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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옥금의 한국에 산다는 것] 폭행 피해 신고했더니 수갑을 채웠다

중앙일보

2026.07.26 08:06 2026.07.26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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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옥금 베트남 출신 이주여성·이주민센터 동행 대표

원옥금 베트남 출신 이주여성·이주민센터 동행 대표

전남의 한 공장에서 일하던 베트남 노동자 A씨는 지난주에 작업 중 동료가 휘두른 망치에 얼굴을 맞아 뺨이 관통되는 중상을 입었다. 피가 뿜어져 나오는 참담한 고통 속에서도 A씨는 스스로 112에 신고했다. 한국은 법치국가이고, 폭력을 당했을 때 경찰의 도움을 받는 것은 사람으로서 당연한 권리라 믿었기 때문이다.

망치에 뺨 뚫리는 큰 부상 당해
112 신고하자 불법체류로 체포
말뿐인 통보 면제 제도 손봐야

그러나 현장에 도착한 경찰의 시선은 붉게 물든 상처가 아닌 그의 신분으로 향했다. 피의자가 유유히 공장을 빠져나가는 동안, 경찰은 피를 흘리는 A씨에게 수갑부터 꺼내 들었다. A씨가 “나는 피해자입니다”라고 계속 외쳤지만 경찰은 “네, 네, 피해자 맞아요. 불법체류자라서 체포하는 겁니다”라고 조롱하듯 말하며 수갑을 채웠다. 통역과 변호인의 조력을 요청하자 “너는 불법체류자라 그런 권리가 없다”는 냉소가 돌아왔다. 5~6명의 경찰이 달려들어 팔을 꺾고 목을 누르는 과정에서 상처가 다시 터져 바닥에 피가 사방으로 퍼졌고, A씨는 의식을 잃어갔다. 병원으로 옮겨진 뒤에도 손목의 수갑은 풀어지지 않았다.

정부는 미등록 이주민이 범죄 피해를 입고도 강제 출국이 두려워 신고하지 못하는 사태를 막기 위해 ‘공무원의 통보의무 면제 제도’를 만들어두었다. 출입국관리법과 동법 시행령에 따르면, 폭행이나 임금체불 등의 범죄 피해를 입은 미등록 외국인이 신고할 경우 공무원은 그 신원 정보를 출입국관서에 통보하지 않고 우선 구제해야 한다.

베트남 공동체 활동과 이주민 상담을 이어가던 2013년 무렵, 경찰청으로부터 안내자료를 받았다. 미등록 체류자라도 범죄 피해를 입으면 신분 불이익 없이 보호받을 수 있으니 당사자들에게 널리 알려 달라는 홍보 요청이었다.

당시 상담 현장은 작은 희망에 부풀었다. 매를 맞아도, 성희롱을 당해도 숨죽여 울어야 했던 이주노동자들에게 “한국 법이 이렇게 바뀌었으니 안심하고 신고하라”고 권했다. 하지만 그 믿음이 무너지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경찰의 약속을 믿고 112나 경찰서의 문을 두드렸던 이들이 피해 조사는커녕 출입국관리사무소로 인계되어 강제 추방당하는 일이 연달아 발생했다. 국가의 약속을 믿으라 권했던 내 말이, 결과적으로 그들을 추방의 낭떠러지로 떠밀어 버린 꼴이 되었다.

13년이 지난 지금, A씨의 사례는 이 제도가 여전히 얼마나 허구적인지 적나라하게 폭로한다. 세월이 흘렀어도 현장 경찰관들에게 통보의무 면제는 까마득한 남의 나라 이야기였다. 피해자의 생명과 안전을 구하는 수사관이 아니라, 미등록 체류자를 실적으로 낚아채는 단속반처럼 행동한다. 가해자는 놓치고 피해자에게 수갑을 채운 주객전도의 공권력이다.

더욱 씁쓸한 것은 이 공모의 구조다. 현장에 있던 회사 관계자들은 핏자국을 지우며 사건을 은폐하려 했고, 경찰에게 “미등록 체류자이니 빨리 수갑을 채워 추방하라”고 종용했다. 미등록 노동자가 폭행이나 임금체불을 당했을 때 사업주들이 전매특허처럼 꺼내 드는 무기가 바로 ‘출입국 신고’다. 법이 ‘통보의무 면제’라는 모호한 울타리만 쳐놓은 사이, 악덕 사업주와 공권력의 무관심은 미등록 노동자를 법의 완벽한 사각지대로 밀어 넣고 있다.

현행 제도는 통보를 ‘면제할 수 있다’는 식의 임의적 구조인 데다, 지침을 위반해 피해자를 체포한 공무원에 대해 아무런 제재 조치가 없다. 이래서야 어떤 이주노동자가 목숨이 위태로운 순간에 112를 누를 수 있겠는가. 경찰 스스로 홍보했던 법마저 현장에서 외면 받고 있는 가슴 아픈 현실이다.

이제는 ‘면제’라는 시혜적 단어를 버려야 한다. 범죄 피해나 인권 침해를 당한 이주민이 사건 조사와 피해 구제를 완료할 때까지 출입국관서 통보를 법적으로 엄격히 금지하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 한 인간이 둔기에 맞아 피를 흘릴 때, 체류 자격보다 그의 생명과 인권을 먼저 구하는 것이 국가라는 공동체의 최소한의 품격이다.

“한국에도 인권이 있고, 나도 사람이다. 왜 나를 이렇게 대하는가.”

그 질문은 뺨의 상처보다 더 깊게 우리 사회의 양심을 파고든다. 존엄에는 비자가 없다. 13년 전 경찰이 건넸던 그 안내문이 더는 거짓 약속이 되지 않도록, 이제는 종이 위에 갇혀 있는 허울뿐인 제도를 깨뜨리고 진짜 사람을 구하는 법을 작동시켜야 한다.

원옥금 베트남 출신 이주여성·이주민센터 동행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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