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한성숙 총리가 오세훈 서울시장의 부동산 관련 발언을 막지 말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서울과 수도권 시민들에게 가장 심각한 민생 문제는 부동산일 거다. 서울 아파트값과 전월세 상승률은 부동산 대란 시기인 문재인 정권을 능가한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1년간 아파트값 상승률은 14.7%로 역대 최고다. 원인이 복합적이지만 공급 부족을 빼놓고선 이야기할 수 없다.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1만8189가구(KB부동산 통계). 작년(3만5891가구)의 절반이다. 사정은 내년(1만6509가구)에도 나아지지 않는다. 게다가 최근 몇 년간 아파트 인허가도, 착공도 많이 줄어서 공급 절벽이 예고돼 있다. 적어도 현 정부에서 부동산 폭등의 발화점엔 투기꾼이나 다주택자가 아니라 공급 부족, 즉 정책 실패가 있다. 행정·입법을 장악하고 사법까지 좌우하는 최강의 정권이 부동산 잡기에 총력이고, 민간에 집 지을 자금이 없는 것도 아닌데 집이 없어 집값이 사상 최고로 오른다는 건 상식적이지 않다. 그간의 수요 억제 위주의 부동산 정책에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한다.
국무회의서 서울시장 발언 제지
반대 많아도 보완수사권 폐지 결정
여권, 국민보다 진영·당원 우선시
서울의 이런 사정을 잘 아는 이가 서울시장일 거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재개발, 재건축이 만능 키는 아니다”고 했다. 하지만 모두가 안다, 서울에 아파트 지을 땅이 없다는 걸.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를 위해 이주비 대출 규제 등을 대폭 완화해 달라는 서울시장, 그것에 미온적인 정부. 왜 그런지 허심탄회한 토론이 있었어야 했다.
한편에선 국민 대토론회를 하는데 정작 국무회의에선 서울시장이 발언을 제지당하는 장면은 지켜보는 국민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듣고 싶은 말만 듣겠다는 힘센 정권의 오만과 독선이 감지된다. 그래서는 부동산 문제를 풀지 못한다. 아파트를 빵처럼 하룻밤 새 만들 수도 없지 않나.
이재명 정권 ‘마이 웨이’의 또 다른 대표작은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다. 장윤기 사건은 일반 국민이 보완수사권 폐지의 심각성을 알아차리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경찰이 저렇게 사건을 말아먹는구나, 증거를 없애버리고 범인을 비호하고 피해자를 팽개칠 수 있구나, 그 억울함을 어떻게 풀겠나…. 누구나 이런 심경을 갖게 됐고, 그래서 국민 다수가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에 반대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보완수사권 유지 61%, 전면 폐지 23%: 한국갤럽).
지난 15일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김진주(가명)씨 등 강력범죄 피해자들과 변호인들의 기자회견이 있었다. 경찰의 부실 수사로 형언하기 어려운 고통을 겪은 이들이었다. 그들은 “피해자 없는 검찰 개혁을 반대한다”고 했다. 한 피해자 가족은 “경찰이 놓친 증거를 피해자가 찾아야 하는 나라에서, 그나마 남아 있는 보완수사 통로까지 없애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김진주씨는 “돈 많고 힘 있는 정치인들은 피해자가 되더라도 아무 문제가 없을 거지만, 저같이 돈 없고 힘없는 피해자인 일반 국민들은 인생이 흔들릴 것”이라고 했다. “보완수사는 구원과도 같았다”는 얘기도 나왔다. 민주당은 그들의 절규를 진지하게 듣지 않았다고 본다. 그러니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 강행을 결정했을 것이다. 민주당은 검찰 수사를 받던 중 극단적 선택을 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극, 문 정권 시절의 ‘조국 사태’와 ‘윤석열의 정치검찰’ 등을 거론한다. 정작 보완수사권 폐지로 수많은 국민 안전이 위태로워지는 것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는다. 그들이 떠받드는 건 일반 국민이 아니라 진영과 강성 당원이다.
정성호 법무장관은 민주당 소속 법사위원들 앞에서 “대안 없이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면 힘없는 서민이 경찰의 부실 수사로 피해를 입게 되는데, 민주당에 부담 또는 피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국민의 호소에 귀 막은 정권의 운명이야 역사의 전례를 따라 흘러가겠지만, 결코 회복될 리 없는 국민들 피해가 커질까 봐 정말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