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15일 경북 포항시에서 발생한 규모 5.4 지진으로 무너진 포항시 북구의 건물들 모습. 연합뉴스
2017년 11월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 지진과 관련해 지열발전사업 관계자들의 형사 책임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대구지법 포항지원 제1형사부(부장판사 이혜랑)는 23일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지열발전사업 관계자 5명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기소된 이들은 포항지열발전 컨소시엄 주관기관 관계자 2명, 정부출연연구기관 관계자 2명, 컨소시엄 참여 대학교 산학협력단 연구책임자 등 5명이다.
이들은 포항 지진이 발생하기 7개월 전인 2017년 4월 15일 발생한 규모 3.1 지진이후 지열발전을 중단하고 위험도를 분석해야 할 필요가 있었는데도 미흡하게 대응한 혐의로 2024년 8월 기소됐다.
경북 포항지진 정신적 손해배상 소송의 항소심 패소 판결과 관련해 포항지진 범시민대책본부(범대본, 의장 모성은)가 지난해 6월 13일 포항 육거리 인근 중앙상가에서 개최한 시민궐기대회에서 시민들이 항의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은 재판 과정에서 지열발전사업 관계자들이 내부적으로 규모 3.1 지진이 수리자극에 따른 유발지진으로 결론을 내렸음에도 주무 부처와 전담 기관에 보고할 때는 불가항력적 자연지진이 발생한 것처럼 보고했다고 주장하며 금고 1~5년형을 구형했다.
하지만 법원은 선고공판에서 2017년 11월 지진 발생에 앞서 4월에 유발지진이 발생했음에도 지열발전을 중단하거나 위험성을 충분히 분석하지 않았다는 검찰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주의 의무와 지진 발생의 인과관계가 합리적 의심이 없어야 하는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입증하기 부족하다”고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2017년 11월 15일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 지진은 지진 관측 이래 두 번째로 큰 규모로 다수의 인명·재산 피해를 낳았다. 이어 2018년 2월 11일에는 규모 4.6의 여진이 발생했다.
당시 지진으로 포항에선 부상자 92명, 이재민 1800여 명이 발생하고 시설물 피해 2만7317건 등을 일으켜 총 피해액 3323억원을 기록했다. 포항지진 정부합동조사단은 2019년 3월 20일 포항 지진의 원인을 지열발전소 건립과정에서 촉발된 ‘촉발지진’이라고 발표했다.
2017년 11월 15일 규모 5.4 지진이 발생한 경북 포항 북구 흥해읍에 한 주택 담벼락이 무너진 모습. 김정석 기자
이번 판결이 포항 지진과 관련한 형사 책임 여부를 둘러싼 첫 사법 판단이라는 점에서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지진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이 대법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판결이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포항지진 범시민 대책본부(범대본)는 선고공판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감사원 감사와 국무총리실 조사 등을 통해 명백한 ‘인재(人災)’임이 증명된 포항지진에 대해 단 한 명의 책임자도 처벌하지 않는 이 참담한 현실에 분노를 금할 길이 없다”며 “검찰은 오늘 판결에 불복해 즉각 항소하고 고등법원에서 책임자들의 죄상을 다시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범대본 모성은 의장은 “포항 지진이 촉발지진으로 밝혀졌는데도, 아무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는 재판 결과만 이어지고 있다. 마치 포항 지진이 천재지변으로 발생한 지진과 똑같은 것처럼 취급을 하고 있다”며 “대법원 상고심과 남은 민사소송에서 반드시 승리하기 위해 전 시민적 항쟁을 전개하겠다”고 말했다.
23일 오후 모성은 포항지진 범시민대책본부 의장과 시민들이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 앞에서 포항촉발지진 형사재판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