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우주소녀 다영은 2023년 경기 안산 HD건설기계 교육센터에서 교육을 받은 뒤 3t 미만 굴착기 조종면허를 취득했다. 유튜브 '워크맨' 캡처
“지게차 포크(전면부 물건을 적재하는 곳) 높이를 더 낮추세요. 지면에서 20~30㎝만 띄우고 이동해야 합니다.”
지난 24일 경기 안산시 HD건설기계 안산기술교육센터에서 만난 김종화 교관(HD건설기계 대리)이 목소리를 높였다. 지게차 조종석에 앉은 교육생 오모(34)씨는 ‘아차’싶단 표정을 지은 뒤, 팔레트를 실은 포크를 내리고 천천히 앞으로 나갔다. 김 교관은 “짐을 높이 들고 주행하면 무게중심이 흔들려 지게차가 엎어질 수 있다”며 “포크를 낮추고 이동하는 동작이 몸에 배어야 한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지게차·굴착기 등을 운행할 수 있는 ‘건설기계 조종사 면허증’은 중·장년층의 ‘인생 2모작’ 준비용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20·30세대와 여성의 ‘직무 확장형 자격증’으로 주목받고 있다.
김종화 HD건설기계 대리가 교육생들에게 지게차 조작 시 주의할 점을 설명하고 있다. 고석현 기자
HD건설기계 안산기술교육센터에서 교육생 오모씨가 지게차 운행 실습을 하고 있다. 고석현 기자
경기 시흥의 금속 절삭가공업체에서 근무하는 오씨는 “중처법(중대재해처벌법)도 시행됐고 회사가 안전사고를 예방하려고 면허 따는 걸 독려해서 교육을 받게 됐다”며 “직접 조작해보니 밖에서 볼 때와 달리 안전운행을 위해 신경써야 할 게 한 두 개가 아니다”고 말했다.
1종 보통 운전면허증을 보유한 경우, 이곳에서 2~3일간 필기·실기 교육을 이수하면 ‘소형(3t 미만) 건설기계 조종사 면허증’을 취득할 수 있다. 지게차·굴착기는 2일(12시간), 로더(Loader)는 3일(18시간) 교육이 진행된다. 3t 이상 건설기계 면허의 경우 별도의 국가기술자격 필기·실기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HD건설기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교육 이수자는 1090명(지게차 956명, 굴착기 134명)에 달한다. 여성 수강생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걸그룹 우주소녀 멤버 다영도 이곳에서 교육을 받고 3t 미만 굴착기 조종사 면허증을 취득했다. 다영은 농가 봉사활동에 참여해 굴착기 조종실력을 뽐내기도 했다. HD건설기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재취업이나 귀농·귀촌을 준비하는 중장년층 수강생 비중이 높았지만, 최근엔 20·30대와 여성 수강생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3t 이상 중장비 조종자격증을 위한 국가기술자격시험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난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굴착기의 경우 합격자 1만8753명 중 여성이 1061명으로 5.6%를 차지했다. 2020년 합격자 중 여성 비중은 2.4%에 불과했는데, 5년 새 3.2%포인트 늘었다.
같은 기간 지게차도 합격자 6만5779명 중 여성이 4.6%(3021명)로, 2.7%포인트 증가했다. 불도저·천장크레인·로더·롤러 등 다른 중장비에서도 여성 취득률이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걸그룹 우주소녀 다영은 2023년 경기 안산 HD건설기계 교육센터에서 교육을 받은 뒤 3t 미만 굴착기 조종면허를 취득했다. 유튜브 '워크맨' 캡처
이유가 뭘까. 정하정 HD건설기계 안산기술교육센터 부원장은 “자격증이 있으면 소방공무원 등의 채용에서 가산점을 받을 수 있고, 물류·운송 현장에서 추가 업무를 맡아 높은 수당을 받을 수 있다”며 “취업이나 업무에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실용적 자격증’을 선호하는 요즘 세대의 특성이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면허 취득이 곧바로 고소득 일자리 취업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각 현장의 상황이나 작업방식이 다르다 보니, 업무에 즉시 투입할 수 있는 ‘숙련자’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정 부원장은 “건설기계 조종사 면허증은 현장에 들어가기 위한 출발점”이라며 “최근 건설기계에서도 자율운행 기술 등이 확대하고 있지만, 현장에선 돌발상황에 대한 판단과 작업자 간 소통이 여전히 필요해 숙련 기술자를 찾는 수요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