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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 다이어트 시대…OTT는 끊고, AI는 남겼다 [비크닉]

중앙일보

2026.07.23 14:00 2026.07.24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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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김모(34)씨는 최근 이용하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세 곳 가운데 두 곳을 해지했다. 카드와 통신사 제휴 할인으로 이용하고 있었지만, 퇴근 후 몇 번 보지 않는 서비스에 매달 구독료를 내는 것이 아깝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끝내 정리하지 않은 구독이 하나 있었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 챗GPT(ChatGPT)였다.
최근 메일을 쓰고 자료를 찾고 긴 문서를 요약할 때 AI를 활용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AI는 구독이 아니라 습관이 됐다. 이미지 AI 생성

최근 메일을 쓰고 자료를 찾고 긴 문서를 요약할 때 AI를 활용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AI는 구독이 아니라 습관이 됐다. 이미지 AI 생성

김씨는 회사에서 챗GPT를 가장 많이 사용한다. 메일을 쓰거나 업무 관련 자료를 찾고 긴 문서를 요약할 때 주로 활용한다. 그는 “넷플릭스는 안 보는 달도 있지만 챗GPT는 출근하는 날이면 꼭 한 번은 켠다”며 “가격은 더 비싸도 끊으면 불편할 것 같다”고 말했다.

고물가 시대, 소비자들은 구독 서비스에서도 남길 것과 뺄 것을 가려내기 시작했다. 기준은 단순했다. 재미를 위한 서비스보다 일상에서 자주 쓰는 서비스를 남기는 것이다. OTT는 다음 달로 미룰 수 있지만, AI는 쉽게 미룰 수 없었다.

‘이유 없는 월정액’ 줄인다
몇 년 전만 해도 여러 구독 서비스를 동시에 이용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소비였다. OTT와 음악 스트리밍, 전자책, 쇼핑 멤버십까지 월정액은 생활비처럼 여겨졌다. 콘텐트가 많을수록, 혜택이 많을수록 구독도 하나씩 늘어났다.

물가 오름세가 이어지면서 분위기는 달라졌다. 소비자들은 매달 빠져나가는 고정비부터 점검하기 시작했다. 보고 싶은 작품이 있을 때만 OTT를 구독하고, 사용하지 않는 서비스는 과감하게 해지하는 ‘구독 다이어트’가 일상이 됐다.

마민아 디자이너

마민아 디자이너


오픈서베이의 ‘구독 경제 트렌드 리포트 2026’에서도 이런 변화가 확인된다. 생성형 AI 유료 구독률은 지난해보다 8.4%포인트 증가해 조사 대상 가운데 가장 큰 상승 폭을 기록했지만, 도서·웹툰·웹 소설 등을 포함한 콘텐트 멤버십은 5.7%포인트 감소했다. 오픈서베이는 이를 두고 소비자들의 구독 포트폴리오가 재편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구독을 무조건 줄이는 것이 아니라, 자주 사용하는 서비스는 남기고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는 정리하는 방향으로 소비 기준이 바뀌고 있다는 의미다.

비싸도 AI는 남긴다
생성형 AI는 OTT 구독 서비스보다 비싸다. 챗GPT 플러스와 클로드 프로, 구글 AI 프로 등 주요 생성형 AI 서비스는 월 20달러(약 2만9000원) 안팎이다. 그런데도 이용자들은 AI 구독을 쉽게 끊지 못한다.

메일을 쓰고 자료를 찾고 회의를 정리하는 방식 자체가 AI를 중심으로 바뀌면서, 서비스를 떠나는 것은 단순히 구독 하나를 해지하는 문제가 아니라 일하는 방식을 다시 짜야 하는 일이 됐기 때문이다. 음악 앱을 지울 수 있어도 손에 익은 업무 도구는 쉽게 버리지 못한다. AI는 구독이 아니라 습관이 됐다.

고물가가 이어지면서 소비자들은 매달 빠져나가는 고정비부터 점검하기 시작했다. 보고 싶은 작품이 있을 때만 OTT를 구독하고, 사용하지 않는 서비스는 과감하게 해지하는 ‘구독 다이어트’가 일상이 됐다. 사진 이지영 기자

고물가가 이어지면서 소비자들은 매달 빠져나가는 고정비부터 점검하기 시작했다. 보고 싶은 작품이 있을 때만 OTT를 구독하고, 사용하지 않는 서비스는 과감하게 해지하는 ‘구독 다이어트’가 일상이 됐다. 사진 이지영 기자


광고회사에서 일하는 이모(29)씨는 지난해 OTT 서비스 하나를 해지했다. 대신 긴 기획안과 조사 자료를 읽을 때 가장 많이 쓰는 클로드는 그대로 뒀다. 이씨는 “예전에는 긴 문서를 끝까지 읽고 따로 정리했는데 지금은 클로드로 먼저 핵심을 파악한다”며 “시간을 아껴주는 효과가 커 다른 구독은 줄여도 이건 쉽게 못 끊겠다”고 말했다.

대학생 최모(24)씨는 구글의 제미나이를 구독 중이다. 학교에서 구글 문서를 자주 사용하는 만큼 자연스럽게 AI도 함께 쓰게 됐다. 최씨는 “발표 자료를 만들거나 과제를 준비할 때 가장 많이 활용한다”며 “한 달에 몇 번 보는 OTT보다 거의 매일 쓰는 서비스라 계속 결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 사람 모두 AI를 일상적인 업무·학습 도구로 활용하고 있었다. 검색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일을 처리하는 방식 자체가 달라진 것이다. 이제 AI는 호기심에 한 번 써보는 서비스가 아니다. 시간을 아끼고 일을 돕는 도구가 되면서 월 구독료에 대한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OTT나 음악처럼 여가를 위한 지출은 선택적 지출이지만, 챗GPT 같은 AI는 업무 성과나 학습 역량과 직접 연결되기 때문에 쉽게 끊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고물가로 지출을 줄일 때 소비자들은 여가·오락 관련 구독부터 정리하지만, 추가 수입이나 취업, 성적과 연결되는 지출은 미래를 위한 투자로 인식해 쉽게 줄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최근 메일 쓰는 방식, 자료 찾는 방식, 회의를 정리하는 방식 자체가 AI를 중심으로 짜이고 있다. 이 때문에 ‘구독 경제 트렌드 리포트 2026’에 따르면 생성형 AI 유료 구독률은 지난해보다 8.4%포인트 증가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최근 메일 쓰는 방식, 자료 찾는 방식, 회의를 정리하는 방식 자체가 AI를 중심으로 짜이고 있다. 이 때문에 ‘구독 경제 트렌드 리포트 2026’에 따르면 생성형 AI 유료 구독률은 지난해보다 8.4%포인트 증가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콘텐트 구독, ‘재미’만으로는 부족하다
소비자의 선택 기준이 달라지자 그동안 습관적 구독에 기댔던 콘텐트 기업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콘텐트를 많이 확보하는 것만으로는 이용자를 붙잡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제는 이용자가 서비스를 계속 찾게 하는 경험 설계가 필요하다.

음악 스트리밍이 가장 먼저 변화를 시도했다. 스포티파이는 이용자의 취향에 맞춰 음악을 추천하는 ‘AI DJ’를 한국에 선보였고, 멜론도 생성형 AI 기반 음악 큐레이션 서비스 ‘DJ 말랑이’를 운영하고 있다.
소비자의 선택 기준이 달라지자 콘텐트 기업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멜론은 생성형 AI 기반 음악 큐레이션 서비스 ‘DJ 말랑이’를 운영하고 KT 밀리의서재는 AI 챗봇과 대화하며 책을 읽는 ‘AI 독파밍’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 멜론, KT 밀리의서재 홈페이지 캡처

소비자의 선택 기준이 달라지자 콘텐트 기업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멜론은 생성형 AI 기반 음악 큐레이션 서비스 ‘DJ 말랑이’를 운영하고 KT 밀리의서재는 AI 챗봇과 대화하며 책을 읽는 ‘AI 독파밍’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 멜론, KT 밀리의서재 홈페이지 캡처

KT 밀리의서재는 AI 챗봇과 대화하며 책을 읽는 ‘AI 독파밍’을 운영하고 있다. 네이버웹툰 모회사 웹툰엔터테인먼트는 창작 플랫폼 ‘캔버스’에 AI 번역 기능을 도입해 작품을 여러 언어로 서비스하겠다고 밝혔다.

콘텐트업계 관계자는 “신규 이용자를 확보하는 것만큼 기존 이용자가 계속 서비스를 찾을 이유를 만드는 일이 중요해졌다”며 “AI는 콘텐트를 더 쉽고 편리하게 이용하도록 돕는 새로운 경쟁 요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b.이슈
비크닉이 흘러가는 유행 속에서 의미 있는 이슈를 건져 올립니다. 사람들의 발길을 이끄는 매력적인 공간을 탐색하고, 시대와 호흡해 성장하는 브랜드와 기업을 조명합니다. 비즈니스적 관점은 물론, 나아가 삶의 운용에 있어 유의미한 ‘인사이트’를 전합니다.





이지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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