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9기 부산·경남 지방의회 곳곳에서 ‘원 구성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그간 특정 정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다 올해 지방선거로 정당 간 의석 수가 비슷해진 의회들이 자리 싸움으로 극심한 내홍에 휩싸였다. 지역 사회에서는 “유권자가 균형을 맞춰줬는데 ‘감투 욕심’에 협치가 실종되고 민생이 뒷전에 놓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 구성은 의회가 선거 직후 의장단(의장·부의장)과 각 상임위원장을 선출하는 등 정상적인 의정 활동을 시작할 수 있게 조직을 꾸리는 것을 말한다.
경남 사천시의회가 지난 2일 의회 본회의장에서 개원식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사천시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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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대3 → 6대6 만들었는데…균형 깬 ‘기습탈당’
민선 이후 처음으로 여야 동수를 이룬 경남 사천시의회는 최근 의장단 선출 과정에서 불거진 ‘기습 탈당’ 논란으로 의회가 발칵 뒤집혔다.
24일 사천시의회에 따르면 이번 선거 결과, 시의회 전체 12석 중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이 6석씩 얻었다. 지난 의회에선 국민의힘이 과반을 넘긴 9석이었던 반면, 민주당은 3석에 불과했던 것을 감안하면 절묘한 균형이 맞춰진 셈이다.
하지만 이런 균형은 전반기 의장단 선거 직전 깨졌다. 선거(2일)를 하루 앞둔 지난 1일, 의장 후보인 최용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탈당하면서다. 이후 최 의원은 최동환 민주당 의원과 맞붙은 선거에서 전체 12표 중 7표를 얻어 의장에 당선됐다. 민주당은 6대 6 구도에서 최 의원이 기습 탈당 후 국민의힘 6표를 흡수했다고 의심, 이를 ‘밀실 야합’으로 규정했다. 당초 의장 후보로 등록했던 국민의힘 의원이 선거 당일 돌연 사퇴한 것도 이런 의심에 불을 지폈다. 같은 날 부의장에는 국민의힘 의원이 선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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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 표심 왜곡, 배신 행위”
현재 민주당 의원들은 의사 일정을 전면 거부하고 있다. 지역의 여러 시민단체로 구성된 ‘사천시민행동’은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당선된 지 며칠 만에 당적을 버리고 상대 정당과 손을 잡아 의장직을 차지한 행위는 사천시민의 신성한 표심을 왜곡하고 조롱한 명백한 ‘유권자 배신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 “시민들은 6대 6이라는 균형 있는 의석을 만들어줬다”며 “서로 견제·소통하며 상생의 정치를 펼치라는 시민의 엄중한 명령이었는데, 시의회는 출범과 동시에 이 명령을 정면으로 거역했다”고 비판했다.
경남 통영시의회가 지난 6일 의회 본회의장에서 임시회를 열고 의장단 선거 등 진행하고 있다. 사진 사천시의회
경남 양산시의회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 의장 선거 때 국민의힘 후보가 민주당 표를 흡수, 의장에 당선되면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의사 일정을 보이콧하면서 의회 기능이 사실상 마비된 것이다. 당초 국민의힘은 당내 의장 후보로 김판조 의원을 내세웠지만, 같은 당 박일배 의원은 독자 출마해 당선됐다. 이에 국민의힘 의원 전원이 지난 20일 열린 임시회에 불참, 정족수 과반을 못 채워 원 구성이 지연되고 있다. 양산시의회는 국민의힘 11석, 더불어민주당 9석으로 의석 수가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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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구성 갈등에 ‘민생지원금’ 추진 차질
여야 의석이 비슷한 경남 통영시의회 역시 원 구성을 둘러싼 여야 대치로, 민생지원금(1인당 33만원) 추진에 제동이 걸렸다. 원 구성 파행으로 의회가 정상 개원하지 못하면서 민생지원금 조례·추경안 심의가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통영시가 목표한 오는 8월 민생지원금 지급도 불투명해졌다. 지난 민선 8기 때 의회 의석 수는 국민의힘 8석, 민주당 4석, 무소속 1석으로 국민의힘 다수당이었지만, 이번엔 민주당 7석, 국민의힘 6석, 무소속 1석으로 다수당이 민주당으로 바뀌었다.
23일 기준 부산 강서구의회 홈페이지에 '의장 인사'란이 비어 있다. 사진 강서구의회 홈페이지 캡처
부산도 마찬가지다. 여야 의석수 비슷한 강서구의회(국민의힘 4석, 민주당 4석), 북구의회(국힘 7석, 민주당 7석), 수영구의회(국민의힘 5석, 민주당 4석)가 여야 대립으로 의장단 선출이 무산되거나 의회 개원식 불참하는 등 파행을 겪었다.
조재욱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의회 내 균형을 맞춘 표심을 반영해 출범 초기에는 서로 상생·협치하는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는데, 그렇지 못하고 시민들 눈살을 찌뿌리게 했다”며 “의석수에 준해 자리를 배분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