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6 전주 하계올림픽’ 유치를 추진 중인 전북도가 서울시의 협력을 얻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이원택 전북지사 취임 이후 김관영 전 지사가 밀어붙인 ‘전북 단독 개최’ 기조에서 한발 물러나 서울시와의 ‘공동 개최’로 방향을 틀면서다. 서울의 경기장과 대형 인프라를 활용해 전북의 부족한 시설·숙박 기반을 보완하고, 올림픽 유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9일 전북도에 따르면, 이 지사는 지난달 김대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을 만나 “현재 전주올림픽 준비 상태로는 쉽지 않다. 그래도 서울-전주, 전주-서울 올림픽이라면 해볼 만하다”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 결국 “서울이 빠지면 올림픽 유치가 어렵다”는 정부 인식을 재확인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이 지사는 여러 루트를 동원해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면담을 추진하고 있다. 올림픽 공동 개최를 공식적으로 제안하기 위해서다. 이 지사는 최근 전북 임실 출신인 김경자 청와대 사회수석을 만나 서울시 설득을 도와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전북도 안팎에선 8~9월 이 지사와 오 시장의 면담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 지사는 6·3 지방선거 당선 전부터 ‘88 올림픽’ 유산을 가진 서울과의 공동 개최를 대안으로 주장해 왔다. 전북의 현재 경기장·숙박·교통 인프라만으로는 국제적 규모의 올림픽을 치르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달 2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감사의정원에서 열린 에티오피아 강뉴합창단-서울시예술단 문화교류 공연 행사를 찾아 1심 선고에 대한 입장 표명을 하고 있다. '명태균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으로 기소된 오 시장은 이날 1심에서 당선무효형인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뉴스1
━
10월 문체부 승인 결정…“서울시와 실무 협의”
전북도는 우선 서울시와 실무 협의부터 진행하고 있다. 문체부가 심사 중인 유치계획서 승인을 받으려면 9월 말까지 서울시의 경기장 사용 승인 협약서를 제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체부는 ▶개최 비용의 현실성 ▶지방비 부담 규모 ▶분산 개최에 따른 수송 대책 ▶기한 내 인프라 구축 가능성 등을 따져 10월 4일 전후로 승인 여부를 최종 통지할 예정이다.
앞서 전북도는 지난해 11월 서울시로부터 ‘시설물 사용 허가서’를 받아 올림픽 전체 33개 종목 중 11개는 전주에서, 8개는 잠실종합운동장(육상)·장충체육관(배구) 등 서울 9개 경기장에서 여는 계획을 세웠다. 경기장 수는 총 51개(전북 32개, 타 지역 19개)로, 나머지 종목은 대구·전남광주·청주 등에서 분산 개최하는 구상이다. 전북도와 서울시는 올림픽 개최를 전제로 경기장 사용과 두 지자체 간 협력 사항 등을 포괄적으로 담은 ‘시설물 사용 승인 협약서’ 체결을 조율 중이다.
일각에선 “전북이 들러리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전북도는 “문체부에 제출한 전북 중심 개최계획서는 변경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이미 서울 경기장 일부를 활용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고, 현재 계획은 전북이 70%, 서울이 30% 정도 역할을 맡는 구조”라며 “서울과의 강력한 연대를 검토 중이지만, 한 단계 더 나아간 ‘공동 개최’ 수준의 협력은 이 지사와 오 시장이 정치적으로 논의할 사안”이라고 했다.
김관영(왼쪽) 전 전북지사가 지난해 2월 2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대한체육회 대의원총회에서 '2036 하계올림픽 유치' 국내 후보 도시에 전북특별자치도가 선정된 후 경쟁을 펼친 오세훈 서울시장과 인사하고 있다. 뉴스1
━
잼버리 오명, 경제성 부풀리기 논란도
풀어야 할 과제도 수두룩하다. 2023년 ‘새만금 잼버리’ 파행으로 행정 신뢰도에 타격을 입은 전북도는 지난 3월 한국스포츠과학원의 전주올림픽 경제성 분석 오류로 B/C(비용 대비 편익)값을 1.03에서 0.91로 뒤늦게 정정했다. 손익 분기점(1.0)을 넘지 못하면서 ‘경제성 부풀리기’ 논란이 일었다.
“올림픽 사업비 추계가 제각각”이란 비판도 있다. 김성수 전북도의원(고창1)은 지난달 16일 본회의 5분 자유 발언을 통해 “올림픽 총사업비는 자료마다 5조3312억원과 6조9086억원, 9조1781억원 등으로 다르게 제시됐고, 경제성 분석도 혼선이 드러났다”며 “유치 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도의회와 정보 공유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에 참가한 각국 대원들이 2023년 8월 8일 전북 부안군 잼버리 대회장에서 조기 철수하고 있다. 기록적인 폭염에 이어 태풍 '카눈'이 한반도에 상륙할 것으로 전망되자 정부와 세계스카우트연맹은 이날 버스 1014대를 동원해 156개국 3만7000여명을 수도권 등 전국 8개 시·도로 대피시켰다. 뉴스1
━
IOC 내년 3월 ‘전략대화’ 도시 선정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의 사법 리스크로 서울시와 협의가 원활하지 못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명태균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으로 기소된 오 시장은 지난달 22일 1심에서 당선무효형인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특검법상 신속 재판 규정에 따라 내년 1월 대법원에서 당선무효형이 확정되면 4월 7일 보궐선거가 치러진다.
이와 관련, 김종필 도 2036하계올림픽유치단장은 “서울시와 실무 협의는 잘되고 있다”며 “숙박과 대형 인프라 등은 하루아침에 만들 수 없기 때문에 서울과의 협력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문체부도 서울과 함께하면 한국의 유치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이해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북도는 오는 20일 문체부·대한체육회·국제올림픽위원회(IOC) 미래유치위원회와 화상회의를 열고 경기장과 선수촌, 교통·홍보 계획 등을 공유할 예정이다. 도는 IOC가 내년 3월께 전략대화 대상 도시를 선정할 것으로 보고 개최 계획 완성도를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IOC는 올림픽 유치 희망 도시와 ‘지속대화-전략대화-집중대화’ 등 3단계 비공식 협의를 거쳐 후보지를 정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커스티 코번트리 IOC 위원장을 접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가능한 시기에 대한민국에서 다시 오륜기를 보게 되면 좋겠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