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7월 광둥(廣東)성 선전(深圳)의 로봇 기업 주지둥리(逐際動力·LimX Dynamics)가 약 2억 달러 규모의 프리 IPO(Pre-IPO) 투자를 유치했다. 설립 4년밖에 되지 않은 이 기업은 반년 만에 총 4억 달러를 끌어모았고, 투자 후 기업가치는 150억 위안(약 3조2700억원)으로 평가됐다.
앞서 체화지능 기업 쯔볜량(自變量)로봇테크회사(X Square)의 기업가치도 200억 위안(4조3600억원)을 넘어섰고, 콰웨이즈넝(跨維智能·DexForce)도 기업가치 100억 위안(2조1800억원)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불과 한 달 사이 선전의 여러 로봇 기업이 잇달아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선전의 로봇 산업은 중국에서도 단연 두각을 나타낸다. 난산(南山)구 '로봇 밸리'에만 산업사슬 기업 200여 개와 국가급 '전정특신(專精特新, 전문화·정밀화·특색화·참신화)' '작은 거인(小巨人·강소기업)' 기업 32개가 모여 있다.
양첸(楊倩∙가운데) 쯔볜량(自變量)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지난 3월 27일 선전(深圳)시 난산(南山)구에 위치한 쯔볜량로봇테크회사(X Square)에서 유연한 물체를 집어 올리는 로봇의 임무 수행 과정을 소개하고 있다. 신화통신
올 여름 남중국해 연안에서는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이 한창 활기를 띠고 있다.
지난 16일 중칭(眾擎)로봇테크의 'URKL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 자유격투 리그' 개막전이 열렸다. 금속이 부딪치는 소리와 알고리즘 간 경쟁이 어우러진 'SF 영화' 같은 장면을 연출하며 휴머노이드 로봇의 상용화 가능성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6월에는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1호 상장사'로 불리는 선전 기업 유비텍(UBTECH, 優必選)이 초고도 생체모사 로봇을 공개했으며, 주문량은 이미 1만 대를 넘어섰다. 5월에는 선전증권거래소가 러쥐(樂聚)로봇기술회사 창업판(創業板) IPO 신청을 접수하면서 이 회사는 창업판 제4상장 기준을 적용받은 첫 상장 신청 기업이 됐다.
투자 열기도 뜨겁다. 쯔볜량은 올 4월 이후 네 차례 연속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기업가치가 200억 위안(4조3600억원)을 넘어섰다. 또한 바이트댄스, 알리바바, 메이퇀(美團), 샤오미(小米) 등 중국 4대 인터넷 기업으로부터 모두 전략적 투자를 받은 중국 유일의 기업이 됐다.
중칭 로봇은 사람과 흡사한 걸음걸이로 선전 시내 교차로에서 순찰 임무를 수행하고, 러쥐 로봇은 자동차 공장에서 부품을 정밀하게 운반한다. 쯔볜량 로봇은 환경미화원과 협력해 가사 업무를 수행한다. '예전에는 사람이 일을 찾았다면, 이제는 일이 로봇을 찾는 시대'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선전의 로봇 산업 총생산액은 2426억 위안(52조8868억원)으로 전년 대비 20.56% 증가했다. 휴머노이드 로봇 생산량은 34만3400대로 83.1% 늘었으며, 산업 생산액과 기업 수, 상장주체 수, 투자유치 건수 모두 중국 1위를 기록했다.
선전의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이 급성장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난산구 양타이산(陽臺山)과 탕랑산(塘朗山) 사이 계곡을 따라 약 15㎞에 걸쳐 이어진 류셴다다오(留仙大道)는 주요 산업 단지를 연결한다. 그 주변에는 쯔볜량, 푸두로보틱스(普渡·Pudu Robotics), 윈징(雲鯨·Narwal), 주지둥리 등 로봇 기업들이 자리 잡아 이른바 '선전 로봇 밸리'를 형성하고 있다. 또한 선전대학, 남방과학기술대학, 칭화(清華)대학 선전국제대학원, 베이징대학 선전대학원, 하얼빈(哈爾濱)공업대학(선전), 중국과학원 선전선진기술연구원 등 최고 수준의 대학과 연구기관도 밀집해 있다.
선전 로봇 밸리는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성장 산업'이 아니라 산업 생태계가 자연스럽게 성장한 결과물이다. 리쥐안(李娟) 난산구 공업정보화국장은 웨강아오 대만구(粵港澳大灣區·광둥-홍콩-마카오 경제권)의 탄탄한 전자정보 산업 기반과 메카트로닉스 기술 경쟁력, 여기에 선전경제특구 및 난산구의 '과학기술 강구(強區)' 기반이 더해져 로봇 산업이 도약할 수 있는 최적의 토양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렁샤오쿤(冷曉琨) 러쥐로봇기술회사 창업자는 "휴머노이드 로봇은 기술 발전 속도가 매우 빨라 보통 1년도 채 되지 않아 한 차례씩 업그레이드된다"며 "선전에서는 제품을 한 번 업그레이드하려고 하면 당일 공급업체를 모두 모을 수 있고, 그날 밤이면 협력도 성사된다"고 말했다. 산업사슬과 자본사슬, 인재사슬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생태계는 선전이 로봇 기업 및 혁신 자원을 지속적으로 끌어들이는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 1월 16일 선전시 룽강(龍崗)구에 위치한 세계 최초 로봇 6S 매장에서 체화지능 로봇을 선보이는 직원. 신화통신
선전은 이미 한발 앞서 나가고 있다.
지난해 초부터 전 시간대·전 지역·전 산업 분야에 걸쳐 응용 시나리오를 적극 개방하겠다는 방침을 내놓고, 특히 교육과 가정, 의료·실버케어 등 서비스 분야는 물론 산업 제조, 보안 순찰, 재난 구조 등 분야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의 시범 적용을 적극 추진해 왔다.
이 같은 테스트베드 역할은 룽강(龍崗)구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중국 최초의 로봇 거리인 룽강구 로봇 거리에는 로봇대로를 중심으로 로봇 극장과 인공지능(AI) 6S 매장이 들어서 있으며, 거리 곳곳에는 로봇 부품 전문점 및 로봇 경찰초소 등 10여 개의 테마 전시관이 조성돼 있다. 이를 통해 연구개발부터 테스트, 전시, 운영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생태계를 구축했다.
선전은 오는 2027년까지 기업가치 100억 위안(2조1800억원) 이상 기업을 10곳 이상, 연매출 10억 위안(2180억원) 이상 기업을 20곳 이상 새로 육성할 계획이다. 또 10억 위안 규모 이상의 응용 시나리오를 50건 이상 조성한다는 목표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