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현장과 정부의 온도 차가 뚜렷했다. 실수요자들은 “대출 규제를 풀어 달라"며 규제 완화를 호소했지만, 정부는 집값 상승을 차단하기 위한 새로운 대출·세제 강화에 무게를 뒀다.
23일 열린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부동산 가격이 계속 상승해 풍선처럼 터진 일본처럼 (우리도) 정점을 향해 달리고 있다고 걱정하는 분들도 꽤 있다”며 부동산 시장 과열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이어 “금융은 공적인 것이고, 금융을 누가 쓰고 누구에게 활용 기회를 줄 것이냐는 결국 정책의 문제”라며 “돈을 벌기 위해 집을 사는데 돈을 빌려줘야 하느냐”고 대출 규제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한강 조망권이나 지역적 희소성에 따라 형성된 고가 주택에 대해선 “정당한 수요와 공급으로 만들어진 시장 가격은 존중하되, 비정상적 요인에 의해 가격이 형성되는 것에 대해서는 상응하는 사회적 부담을 지게 해 정상화해야 한다”며 세제 강화 방침을 다시 확인했다.
이재명 정부는 ‘금융과 부동산의 절연’을 정책 기조로 내세우고 있다. ‘집은 내 돈이 아니라 은행 돈으로 사는 것’이라는 인식에 선을 긋고, 집은 자기자본을 바탕으로 사야 한다는 원칙을 다시 세우겠다는 취지다. 이런 맥락에서 기존 대출 총량 규제를 보완할 새로운 수단으로 ‘거시건전성 관리부담금’이 다시 거론됐다.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거시건전성 관리부담금이라는 가격 규제의 도입을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한정된 대출 자원을 과도하게 이용하는 차주에게 추가 부담금을 부과해 대출 수요를 조절하는 가격 규제 방식을 제안했다.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고도 대출 비용을 높여 과도한 차입 수요를 억제하는 방향이다. 이 대통령도 “본인이 만든 아이디어냐. 대출 원금의 몇 퍼센트냐, 이자의 몇 퍼센트냐”며 구체적인 설계 방식까지 질문하는 등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이번 토론회에 앞서 정부가 여론 수렴 창구로 만든 ‘부동산토론회.kr’ 홈페이지에 접수된 정책 제안은 다른 흐름을 보여줬다. 이날 오후 3시 기준 올라온 게시글 6398건 가운데 2638건(41.2%)이 주택금융 관련 의견이었다. 주택 공급(1996건)과 부동산 세제(1742건)를 크게 웃돌았다. 상당수는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등 규제를 완화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공급 확대나 세제 개편보다 금융 규제 완화가 더 시급하다는 현장의 목소리다. 이형일 재정경제부 1차관도 토론회에 앞서 사전 여론 수렴 결과를 소개하며 “온라인에서는 대출 총량 관리 완화 의견이 다수”였고 ▶청년·신혼부부 대상 대출 규제 완화 ▶이주비 대출 완화 ▶전세대출 공급 확대 등이 의견도 많았다고 전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수원의 한 아파트 입주 예정자 황정미 씨는 “2년 전 실거주 목적으로 분양받았지만 최근 가계대출 총량 규제로 은행별 대출 한도가 소진되면서 잔금대출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이미 계약을 마친 실수요자에게는 잔금대출 규제를 예외 적용하거나 경과조치를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
양지영 신한프리미어패스파인더 전문위원도 이주비 대출과 관련해 “정비사업 기간이 과거보다 3년 이상 길어지는 등 공급 지연이 심화되고 있다”며 “특히 비강남권은 추가 이주비 대출이 어려워 사업 추진에 차질이 큰 만큼 이주비 대출 규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