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수사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운영 중인 ‘직원 간 사건문의 금지제도’가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제도 시행 이후 신고 건수가 많지 않은 데다 실제 징계로 이어진 사례도 6년간 3건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직원 간 사건문의 금지제도’ 시행 이후 청탁 신문고에 접수된 위반 신고는 2020년 1건, 2021년 17건, 2022년 12건, 2023년 10건, 2024년 5건, 지난해 3건으로 집계됐다.
올해는 7월까지 9건이 접수됐다. 이 가운데 3건은 종결됐고 6건은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다.
직원 간 사건문의 금지제도는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경찰이 2020년 마련한 반부패 종합대책의 하나다. 전·현직 경찰관이 사건 담당 경찰관에게 입건 여부나 수사 방향, 일정 등을 문의하거나 특정 방향으로 사건을 처리해 달라고 요청하는 행위를 차단하기 위해 도입됐다.
실제 신고 사례에는 수사 방향이나 일정 등을 묻는 ‘사건 문의’를 비롯해 불출석이나 사건 종결을 요청하는 ‘수사 간여’, 조사 과정에서 친절하게 응대해 달라는 요청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신고가 실제 징계로 이어진 사례는 극히 적었다.
제도 시행 이후 종결 처리를 제외한 조치 건수는 2020년 0건, 2021년 10건, 2022년 8건, 2023년 8건, 2024년 3건, 지난해 0건이었다.
이 가운데 정식 징계는 2021년 견책 1건, 2022년 감봉 1건, 2023년 강등 1건 등 모두 3건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불문경고 2건, 경고 18건, 주의 7건 등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의 조치에 그쳤다.
경찰 안팎에서는 공식 신고 건수와 달리 일선에서 실제로 이뤄지는 사건 문의는 훨씬 많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장윤기 사건에서는 장씨의 아버지인 현직 경찰관이 사건 담당자들과 접촉해 구속영장 신청 방침 등 수사 정보를 전달받았고, 이후 핵심 증거를 폐기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지난 5일 대구에서도 현직 경찰관의 음주운전·뺑소니 사건을 두고 동료 경찰관이 담당 부서에 수사 정보를 문의하고 관련 정보를 유출한 정황이 포착돼 경찰이 해당 부서를 압수수색했다.
이처럼 경찰 내부에서 사건 문의와 수사 정보 유출 논란이 반복되면서 현행 제도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특히 현재 사건문의 금지제도가 훈령이나 행동강령이 아닌 내부 지침 수준에 머물러 있어 제도적 강제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국민의 신뢰 제고를 위한 경찰 수사 개혁위원회’는 이에 따라 현재 내부 지침인 사건문의 금지제도를 ‘경찰청 공무원 행동강령’에 명문화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적용 대상도 기존 전·현직 경찰관에서 미선임 변호사와 사무장 등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와 함께 사건을 문의한 경찰관과 중요 사건 정보를 제공한 경찰관, 일반 사건 정보를 누설한 경찰관, 신고 의무를 위반한 경찰관 등 위반 유형별로 징계 기준을 구체화하는 방안도 논의 대상이다.
사건 문의를 받은 직원이 이를 신고할 경우 포상금이나 표창을 지급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수사개혁위 관계자는 “향후 논의를 거쳐 제도의 근거와 적용 대상, 징계 기준 등을 구체화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며 “퇴직 경찰관의 로펌 진출 등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사건 문의와 부적절한 접촉을 차단할 방안도 함께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