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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수의 뉴스터치] 악어 교도관

중앙일보

2026.07.23 08:06 2026.07.23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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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수 선임기자

장혜수 선임기자

영국 철학자 토머스 홉스는 저서 『리바이어던』에서 제도나 규범이 없는 자연 상태의 인간은 너무도 평등한 나머지 누구나 서로를 죽일 수 있다고 봤다. 인간은 이런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상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계약으로 자신의 권리 일부를 거대 권력에 양도한다고 설명했다. 권력의 정체가 국가다. 홉스는 국가를 전설 속 바다 괴물 리바이어던(레비아탄)에 빗댔다.

리바이어던의 원형은 기원전 14세기 우가리트(현재 시리아 북부) 신화 속 바다 괴물 로탄이다. 구약성서 ‘욥기’에도 괴수 리바이어던(리워야단)이 등장한다. 괴수는 빽빽하고 단단한 등 비늘을 가졌고 턱은 갈고리로 꿸 수 없으며 깊은 물을 솥처럼 끓게 하고 코에서 연기를 뿜는다. 생물학자들은 이런 특징이 대형 나일악어와 일치한다고 설명한다.

사하라 이남 강·호수·늪지대에 서식하는 나일악어는 바다악어와 함께 대표적 식인악어다. 성체 몸길이는 4~5m인데 간혹 6m 넘는 개체도 발견된다. 고대 이집트인은 나일악어를 신(세베크)으로 섬겼다. 악어 머리에 인간 몸뚱이의 세베크는 파라오의 왕권과 나일강의 풍요를 상징했다. 먹이를 잡아먹기 전 눈물 흘리는 가식의 상징 ‘악어의 눈물’ 주인공도 나일악어다.

이스라엘은 1993년 팔레스타인과 오슬로 평화협정을 체결한 뒤 서안지구 요르단계곡 인근 펫자엘에 나일악어 관광농장을 조성했다. 협정에도 분쟁은 이어졌고 농장은 버려졌다. 2000년대 초 한 사업가가 농장을 인수해 악어가죽 가공사업을 추진했다. 이마저 2012년 나일악어가 보호 야생동물도 지정돼 무산됐다. 개체 수가 폭증하고 탈출사고까지 터지자 당국은 지난해 수백 마리를 사살했다.

최근 이스라엘 당국이 네게브 사막에 위치한 케치오트 교도소에 해자 설치를 위한 굴착을 시작했다. 사업을 추진한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부 장관은 해자에 나일악어를 사육하겠다고 발표했다. 환경보호부는 나일악어를 관리대상 야생동물로 재분류해 법적 걸림돌을 제거했다. 교도소에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테러범과 보안 사범이 주로 수감돼 있다. 어쩌면 홉스가 틀렸을지도 모른다. 진짜 괴물은 국가가 아니라 인간 자체일지도.





장혜수([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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