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대구지법 포항지원에서 시민단체가 재판 결과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2017년 11월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 지진과 관련해 지열발전사업 관계자들의 형사 책임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대구지법 포항지원 제1형사부는 23일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포항지열발전 컨소시엄 주관기관 관계자 2명, 정부출연연구기관 관계자 2명, 컨소시엄 참여 대학교 산학협력단 연구책임자 등 5명에 대해 전원 무죄를 선고했다.
이들은 포항 지진이 발생하기 7개월 전인 2017년 4월 15일 발생한 규모 3.1 지진 이후 지열발전을 중단하고 위험도를 분석해야 할 필요가 있었는데도 미흡하게 대응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지열발전사업 관계자들이 내부적으로 규모 3.1 지진이 수리자극에 따른 유발지진으로 결론을 내렸음에도 주무부처와 전담 기관에 보고할 때는 불가항력적 자연지진이 발생한 것처럼 보고했다고 주장하며 금고 1~5년형을 구형했다.
하지만 법원은 검찰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주의 의무와 지진 발생의 인과관계가 합리적 의심이 없어야 하는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입증하기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포항지진으로 당시 부상자 92명, 이재민 1800여 명이 발생하고 시설물 피해 2만7317건 등 3323억원의 피해가 났다. 정부합동조사단은 2019년 3월 지진의 원인을 지열발전소 건립과정에서 촉발된 ‘촉발지진’이라고 발표했다.
이번 판결이 포항 지진과 관련한 형사 책임 여부를 둘러싼 첫 사법 판단이라는 점에서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대법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손해배상 민사소송에 이번 판결이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포항지진 범시민 대책본부 모성은 의장은 “포항 지진이 촉발지진으로 밝혀졌는데도, 아무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는 재판 결과만 이어지고 있다. 마치 포항 지진이 천재지변으로 발생한 지진과 똑같은 것처럼 취급하고 있다”며 “앞으로 이뤄질 재판에서 승리하기 위해 전 시민적 항쟁을 전개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