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레드삭스가 23일(한국시간) 열린 볼티모어 오리올스와의 더블헤더 1차전에서 이겨 팀 창단 최다 연승 타이인 15연승을 달렸다. [AP=연합뉴스]
메이저리그(MLB) 전통의 명문 구단 보스턴 레드삭스가 15연승을 질주하면서 80년 전의 찬란한 역사를 현재로 불러냈다. 한국 배우 하지원이 이 경기의 특별 시구를 맡아 일명 ‘승리의 여신’으로 자리매김했다.
보스턴은 23일(한국시간) 미국 보스턴 펜웨이파크에서 열린 볼티모어 오리올스와의 홈 더블헤더 1차전에서 6-3으로 이겨 최근 이어온 연승 기록을 ‘15’로 늘렸다. 15연승은 보스턴 구단의 역대 최다 타이기록이다. ‘마지막 4할 타자’ 테드 윌리엄스가 뛰던 1946년의 이정표가 여전히 최다로 남아 있었는데, 80년 만에 마침내 이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MLB 역대 최다 기록은 22연승으로, 2017년의 클리블랜드 가디언스가 보유하고 있다.
보스턴은 곧이어 열린 더블헤더 2차전에서 1-5로 져 팀 최다 신기록은 작성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 15연승은 실패로 끝나는 듯했던 보스턴의 2026시즌에 새 숨을 불어넣은 기적의 레이스였다.
보스턴이 속한 아메리칸리그(AL) 동부지구는 뉴욕 양키스, 토론토 블루제이스, 탬파베이 레이스 등 전통의 강팀들이 포진했다. 보스턴은 지난달까지 그 틈바구니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개막 5연패로 시즌을 출발했고, 유서 깊은 라이벌 양키스와의 첫 3연전에서 싹쓸이 패배를 당했다. 첫 27경기를 치른 지난 4월 26일까지 10승 17패로 부진하자, 구단은 2018년 월드시리즈 우승을 일군 명장 알렉스 코라 감독을 전격 해임했다. 신의와 명예를 중시하는 보스턴이 시즌 중에 사령탑을 교체한 건 25년 만에 벌어진 이례적 사건이었다.
산하 트리플A 팀 감독이었던 채드 트레이시가 감독대행으로 지휘봉을 넘겨받았지만, 좀처럼 반등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지난달 25일 지구 최하위로 추락했고, 지난 3일엔 37승 48패로 승패 마진이 ‘-11’에 달했다. 1위 탬파베이와는 14.5경기, 2위 양키스와는 10.5경기 차까지 벌어져 추격도 쉽지 않아 보였다.
그런데 지난 4일 LA 에인절스전 승리(5-2)를 신호탄으로 누구도 예상 못 한 폭풍 질주가 시작됐다. 그로부터 5일 뒤인 8일 4연승을 해내면서 볼티모어를 제치고 4위로 올라섰고, 12일엔 8연승에 성공해 토론토를 밀어내고 3위 자리를 차지했다. 그래도 2위 양키스와의 거리(7경기 차)는 여전히 멀어 보였는데, 지난 19일 12연승을 달성하면서 마침내 5경기 차 이내(4.5경기)로 따라잡았다.
보스턴이 연승 가도를 달린 3주 사이, AL 포스트시즌 티켓 경쟁에도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동부지구 3위 보스턴은 현재 52승 49패로 서부지구 2위 시애틀 매리너스(51승 52패)보다 성적이 좋다. 양키스(57승 45패), 클리블랜드(중부지구 2위·54승 49패)에 이어 AL 와일드카드 3위까지 올라섰다. 시즌 끝까지 이 순위만 유지해도 가을야구를 할 수 있다.
재미있는 우연은 트레이시 감독대행의 아버지가 2009년 콜로라도 로키스의 반전 드라마를 이끈 짐 트레이시 전 감독이라는 거다. 그는 그해 시즌 도중 부진에 빠져 있던 콜로라도 사령탑에 오른 뒤 6할이 넘는 승률을 올리면서 팀을 포스트시즌에 올려놓았다. 현지에선 17년 만에 ‘트레이시의 반전’이 재현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날 시구자로 나선 한국 배우 하지원. [AP=연합뉴스]
한편 하지원은 이날 시구자로 유서 깊은 펜웨이파크를 찾아 보스턴의 15연승을 완성한 첫 경기의 문을 열었다. MLB는 최근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를 잇는 글로벌 팬 확장 프로젝트에 힘을 쏟고 있는데, 하지원도 그 일환으로 시구했다. 보스턴에서 활약했던 전 메이저리거 김병현이 시구를 지도했고, 시포자로 함께 그라운드에 나서 의미 있는 순간을 남겼다.
하지원은 “역사적인 구장에서 한국 배우 최초로 시구하게 돼 열심히 준비했다. 무사히 마칠 수 있어 다행이고 뿌듯하다”며 “MLB의 수준 높은 야구를 직접 관람하게 돼 영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