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1심 재판에서 시장직 상실형(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은 가운데, 국민의힘은 23일 정치적 판결이라고 공세를 폈다.
나경원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권에 쓴소리하는 야당에 없는 죄를 기어이 만들어내는 공소 창작, 정치 보복을 하고 있다”며 “반면에 이재명 대통령과 측근, 민주당 범죄에 대한 판결은 지연되거나 중단됐다”고 비판했다.
신동욱 최고위원은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통령 5개 재판은 다 중단시켰는데, 오 시장은 시장이 된 지 한 달 만에 재판해서 날려야 하느냐. 오 시장 재판을 진행한 속도로 이 대통령 재판도 진행하는 게 사법정의”라고 했다. 김재원 최고위원도 “2심이나 대법원에 가면 당연히 무죄판결이 내려질 것이고, 오 시장의 정치적 위상과 역할도 전혀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엄호했다.
특히 오 시장과 가까운 의원 사이에서는 “관심법으로 판단한 최악의 정치 판결”(영남 재선 의원)이라는 격앙된 반응이 쏟아졌다. 6·3 지방선거에서 오 시장이 극적으로 당선된 뒤 당내 세력 확장을 꾀하던 친오세훈계의 위기감은 한층 커졌다. 1심 판결대로 형이 확정되면 시장직 상실은 물론이고 5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돼 2030년 열리는 차기 대선 출마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국민의힘 일각에선 미묘한 기류도 읽힌다. 보수 진영의 리더군으로 분류된 오 시장이 흔들리면서, 향후 보수 재편 구도도 요동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복수의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확정판결 결과에 따라 장동혁 대표, 한동훈 무소속 의원 등 차기 주자들, 그리고 의원들의 정치적 계산이 복잡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장동혁 대표 측은 정치적 파장을 예의 주시하는 기류다. 장 대표는 1심 선고 직후 “야당 죽이기이자 정치 탄압”이라고 비판했지만, 앞선 지방선거 과정에서 지도부를 공개 저격한 오 시장과 껄끄러운 관계를 이어왔다. 이 때문에 한 지도부 인사는 “당내에서 대척점에 서 있는 오 시장이 정치적 타격을 입으면서, 반대로 장 대표의 정치적 공간은 넓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친한계 일각에서는 “보수 진영이 중도 영향력을 넓혀야 하는 상황에서 ‘정치 러닝메이트’가 사라지면 쇄신파의 입지가 줄어들 것”(초선 의원)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반면에 “만약 오 시장의 당선 무효형이 확정되면 중도 보수 영역에서 한 의원의 입지는 더 커질 것”(국민의힘 3선 의원)이란 관측도 있다.
당내에선 1차 분기점을 항소심으로 본다. 영남 중진 의원은 “항소심에서 판결이 뒤집히면 오 시장은 곧장 재기할 것”이라며 “반대의 경우엔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차기 리더십을 둘러싼 당내 경쟁이 격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 시장은 이날 서울시 간부회의에서 “선고 결과에 동요하지 말고 흔들림 없이 시정에 집중하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오전에는 서울 서대문구의 한 지역아동센터를 방문하는 등 예정된 일정을 소화했다. 오 시장은 항소심 대비를 위해 변호인단을 확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의원들과 접점을 넓힐 계획이라고 한다. 다음 달 3일에는 유승민 전 의원과 만찬을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