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극한폭염이 계속되는 가운데 6일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에 위치한 온도계가 37.1도를 기록하고 있다. 뉴스1
‘띠링.’
서울 용산에 사는 박모(60대)씨는 지난 4일 하루에만 ‘안전안내 문자’를 8통 받았다. 이날 강원 지역으로 이동하는 동안 오전 9시 경기 구리시를 시작으로 경기도, 강원도, 홍천군이 차례로 폭염과 물놀이 안전수칙을 보내왔다. 집으로 돌아오는 오후에는 행정안전부와 소방청, 서울시의 안내 문자까지 줄줄이 이어졌다. 소방청은 똑같은 폭염 전기화재 예방요령을 5시간 30여분 간격으로 2번 보내기도 했다.
박씨는 “3일에는 세워보니 10통이나 왔었다”며 “안전안내 문자가 필요한 건 알겠는데 비슷한 내용이 계속 반복되다 보니 가뜩이나 더운 날씨에 짜증만 난다”고 말했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내려지면서 수시로 울리는 재난문자가 일상이 됐다. 국민 안전을 위한 필수 홍보 수단이지만 반복되는 알림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하루 종일 이어지는 안전안내문자 정보. 사진 독자
7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재난문자는 위험도에 따라 ‘위급재난문자’, ‘긴급재난문자’, ‘안전안내문자’로 구분된다. 위급재난문자는 대규모 재난이나 인명피해가 우려될 때, 긴급 재난문자는 테러나 방사능 누출 예상, 호우 등 즉각적인 대응이 필요한 상황에서 발송된다. 두 문자는 휴대전화에서 최소 40dB(데시벨) 이상의 경보음이 울린다.
반면 안전안내문자는 위급·긴급 상황을 제외한 재난 예방과 행동요령 등을 안내하는데 사용자가 설정한 알림 음량으로 수신된다.
자연재난인 폭염도 재난문자 발송 대상에 포함된다. 폭염경보가 내려지면 해당 지자체는 오전 6시부터 오후 9시까지 안전안내문자를 발송할 수 있다. 여기에 행안부나 소방청 등의 안내까지 더해지면서 하루에 여러 건의 재난문자를 받는 사례도 적지 않다. 재난안전24에 따르면 지난 7월 한 달간 전체 재난문자는 전국적으로 4189건 발송됐다. 이달 들어서도 5일까지 1255건이 뿌려졌다.
반복되는 안내에 일반 시민들은 “비슷한 내용의 문자가 계속 온다”, “업무 중에도 알림이 울려 피로감이 크다”고 토로한다. 이에 대해 지자체 관계자들은 “기록적인 폭염 상황에서 온열질환 등으로 인한 인명 피해를 줄이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스마트폰 설정을 통해 안전안내문자 수신여부를 변경할 수 있다. 중앙포토
위급재난문자를 제외한 긴급재난문자와 안전안내문자는 스마트폰 설정을 통해 차단할 수 있다. 그러나 스마트폰 설정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 등은 이 같은 기능을 모르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박씨도 “알림을 끄는 방법이 있는지 전혀 몰랐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잦은 재난문자가 오히려 경각심을 떨어뜨리는 ‘경보 피로(Alert fatigue)’를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재난문자가 지나치게 자주 발송될 경우 정보 피로가 쌓이면서 위험 인식이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휴스턴 크로니클 보도에 따르면 텍사스에서 홍수와 토네이도, 실종 아동 경보 등이 잇따르면서 일부 주민이 실제 재난 경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례가 이어졌다.
위기 소통 전문가들은 “시민들은 재난문자를 받을 때마다 ‘이번 경보가 정말 나와 관련이 있는가’를 매번 판단해야 한다”며 “며 “경중이 다른 재난이 같은 채널을 통해 반복되면 중요한 경보까지 무뎌질 수 있는 만큼 정말 중요한 경보라면 발송 빈도와 대상, 전달 방식 등을 보다 정교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