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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간 중심 잡아온 한국 미술의 산실…‘빛’으로 자축하는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중앙일보

2026.08.09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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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야외 조각공원에 새로 설치된 김하늘의 '스티로폼 소파(어상자)'. 소래포구의 생선을 담던 스티로폼 박스가 '앉는 조각'으로 변신했다.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야외 조각공원에 새로 설치된 김하늘의 '스티로폼 소파(어상자)'. 소래포구의 생선을 담던 스티로폼 박스가 '앉는 조각'으로 변신했다.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건물 어귀에서 조나단 보로프스키의 ‘노래하는 사람’(1994)이 관람객을 환대하듯 소리를 내고, 그 맞은편엔 곽인식의 ‘작품 86-끝없는’(1986)이 우뚝 서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의 3만3000㎡(약 1만평) 부지가 84점 규모의 조각공원이 되기까지 40년이 걸렸다.

1969년 경복궁에서 개관한 국립현대미술관은 1973년 덕수궁 석조전 동관으로 이전했고, 1986년 과천으로 신축 이전했다. 1986년 아시안 게임과 1988년 서울 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야외 조각공원을 조성할 넓은 부지를 찾으면서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의 간판 작품인 백남준의 '다다익선'이 보이는 중앙홀 로비에 설치된 필립 파레노의 '마퀴'.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의 간판 작품인 백남준의 '다다익선'이 보이는 중앙홀 로비에 설치된 필립 파레노의 '마퀴'.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이 개관 40주년을 맞아 조각공원에 신세대 한국 미술가의 5점을 새로 설치했다. 관람객들이 기대어 앉거나 만질 수 있는 작품들이다. 김하늘(28)의 ‘스티로폼 소파(어상자)’는 소래포구에서 생선을 담던 스티로폼 상자들을 모아 차량용 도료를 입혀 만든 40개의 ‘앉는 조각’이다. 황형신(45)은 스테인리스 스틸 박스를 여럿 늘어놓아 하늘과 주변 경관을 비치게 했다. ‘재구성된 풍경’이라는 제목의 이 작품에는 까치들이 즐겨 앉는다.

건축가 김태수가 설계한 미술관 건물 곳곳에도 미디어 아트 소장품을 새로 내놓았다. 2013년 서울관 개관으로 주목도는 떨어지게 됐지만 40년간 그 자리를 지켜오며 한국 미술의 중심을 잡아온 과천관 안팎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는 기획전 ‘빛의 상상들’이다.

평소 관객들의 발길이 닿지 않던 중앙홀 3층 브릿지에 설치된 김아영의 '딜리버리 댄서의 선: 인버스'. 변형 LED 모니터 뒤로 과천의 풍광이 보인다.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평소 관객들의 발길이 닿지 않던 중앙홀 3층 브릿지에 설치된 김아영의 '딜리버리 댄서의 선: 인버스'. 변형 LED 모니터 뒤로 과천의 풍광이 보인다.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조금은 심심해 보이던 로비엔 프랑스 필립 파레노(62)의 샹들리에형 조각 ‘마퀴’(2019)를 설치했다. 극장이나 영화관 입구에 설치되는 전광 간판(marquee)을 모티브로 한 이 작품이 “여기서부터 미술”이라고 알려주듯 깜빡인다.

중앙홀 3층 브릿지에는 김아영(47)의 ‘딜리버리 댄서의 선: 인버스’(2024)가 상영된다. 가상의 도시를 배경으로 여러 시간과 세계를 가로지르는 여성 배달부를 주인공으로 한 ‘딜리버리 댄서’ 시리즈는 이 작가의 출세작이다. 김아영은 지난해 한국인 최초로 LG 구겐하임 어워드를 수상했다. 모니터 뒤로 미술관 밖 자연경관이 한눈에 들어온다.

제임스 터렐의 '상상들, 넓은 직사각형의 곡면 유리'(2021)는 LED 조명과 반투명 직물을 이용한 설치로 빛에 반응하는 눈의 착시를 통해 공간감을 창출한다.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제임스 터렐의 '상상들, 넓은 직사각형의 곡면 유리'(2021)는 LED 조명과 반투명 직물을 이용한 설치로 빛에 반응하는 눈의 착시를 통해 공간감을 창출한다.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새로 구성한 제2원형 전시실에서는 미국 제임스 터렐(83)의 ‘상상들, 넓은 직사각형의 곡면 유리’(2021)를 볼 수 있다. 어둠에 적응한 눈이 시시각각 변하는 LED 조명에 반응하며 공간감을 느끼게 한 작품이다. 터렐과 파레노의 작품은 소장 후 첫 일반 공개다. 칠레 출신 이반 나바로(54)의 네온 조각 ‘무제(쌍둥이 빌딩)’와 ‘에코(벽돌)’는 거울에 무한히 반사되며 우물 속으로 빨려 들어갈 듯한 깊이감을 만들어낸다. 군사독재 시기 칠레에서 성장한 나바로는 억압과 통제의 경험을 빛과 거울, 네온을 활용한 설치 작업으로 만들었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40주년 전시에 나온 이반 나바로의 '에코(벽돌)'. 우물처럼 바닥으로 파인 벽돌 구조물은 거울로 반사돼 깊이를 알 수 없게 이어진다.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40주년 전시에 나온 이반 나바로의 '에코(벽돌)'. 우물처럼 바닥으로 파인 벽돌 구조물은 거울로 반사돼 깊이를 알 수 없게 이어진다.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미술관 김성희 관장은 “과천관은 한국 현대미술의 성장과 함께하며 수많은 작가의 도전과 실험, 가능성을 관객들과 함께 이어온 국립현대미술관의 대표 공간”이라며 “단색화와 민중미술을 미술사에 자리 잡게 한 한국미술 시리즈, 1993년의 휘트니 비엔날레 서울전 등 과천관은 한국 미술의 주요 흐름을 이끌어왔다”고 말했다. 개관 기념일인 25일을 전후해 ‘이우환: 무한을 그리며’‘제니 홀저에 대하여’ 등 조각공원의 주요 작가들의 작품 세계를 다룬 영상을 상영한다. 26일 오후 8시부터는 불 꺼진 미술관 곳곳을 손전등 들고 탐험하는 ‘밤의 미술관 탐사’가 열린다.

나바로와 터렐 전시는 10월 31일까지, 나머지는 11월 29일까지다. 소장품 상설전과 ‘로드 무비: 1945년 이후 한·일 미술’ 등 과천관 모든 전시를 볼 수 있는 통합권 3000원.




권근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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