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경기 여주시 소양천에서 발견된 악어. 국제멸종위기종 1급인 샴악어로 추정된다. 여주시
지난 18일 오전 11시27분쯤 경기 여주시 창동 소양천. 산책하던 행인 A씨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악어 한 마리가 하천 주변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악어는 A씨 등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소방 당국에 의해 30분 만에 포획됐다. 몸길이 50㎝, 꼬리까지 합하면 70~80㎝ 정도 크기로 몸무게는 1.5㎏ 정도다.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여주소방서 이덕구 소방교는 “처음 ‘악어가 나타났다’는 신고를 받았을 때 ‘설마’하는 마음으로 출동했는데 진짜 악어가 하천을 헤엄치고 있어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외래종들이 전국 곳곳에 출몰하고 있다. 국내 환경에선 볼 수 없는 악어와 대형 뱀, 거북이 등이 등장하고 토착화된 생물들까지 나오면서 환경 파괴 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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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시 악어는 멸종위기종 1급 ‘샴악어’ 추정
소방 당국으로부터 소양천에서 발견된 악어를 인계받은 여주시는 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에 사진과 영상을 보내 종 분석을 의뢰했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이 ‘샴악어’로 추정하고 있다.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에 분포하는 악어로 유속이 느린 강가나 늪지 등에 사는데 최대 3~4m까지 자란다고 한다.
여주시 등은 이 악어가 애완용으로 키우다 유기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샴악어는 현재 야생에선 사실상 멸종된 상태다. 사이테스(CITES·국제적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의 교역에 관한 국제협약)엔 국제멸종위기종 1급으로 등재됐다. 국제적으로 학술 연구 등 목적 외에 허가 없이 포획이나 거래, 소유가 금지된다. 일각에서 밀수 가능성까지 언급되면서 경찰도 유기·밀반입 여부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여주시는 소유자를 찾는 ‘유기 동물 발생 공고’를 한 뒤 소유자가 끝까지 나타나지 않으면 악어를 국립생태원으로 보낼 계획이다.
지난 1일 경기 양주시 한 아파트에선 1m 길이의 뱀으로 인한 포획 소동이 벌어졌다. 뱀의 정체는 북아메리카에 주로 사는 블랙킹스네이크였다. 독은 없지만, 성체는 90㎝에서 최대 1m 20㎝까지 자란다. 국내에선 애완용으로 사육된다고 한다. 소방 당국은 해당 뱀이 인근 주택에서 탈출한 것으로 추정하면서도 주인을 찾지 못하자 인적이 드문 하천에 방생했다. 지난 5일엔 부산 남구의 한 하수구 주변에서 100마리가 넘는 크레스티드게코 도마뱀 새끼들이 무더기로 발견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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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곳곳에서 발견되는 외래종…토착화되기도
미국과 캐나다 원산인 늑대거북과 미국 남부·멕시코 일대에서 주로 사는 붉은귀거북은 이제 전국 곳곳의 하천에서 발견된다. 애완용으로 키우다 방생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들 거북이는 먹성이 좋고 수명이 길다. 물고기는 물론 개구리, 곤충, 작은 도마뱀 등까지 닥치는 대로 먹어 치운다. 늑대거북의 수명은 50~60년 이상, 붉은귀거북도 35~40년을 산다. 환경부는 이들 외래 거북이를 생태계 교란 생물로 지정한 상태다. 더욱이 늑대거북은 강한 턱 때문에 물리면 손가락이 절단될 수도 있다고 한다.
15일 경기 김포시에서 포획된 애완용 도마뱀. 사진 경기소방본부
2024년 경기 김포에선 1m 길이의 애완용 테구도마뱀이 탈출해 지자체에서 재난 문자까지 보내는 소동이 벌어졌다. 2023년 7월엔 경북 영주시에서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남쪽에서 주로 발견되는 사바나 왕도마뱀이 포획됐다.
소방청에 따르면 전국 유기·탈출 등 동물 구조 건수는 2023년 10만568건, 2024년 9만8048건, 지난해 9만315건이다. 개·고양이 등 포유류가 70~80%를 차지하는데 파충류도 2023년 1만3455건, 2024년 1만5219건, 지난해 1만6632건 등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한 소방대원은 “과거는 들개나 멧돼지 등 야생 동물과 관련된 포획 신고가 많았지만, 요즘은 뱀이나 도마뱀, 거북이 등 외래종과 관련된 신고도 적지 않다”며 “탈출 가능성도 있지만, 상당수가 유기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인천 부평구 갈산동 한 공원에 출몰한 늑대거북. 연합뉴스
일부 외래종은 해를 거듭하며 생존하는 등 토착화되고 있다. 중국 남부나 일본 오키나와가 원산지인 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 북아메리카에서 온 담수어 배스, 북아메리카·미국·캐나다 출신의 황소개구리, 1970년대 대만에서 들여온 대만 꽃사슴 등이 대표적이다. 철새인 백로와 왜가리 일부도 텃새화됐다. 국립생물자원관이 발간한 ‘2024 국가생물 다양성 통계자료집’에 따르면 기후변화와 국제교역 증가 등으로 유입 주의 생물 지정 종수는 2015년 55종에서 2024년 853종으로 15배 이상 늘었다. 생태계 교란 생물 지정도 같은 기간 18개 분류군에서 40개 분류군(1속 39종)으로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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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종 밀수도…야생생물 보호·관리 가능한가
여주 악어 같은 멸종위기 외래종은 밀수됐을 가능성이 크다. 더불어민주당 김주영 의원이 관세청과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10년간 국제적 멸종위기종 밀반입 단속은 2022년부터 2025년까지 51건이 적발됐다. 거북이(29건)가 가장 많고 뱀(17건), 악어(13건), 도마뱀(14건), 도롱뇽(8건) 등이다. 국제적 멸종위기종 구조 신고도 같은 기간 42건(라쿤 35건, 앵무류 3건, 거북류 4건) 이다.
무더기로 출몰해 논란이 된 붉은등우단털파리(러브버그). 중국 남부가 원산지인 외래종이다. 연합뉴스
문제는 현재 유기동물 관련 정책은 개·고양이 등 포유류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오는 12월부터 사육 중인 이색 애완동물 신고제가 포함된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시행되지만, 반려인이 신고를 누락해도 지자체가 확인할 방법이 없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립생태원이 운영하는 유기·방치 야생동물 보호시설도 이미 포화상태다.
박용수 국립생태원 박사는 “토착화된 외래생물은 천적이 없는 경우가 많아서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농산물 이력추적처럼 해외에서 외래종을 들여올 때부터 추적·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의무적으로 도입하게 하는 등 체계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