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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침 안놔요, 레이저 쏩니다”…미용시장 침공한 한의원

중앙일보

2026.07.23 13:00 2026.07.23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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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찾은 서울 강남의 한 미용 전문 한의원. 채혜선 기자

지난 3일 찾은 서울 강남의 한 미용 전문 한의원. 채혜선 기자

“레이저 제모는 특가로 1회 990원입니다. 1년 무제한 이용권은 1만890원에 결제 가능합니다.”

지난 3일 서울 신논현역 인근의 A 한의원. 피부미용 시술 상담을 요청하자 직원은 레이저 제모, 리프팅 등을 소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최근 유행 중인 리프팅 시술은 30만 원대였다. 직원은 “강남 어디에서도 이 정도 가격에 시술받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가격 경쟁력’을 내세웠다.



피부미용 한의원 가보니…“침 치료 안 해요”

간판은 한의원이었지만 내부 풍경은 피부미용 의원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상담 데스크 4곳에서는 20·30대 여성 환자들이 시술 상담을 하고 있었다. 직원은 “(일반적인) 침 치료는 하지 않는다. 피부미용만 전문으로 한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피부미용을 전면에 내세운 한의원이 늘고 있다. 기존 한방 진료 수요가 줄어드는 가운데 한의사들이 수익성 좋은 피부미용·비만 치료 시장으로 빠르게 영역을 넓히는 모습이다.

한 한의사는 “기존 진료만으로는 생존이 쉽지 않다 보니 관심이 미용 분야로 쏠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한의대생은 “다들 미용 시술을 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학부 때부터 레이저(시술) 동아리에 참여하는 등 미리 준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이러한 한의사의 미용·비만 시장 진출 흐름은 한방 의료기관에 공급된 관련 전문의약품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23일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한의원·한방병원 전문의약품 납품 현황’에 따르면 PDRN(폴리데옥시리보뉴클레오티드) 성분 주사제는 지난해 기준 한의원·한방병원 1120곳에 8767개가 공급됐다. 직전 해인 2024년 103곳에 1939개가 공급된 것과 비교하면 공급량이 약 4.5배 늘었다. PDRN은 피부 재생을 목적으로 사용하는 전문의약품 성분으로, 의료계에선 ‘연어 주사’로 알려진 시술 등에 활용된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2024년 10월 국내 출시된 위고비는 지난해 한방병원 115곳에 1만4610개가 공급됐다. 마운자로는 지난해 8월 국내 도입 이후 연말까지 5개월 간 5466개가 공급됐는데, 올해 1~5월(1만6355개)엔 공급량이 3배 늘었다.

심평원 관계자는 “전문의약품은 의사만 처방할 수 있다. 의사를 고용한 한방병원으로 공급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의료계에서는 “한의계의 피부미용·비만 시장 진출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의사들의 피부미용 시장 진출이 늘면서 의사·한의사 사이의 갈등도 커지고 있다. 정부도 고민이다. 의료법이 의료행위의 내용이나 기준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아 사안마다 법률 해석에 따라 판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반기 출범을 앞둔 ‘보건의료인력 업무조정위원회’에서 관련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판례에만 의존할 수 없는 만큼 가이드라인 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의계는 “한의사의 미용 시술을 금지할 근거가 없고 레이저 시술 등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례도 없다”(김지호 대한한의사협회 부회장)며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이재만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는 “치료 방법과 인식 체계가 의사와 전혀 다른 한의사가 진단·치료 수단만 가져다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것은 환자에게 신체적 위험을 초래할 뿐 아니라 과잉 진료에 따른 경제적 부담까지 떠넘기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주영 의원은 “의료인들의 업무 영역을 구분하고 권한을 명확히 하는 것은 아무나 함부로 타인의 신체에 위해를 가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한 현대 보건의료의 기본 원칙”이라며 “정부는 한의원과 한방병원의 전문의약품 공급·처방·사용 실태를 즉시 조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채혜선([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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