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경북 경산시 사동 한 아파트 관리실에서 화재가 발생해 출입구 등이 그을려진 모습. 경찰은 한 입주민이 관리실에 불을 지른 것으로 보고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김정석 기자
23일 오전 경북 경산시 사동 한 아파트 단지. 1990년 지어져 낡은 아파트 단지 안쪽에 위치한 1층짜리 관리소는 출입구 인근이 시커멓게 그을려 있었다. 그 주변으로는 경찰이 쳐둔 노란색 차단선이 여러 겹 둘러쳐진 모습이었다.
아파트에는 주민들이 몰려나와 사건 현장 주변을 살펴보고 경찰·소방 관계자, 취재진들이 뒤섞여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일부 주민은 자신의 가족이나 이웃이 화상을 입었다고 불안해하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도 보였다.
이날 오전 8시29분쯤 이 아파트 관리실에서 폭발에 따른 화재가 발생해 8명(남 2명·여 6명)이 다쳤다. 중상자 가운데 1명은 상태가 위중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까지 사망자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리실에 난 불은 이날 오전 8시48분 진화됐다.
23일 관리실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한 경북 경산시 사동 한 아파트 모습. 김정석 기자
사고 당시 관리실에는 관리규약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관리실 관계자와 입주민들이 모여 있는 상태였다. 경찰은 이곳에 70대 남성 주민이 인화물질을 뿌리고 방화를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 입주민은 “바깥에서 ‘펑’ 하는 소리가 나길래 확인해 보니 관리실에서 검은 연기가 나고 몸에 불이 붙은 사람들이 뛰쳐나오는 모습이 보였다”며 “달려가서 물을 뿌리고 소화기를 이용해 불을 끄기 위해 노력했다”고 전했다.
사고가 난 아파트에서는 해당 입주민과 관리실 사이에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 주민은 “관리실에 불을 지른 주민은 오래 전부터 아무런 자격 없이 아파트 운영에 관여하려고 하고 관계자들을 괴롭혔다”며 “최근 관리인을 뽑는 선거 과정에서도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자 투표함을 부수는 등 과격한 행동을 했다”고 했다.
23일 경북 경산시 사동 한 아파트 관리실에서 화재가 발생해 출입구 등이 그을려진 모습. 경찰은 한 입주민이 관리실에 불을 지른 것으로 보고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김정석 기자
그러면서 “이날 오전에 발생한 화재 현장에서도 해당 남성이 몸에 화상을 입은 상태에서 흉기를 들고 ‘할복을 하겠다’는 등 고함을 치면서 주민들을 위협했다”고 덧붙였다. 흉기를 들고 주민들을 위협하던 남성은 경찰에 체포됐다.
다른 주민들도 해당 남성이 오래 전부터 아파트 주민들을 위협한 적이 많았다고 말했다. 한 주민은 “사고가 나기 전날인 22일 밤에도 누가 관리실 주변 폐쇄회로TV(CCTV) 케이블을 뽑거나 망가뜨려 놓은 것을 발견해 오늘(23일) 오전 관리실에 확인을 해보려고 했다”며 “지금 보니 범행을 하기 위해 일부러 CCTV를 꺼두려고 한 것 같다”고 했다.
23일 오전 8시 29분께 경북 경산시 사동 한 아파트 관리실 안에서 폭발 추정 사고가 난 모습. 연합뉴스
이 주민은 경찰 등 관계기관에 수 차례 신고를 했는데도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며 답답해 했다. 그는 “한 달여 전에도 그 입주민이 경로당에 들어가 노인들을 때릴 것처럼 위협하는 일이 있어 경찰에 신고했는데 체포하지도 않고 그냥 넘어갔다. 그때 제대로 조치를 하지 않아 결국 이렇게 큰일이 터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찰은 이 70대 입주민을 현주건조물 방화 혐의로 입건했다. 또 사고 현장에 대한 감식을 하는 한편 목격자와 부상자 등을 상대로 사고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