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억 체납자’ 여행가방 열었더니…10억 돈뭉치 와르르 쏟아졌다
중앙일보
2026.07.22 22:03
2026.07.22 22:14
국세청·관세청이 지난달 64억원대 국세·관세 체납자 A씨의 거주지에서 압류한 여행 가방 안에 총 10억2000천만원이 담겨 있다. 사진 국세청
국세청과 관세청은 지난달 고액·악성 체납자 16명을 대상으로 합동 수색을 실시한 결과 총 13억원 상당의 은닉재산을 압류했다고 23일 밝혔다.
양 기관은 국세와 관세를 동시에 체납한 고액·악성 체납자들을 대상으로 합동 수색을 벌여 13억원 상당의 은닉재산을 압류하고 일부 체납자로부터는 분납 약속도 받아냈다.
국세청·관세청 합동수색반에 따르면 전자담배 무역업자인 40대 A씨는 여행가방에 10억원이 넘는 현금과 수표를 숨겨뒀다가 적발됐다.
A씨는 원재료를 허위 표시하고 매출액을 축소 신고해 개별소비세와 부가가치세 등 64억원을 체납한 혐의로 수색 대상에 올랐다.
합동수색반은 서울에 있는 A씨 자택을 찾아갔지만 A씨 모친이 2시간 동안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경찰까지 출동했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고 결국 강제 개문이 이뤄졌다.
A씨 모친은 합동수색반에 “무단 침입”이라고 항의했고 안방에서 발견된 여행가방의 잠금장치도 풀어주지 않았다.
합동수색반은 여행가방을 통째로 압류한 뒤 개봉해 현금다발 5억4000만원과 수표다발 4억8000만원 등 모두 10억2000만원 상당을 찾아 압류했다.
이번 합동 수색 대상은 국세와 관세를 모두 체납한 사람 가운데 납부 능력이 있는데도 세금을 내지 않은 채 호화생활을 이어온 악성 체납자들이다.
국세청은 재산 은닉 실태와 호화생활 여부, 실거주지 분석 자료를 제공했고 관세청은 통관고유부호 등록 주소지 등 핵심 재산 은닉 정보를 공유했다.
양 기관은 지방국세청과 세관의 자료를 정밀 분석한 뒤 잠복과 탐문을 거쳐 수색 대상자와 장소를 특정했다. 이후 체납자 관할에 따라 10명 안팎으로 구성된 합동수색반 8개를 꾸려 수색에 나섰다.
토지 양도에 따른 양도소득세를 신고하지 않는 등 국세와 관세 1억2000만원을 체납한 50대 B씨도 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B씨는 최근 5년 동안 127차례 해외를 오가는 등 호화생활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합동수색반이 경기도 화성시 자택을 수색한 결과 캐리어 안에서 고가 가방 5점과 고가 팔찌 1점, 시계 8점, 5억원 상당의 차용증 15매 등을 발견해 압류한 뒤 순차적으로 추심 절차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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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이혼 의심 체납자 금고서 현금성 자산 발견
금형 제조업자인 60대 C씨는 부가가치세와 법인세 등 5억5000만원을 장기간 체납했다.
국세청과 관세청은 C씨가 이혼한 배우자 명의의 대구 소재 대형 아파트에서 실제 거주하는 점을 확인하고 강제 징수를 피하기 위한 위장이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합동 수색 대상에 포함했다.
강제 개문을 앞둔 순간 전 배우자가 문을 열었고 수색 과정에서 개인 금고에 보관된 현금성 자산과 금반지 등 2600만원 상당의 재산이 발견됐다.
전 배우자는 “내 패물이다”라고 주장했지만 합동수색반은 압류 해제 절차를 안내한 뒤 발견된 재산을 모두 압류했다.
하유정 관세청 심사국장은 “체납자의 생활 근거지로 추정돼 수색을 나간 곳에 있는 재산은 국세징수법상 제3자 것이라는 점을 명백히 소명하면 압류를 풀어주지만, 그전까지는 체납자와 관련된 것으로 보고 압류를 한다”고 설명했다.
국세청과 관세청은 이번 수색 성과를 계기로 국세·관세 동시 체납자의 은닉재산과 생활 실태 정보를 정례적으로 공유하며 공동 대응을 이어갈 계획이다.
강종훈 국세청 징세법무국장은 “그동안 양 기관은 체납 환급 등에서 협력을 했는데 이번에는 각 기관이 우위에 있는 정보를 공유하며 좀 더 정교하게 수색했다는 의미가 있다”며 “이번 수색 성공률은 80% 정도로, 단독 수색보다 월등히 성과가 좋았다”고 말했다.
한영혜([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