와 투표율을 임의로 설정할 수 있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있을 예정이다. 합수본은 이날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자료를 분석해 통계 조작의 추가 가담자나 윗선의 묵인 등이 있었는지를 규명하기로 했다.
또 경기 일부 지역 외에도 비슷한 방식의 투표자 수 조작이 있었는지도 확인할 예정이다. 조작 사례가 구체적으로 드러나면 과거 선거로도 수사가 뻗어 나갈 수 있다. 합수본은 정치권의 특검 추진과 별개로 모든 의혹을 규명하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