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경남 창녕군 옥천계곡에서 바가지요금 근절 캠페인이 진행된 모습. [사진 창녕군]
8월 첫 주말 가족과 함께 강원 동해안 여행을 계획한 장모(42)씨는 숙박비 때문에 고민이 깊다. 바닷가 인근 4~5성급 호텔을 알아보니 하루 숙박료가 40만~60만원에 달했다. 2박3일 일정으로 숙박비와 교통비, 식비, 관광지 입장료 등을 더하면 여행 경비가 200만원을 훌쩍 넘는다.
장씨는 “극성수기라 비싼 건 이해하지만 8평 남짓한 객실이 하루 40만~60만원인 것은 지나치다”며 “비수기보다 두 배 이상 오른 가격 때문에 저렴한 숙소를 찾거나 당일치기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피서철이 시작되면서 관광지마다 숙박비와 편의시설 이용료가 급등하는 이른바 ‘바가지요금’ 논란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관광객들은 “비수기와 비교하면 두 배 이상 오른 가격에 여행 자체를 포기하고 있다”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바가지요금 논란은 강원도만의 문제가 아니다. 제주에서는 해수욕장 평상 대여료가 도마 위에 올랐다. 제주도는 해수욕장협의회를 통해 12개 지정 해수욕장의 파라솔과 평상 대여료를 각각 2만원, 3만원으로 유지해 왔다. 하지만 올여름 제주시 협재해수욕장에서 평상 대여료를 5만원, 주차가 가능한 평상은 7만원으로 책정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논란이 확산하자 제주시가 직접 중재에 나섰다. 마을 주민들과 재협의를 진행한 끝에 평상 대여료를 기존 수준인 3만원으로 조정하기로 했다. 제주시 관계자는 “마을회에서 운영비와 인건비 상승, 평상 규모 등을 고려해 가격을 올렸지만, 관광객 부담을 고려해 재조정했다”고 설명했다.
대형 공연이나 스포츠 행사 때도 숙박요금 급등 현상은 반복된다. 오는 25일 원주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싸이 흠뻑쇼’를 앞두고 공연장 인근 숙박시설 요금은 평소의 2~3배 수준까지 치솟았다. 평소 주말 10만원 수준이던 호텔 객실은 공연 당일 30만원을 넘겼고, 7만원대 객실도 20만원 이상에 예약을 받고 있다. 오는 10월 춘천의 한 마라톤대회를 앞두고도 일부 숙박업소가 평소보다 2~3배 높은 가격으로 예약을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관광업계 안팎에서는 과도한 요금 인상이 관광객 체류 시간 감소와 지역 상권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로 일부 관광객은 숙박비 부담으로 당일치기 여행을 선택하거나 다른 지역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바가지요금 근절을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섰다. 관광지 많은 강원도와 각 시·군은 8월 말까지 물가대책 종합상황실을 운영, 숙박업소를 비롯해 관광지 바가지요금에 대한 지도·점검을 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4일부터 공중위생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시행했다. 이에 따라 숙박업자가 숙박요금표를 게시하지 않거나 게시된 금액보다 높은 요금을 받을 경우 1회 적발만으로도 영업정지 5일 처분을 받는다.
반복 위반 시 제재는 더욱 강화된다. 2차 위반은 영업정지 10일, 3차는 20일이며, 4차 위반 시에는 영업장 폐쇄 명령까지 가능하다. 복지부는 지자체와 숙박업계를 대상으로 변경된 기준을 안내하고 숙박요금 미게시와 초과 징수 행위에 대한 점검을 강화할 계획이다.
국회에서도 관련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윤준병 의원은 해수욕장 이용료 의무 공개와 초과 징수 금지, 위반 시 위탁 취소 등을 담은 해수욕장 이용 관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김한숙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국장은 “숙박요금 미게시와 초과 수수에 대한 제재 실효성을 높여 바가지요금이 반복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