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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통일” 외치다 역풍…‘中 국뽕’ 영화, 개봉 닷새 전 상영금지

중앙일보

2026.07.24 14:00 2026.07.24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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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개봉하려다 21일 갑작스럽게 중단된 중국 영화 '펑후해전' 의 영화 포스터. 중국 바이두 캡처

25일 개봉하려다 21일 갑작스럽게 중단된 중국 영화 '펑후해전' 의 영화 포스터. 중국 바이두 캡처

50척의 모형 군함을 직접 제작했다. 수만㎡ 면적의 대형 세트장도 여러 곳이다. 동원된 엑스트라 배우만 4만5000명. 두장(杜江)·자오리잉(趙麗穎) 등 톱배우가 출연했다. 올해 여름 중국 극장가 흥행을 이끌 블록버스터 영화로 손색이 없었다. 하지만 공개를 닷새 앞두고 갑작스레 상영이 중단됐다.


25일 중국 전역에서 개봉할 예정이었던 영화 ‘펑후해전(澎湖海戰)’ 얘기다. 홍콩 성도일보와 중국 차이원(財聞) 등에 따르면 펑후해전은 지난 20일 개봉이 막혔다. 홍보 및 사전 예약, 디지털 영상 제작도 중단됐다.

중국 당국의 상영 허가가 내려지지 않은 탓이란 분석이 나온다. 25일 현재 펑후해전은 중국 영화를 규제하는 국가영화국 홈페이지에 공개된 상영 허가를 받은 영화 목록에 포함되지 않았다.




청나라 대만 정복기 다뤄

25일 개봉하려다 상영이 갑자기 중단된 중국 영화 펑후해전의 포스터. SNS 캡처

25일 개봉하려다 상영이 갑자기 중단된 중국 영화 펑후해전의 포스터. SNS 캡처

펑후해전은 청나라의 대만 정복기를 다뤘다. 1683년 청 4대 황제 강희제의 명을 받은 푸젠성 해군 제독 스랑(施琅)이 대만섬과 인근 펑후 제도를 장악하고 있던 정씨 왕조의 동녕국과 싸워 대만을 청나라에 복속시킨 전쟁을 그린다.


2021년 일찌감치 촬영 허가를 받은 영화의 포스터엔 “대만 통일은 막을 수 없는 흐름(統一台灣 勢不可挡)”이란 8개 글자가 큼지막하게 적혀있다. “대만은 예로부터 중국의 일부였다”는 홍보 문구도 즐겨 썼다. 역사를 통해 향후 달성할 목표인 ‘대만 통일’ 의지를 고취하겠다는 중국 공산당의 생각이 제작 의도에 담뿍 담겨있었다는 얘기다.




대만 통일 선전하려다 반청 정서 키워

25일 개봉하려다 지난 21일 갑자기 상영이 중단된 중국 영화 '펑후해전'의 포스터. 중국 바이두 캡처

25일 개봉하려다 지난 21일 갑자기 상영이 중단된 중국 영화 '펑후해전'의 포스터. 중국 바이두 캡처

그런데 왜 개봉되지 못했을까. ‘한족 중심주의’를 의식한 거란 분석이 나온다. 성도일보는 “스랑의 대만 공격이 역사적으로 매우 논란이 많은 사안”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10월 포스터, 지난 5월 예고편 영상이 공개됐을 때 중국 네티즌이 보인 거센 반발을 가리킨다.

당시 중국 온라인에선 만주족이 세운 청나라가 반청복명(청나라에 반대하고 명나라를 다시 세운다)을 내세운 한족 정권인 동녕국을 공격하는 것에 반발하는 여론이 강하게 일었다. 주인공인 스랑보다 청 해군에 맞서 싸운 동녕국 인물을 동정하는 태도가 많았다.


이에 고심을 거듭한 중국 당국이 영화 개봉을 막았다는 이야기다. 성도일보는 “업계에선 영화가 역사적 사실과 현재의 양안(중국과 대만) 상황을 비교해 지나치게 정치화된 서술을 시도한 게 검열 당국의 심기를 건드린 거로 본다”고 전했다.




“만주족 점령=역사 치욕” 주장까지

청나라 4대 황제 강희제. 사진 위키피디아

청나라 4대 황제 강희제. 사진 위키피디아

펑후해전은 최근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 커진 반청(反淸) 정서를 보여준다. 중국 당국이 내세우는 외세 침략에 의한 ‘100년 치욕의 역사’를 부정하는 기류가 대표적이다.

아편전쟁이 일어난 1839년부터 신중국이 건국된 1949년을 가리키는데, ‘외세’인 청나라가 중국 대륙을 차지한 1644년부터 따져 ‘300년 치욕의 역사’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른바 ‘1644년 사관(史觀)’이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젊은이들은 베이징 자금성 등에서 전통복장으로 명나라 복식의 옷을 입으며 청나라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18일 중국 베이징의 한 거리를 시민들이 걷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 18일 중국 베이징의 한 거리를 시민들이 걷고 있다. EPA=연합뉴스

반청 정서가 중국 젊은이의 불만을 반영한 거란 분석도 나온다. 빈부 격차가 심해지고, 이로 인해 계급 구조가 굳어진 사회에 대한 분노가 담겨 있다는 해석이다. 미 외교전문지 더디플로맷은 “중국 젊은이들은 만주족을 ‘지배 계급’, 한족을 ‘억압받는 계층’으로 보려는 경향을 보인다”며 “소수의견이던 반청 정서와 한족 중심주의가 커진 건 현실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만든 집단적 역사 상상력의 산물”이라고 평가했다.



소수민족 독립 빌미될라…중국, 적극 대처

청나라 영토는 현대 중국의 국경선과 거의 유사하다. 사진 동북아역사재단

청나라 영토는 현대 중국의 국경선과 거의 유사하다. 사진 동북아역사재단

중국 공산당으로선 이런 기류가 부담이다. 현재 중국의 국경선을 만든 건 청나라다. 티베트·신장위구르·네이멍구 자치구 등은 모두 청나라 시절 중국 영토가 됐다. 청나라를 부정한다면 해당 지역에 대한 정당성도 훼손될 수 있다. 한족 중심주의와 반청 정서가 강조될 경우 중국 당국이 내세우는 ‘통일된 다민족 국가’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소수민족의 반감과 독립 의식을 키울 우려도 있다. 대만 통일을 선전하는 영화의 개봉마저 갑자기 중단한 이유다.


중국 당국은 반청 의식을 적극적으로 반박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 저장성 선전부의 매체 저장선전(浙江宣傳)은 지난해 12월 ‘1644년 사관에 주의하라’는 글을 통해 “명나라는 멸망 당시 경제·사회적 문제에 시달렸다”며 “명나라 멸망 책임을 청나라에만 지우는 건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청나라가 현대 중국 국경의 토대를 마련한 공헌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며 “(300년 치욕 역사 주장은) 서구 세력이 청나라를 중국이 아닌 만주족 정권이라 강조하는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승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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