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180㎝에 몸무게 93㎏의 고도 비만, 실명 위기인 왼쪽 눈…. 직장인 시절, 어수영(68)씨의 몸 상태다. 첫 회사인 한국전력에 스물여섯에 입사해 잦은 야근과 회식, 거래처 접대로 업무 스트레스가 이어지자 그의 몸 여기저기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30대가 넘어서니 대사증후군에 시달렸고, 두 번째 회사로 이직한 40대 이후엔 퉁퉁한 몸집의 배 나온 아저씨가 됐다.
50대부터는 눈 통증에 시달렸다. 그저 ‘피곤해 그러려니’ 하고 넘겼다. 그렇게 몇 해가 지나 건강검진을 했는데, 결과를 본 담당 의사가 “상태가 심각하다”며 “당장 수술해야 한다”고 했다. 곧바로 서울대병원으로 옮겨 긴급 수술을 했지만 결국 왼쪽 눈 실명 판정을 받았다.
한국전력 등에서 전기 기술 전문가로 일하다 퇴직한 뒤 크로스핏 체육관장이 된 어수영씨가 고강도 운동의 효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김부규
수술 이후, 의사는 “직장 생활을 할 수는 있다. 하지만 절대로 스트레스를 받아선 안 된다”고 신신당부했다. 책임감이 강한 어씨에게 ‘스트레스 받지 않는 직장 생활’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곧장 사직서를 제출했다.
당시 나이 53세. 한국전력에서 18년, 중소기업으로 옮겨 10년을 근무했던 시점이었다. 적지 않은 나이에 두 번의 퇴직을 하고, 건강까지 망가지니 직장인의 삶은 이제 끝이라고 생각했다.
" 그래도 사람이 죽으란 법은 없더라고요. 이전 직장들에서 성실하게 일했던 제 모습을 좋게 봐주신 분들 덕분에 신생 기업의 ‘기술 자문’ 역할을 맡을 수 있었어요. 업무량을 대폭 줄이고 급여도 절반 정도만 받으면서 65세까지 직장 생활을 이어갔습니다. "
이제 직장인의 삶을 모두 마무리한 지 3년째다. 지금 그의 모습은 ‘대반전’ 그 자체다. 대사증후군으로 비만했던 몸은 65㎏으로 날렵해졌다.
68세인 어수영씨는 최근 병원에서 받은 근검사 결과, 20대의 악력과 근질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진 김부규
건강 악화로 비만에 시달리며 시력까지 잃었던 뚱보 아저씨는 어쩌다 인생 2막에 몸짱으로 변신할 수 있었을까.
한국전력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내내 과중한 업무에 시달렸습니다. 저는 주어진 업무는 물론, 남들이 안 하는 일까지 찾아서 하는 스타일이었거든요. 도면을 많이 쓰는 한전에 캐드 프로그램을 처음 도입한 게 저였어요. 습관적으로 반복되는 업무 비효율을 찾아서 하나씩 개선하는 게 정말 뿌듯하더라고요. 그렇게 일을 늘려가다 보니 거의 매일 야근을 했죠. 30대 중반쯤 되니 대사증후군이 생기더군요. 체중이 계속 늘어나 최고 93㎏까지 갔어요. 고지혈증에 중성지방과 나쁜 콜레스테롤 수치도 너무 높았고 지방간도 심했어요. 만성피로증후군이었는데 운전하다가 저도 모르게 깜빡 조는 바람에 목숨을 잃을뻔한 일도 있었어요.
병원에선 늘 “일을 줄이고 스트레스를 피하라” “체중 감량을 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결국 살려고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수영부터 했어요. 진짜 열심히 했더니 1년 만에 25㎏ 빠지더군요. 스트레스도 많이 줄고요. 그때 처음으로 ‘아, 운동이란 게 건강과 스트레스 관리에 이렇게 효과적이구나’라는 걸 체감했어요.
직장 생활을 하던 시절 어수영씨의 모습. 과로로 인한 대사증후군에 시달리며 고도 비만으로 고생했다. 사진제공 어수영
Q : 업무 과다로 인해 시력까지 잃으셨다고 들었습니다.
“눈 통증이 심상치 않아 병원에 찾아갔더니 이미 망막박리가 90% 이상 진행된 상태였습니다. 긴급 수술을 받았지만 시력 회복이 불가능했어요. 그나마 안구 적출을 하지 않은 걸 다행이라 여겼습니다.”
그랬던 그에게 기적이 벌어졌다.
“신기하게도 시력이 돌아오고 있다.” 그 비법은 ‘이 운동’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