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스스로에게 뭘 좋아하는지 질문을 던졌는데 답을 못 찾고 있더라. 10년간 ‘데이식스’의 ‘영케이’로 최선을 다하느라, 정작 인간 ‘강영현(본명)’이 뭘 하고 싶은지도 모른 채 살았던 거다. 외면했던 나를 찾는 일, 거기서부터 작업을 시작했다.”
청춘을 노래하는 밴드 ‘데이식스’에서 작사·작곡을 맡아온 영케이(33)가 2년 10개월만에 자신만의 이야기를 들고 돌아왔다. 자작곡 15개 트랙이 수록된 그의 두 번째 솔로 앨범 ‘영기스트(YOUNGEST)’가 27일 공개된다. 22일 서울 동대문구의 한 호텔에서 기자들을 만난 그는 “사랑 받기 위해 만들어진 아티스트 ‘영케이’와 부족한 면도 많은 나, 둘 사이의 무수한 결 중에 가장 솔직한 모습을 앨범에 담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Q : 왜 지금, 본인에게 천착했나.
A : 작년이 데이식스 10주년이었다. 한 해 동안 다양한 이벤트들을 최선을 다해 소화해냈다. 이제 ‘강영현’한테도 눈 돌려줄 시간이 됐다.
Q : 그렇게 들여다본 자신은 어땠나.
A : 옹졸하고 연약하고 상처받는 사람. 부족하단 걸 인정해야 했다. 고통스러웠다. 그래도 나 스스로를 보듬는 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했다.
이번 앨범의 타이틀 곡은 ‘셧 더 도어(Shut the door)’다. “문을 닫고 혼자가 되는 순간 자유로워지는 내 모습을 담았다”고 했다. 가사에는 혼잣말 같은 푸념이 묻어난다. “또 시작이야/왜 날 못 잡아먹어서/아주 안달 나 있어”, “믿었던 친구들은 또 내 뒷담이나 하고/진심은 통한다는데 대체 왜”라는 원망도 이어진다. “아름다운 청춘의 한 장/함께 써내려가자”(‘청춘의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 가사)며 손을 내밀던 그의 모습과 사뭇 다르다.
지난 2023년 밴드그룹 데이식스의 영케이가 서울 노원구 광운대학교 동해문화예술관에서 첫 솔로 콘서트를 열었다. [사진 JYP엔터테인먼트]
Q : 다소 어둡다.
A : 내 안의 불만, 아픔, 상처 같은 속내를 드러내는 과정에서 메시지가 그렇게 나왔다. 3번 트랙 ‘에프월드’는 세상에 가운뎃손가락을 내미는 곡이다. ‘나보고 뭐 어쩌라고’라고 외치는…. 1번 트랙 ‘마리오네트’는 실에 매달린 마리오네트 인형이 자신을 옭아매는 것들을 끊어내고자 하는 자유를 노래한다.
Q : 데이식스 노래와도 다르다.
A : 팀 노래를 만들 때는 우리 밴드 멤버 누가 불러도 어색하지 않도록 ‘빈 칸’을 많이 둔다. 솔로 앨범은 지극히 개인적이다. 예를 들어 ‘스파이크’는 배구 만화를 보다가 쓴 노래다. ‘집으로 향한다’는 군 생활 때 본 광경이 영감을 줬다. 카투사 최고의 전사를 뽑는 ‘베스트 워리어 컴피티션’을 끝내고 귀가하는 길이었다. 버스에서 미군 동료들이 석양을 배경으로 유명 컨트리송 ‘테이크 미 홈, 컨트리 로드’를 부르는 걸 봤다. 나도 컨트리를 쓰고 싶어서 만든 노래다.
간만의 솔로 컴백이지만 “큰 부담은 없다”며 웃었다. 오랜 무명 시절 덕분인 듯 했다. 2015년 데뷔한 데이식스가 음원 차트 1위를 찍은 건 2024년이다. 멤버들의 ‘군백기’ 동안 ‘예뻤어’ ‘추억의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 등의 노래가 소셜미디어에서 바이럴 됐고 2024년 완전체로 컴백해 내놓은 미니 8집 ‘포에버’, 정규 4집 ‘밴드 에이드’ 앨범으로 성과를 냈다.
데이식스 미니 8집 '포에버' 활동 당시 공연 포스터. [사진 JYP엔터테인먼트]
Q : 역주행의 아이콘이다.
A : JYP엔터테인먼트 연습생으로 들어오기 직전엔 내가 세상을 뒤흔들 천재라고 생각했다. ‘연예인병’ 말기였던 것 같다. 물론 여기서 너무 잘하는 다른 연습생들을 보며 바로 바스라졌다.(웃음) 처음부터 각광 받으며 시작했더라면 다시 내려오는 게 두려울 수 있다. 나는 올라가는데 워낙 시간 걸렸다보니 여전히 정점을 찍었다는 사실 자체가 감사하다. 성적은 희망의 영역일뿐, 두려움이나 부담으로 다가오진 않는다.
Q : 밴드 붐의 시초이기도 하다.
A : 그거야말로 부담스러운 타이틀이다.(웃음) 밴드 판이 더 커지고 서로 발전하는 이런 흐름이 기쁘다. ‘웨이브 투 어스’ ‘더 로즈’ 등 해외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한국 밴드들도 지켜보고 있다.
오는 27일 솔로 정규 2집 '영기스트'를 공개하는 영케이. [사진 JYP엔터테인먼트]
다음 달 14~16일엔 인천 인스파이어아레나에서 단독 콘서트도 연다. 표는 티켓 오픈 수 분 만에 매진됐다. 그는 “공연 관련한 모든 회의에 참석하며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며 “팬들과 함께 놀기 위한 갖가지 방법들을 많이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Q : 그래서 ‘진짜 강영현’을 찾은 것 같나.
A : 아직 모르겠다. 다만 이번 앨범 활동이 모두 끝나면 처음으로 나를 위한 선물을 주려 한다. 난생 처음으로 휴양지 여행을 가볼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