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사상 초유의 ‘폭염 브레이크’가 끝났다. 10개 구단은 11일 잠실(두산 베어스-한화 이글스)·인천(SSG 랜더스-롯데 자이언츠)·광주(KIA 타이거즈-삼성 라이온즈)·창원(NC 다이노스-KT 위즈)·고척(키움 히어로즈-LG 트윈스) 등 5개 구장에서 6일 만에 리그를 재개한다.
지난 6일 서울 잠실야구장 온도. 뉴시스
올여름 KBO리그의 가장 큰 적은 무더위였다. 지난 1일 창원 NC-KIA전과 부산 롯데-삼성전을 시작으로 2일과 4일에도 일부 경기가 폭염으로 취소됐다. 그러다 4일 인천에서 관중이 쓰러지는 사태가 발생했고, 우여곡절 끝에 결국 5~10일 전 경기를 취소했다. 올림픽·아시안게임 등 국제대회가 아닌 다른 이유로 리그가 멈춘 것은 2021년 7월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이다.
그 사이 선수들은 휴식, 개인 운동, 간단한 실내 훈련 등 각기 다른 방식으로 컨디션을 관리했다. 그러나 훈련은 실전을 대체할 수 없다. ‘두 번째 후반기’의 향방을 가를 새 변수는 경기 감각이다.
선수들은 지난달 이미 6일간(10~15일)의 올스타 브레이크를 거쳤는데, 한 달도 안돼 다시 6일을 쉬면서 루틴이 흔들린 상태다. 특히 KIA와 NC 선수들은 지난달 31일 이후 전 경기가 폭염으로 취소돼 11일 만에 실전에 나선다. KIA는 2위 삼성, NC는 1위 KT가 폭염 브레이크 이후 첫 상대다. 이범호 KIA 감독은 “투수들은 길게 쉬고 등판하는 게 낯설지 않은데, 타자들은 휴식 기간이 너무 길어지면 감각이 떨어질 수 있다”며 “오래 쉬고 나서 상대 에이스급 투수들 공을 쳐야 하는 것도 부담”이라고 걱정했다.
실제로 10일 선발은 KT 로건 앨런, 삼성 크리스 페덱, LG 카를로스 카라스코, 두산 곽빈, KIA 애덤 올러, 한화 왕옌청, NC 라일리 톰슨, 롯데 제레미 비슬리, SSG 페드로 아빌라, 키움 안우진이다. 정규시즌 개막전을 방불케 하는 라인업이다. 중단 전 9연승과 6연승으로 선두까지 탈환한 KT의 상승세가 계속 이어질지, 상대적으로 주춤했던 2위 삼성과 3위 LG가 재정비를 마치고 다시 선두 경쟁에 뛰어들지도 경기 감각 유지 여부에 달려 있다.
지난 6일 서울 잠실야구장 온도. 뉴시스
또 다른 난관도 있다. 가을 일정이 그 어느 때보다 빡빡해진다. 원래 9월은 잔여 경기 편성 기간이라 각 팀 경기 수가 다 다르고 일정도 띄엄띄엄 배치된다. 그런데 더위로 30경기가 밀리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무엇보다 올해 9월에는 각 팀의 젊은 주축 선수가 최대 3명까지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차출된다. ‘차포’ 떼고 치러야 할 경기 수가 더 늘어난 셈이다. 3위를 바짝 쫓고 있는 4위 두산은 평균자책점 1위 최민석-2위 곽빈 원투펀치에 올 시즌 주포로 성장한 박준순까지 빠진다. KIA는 홈런 1위를 달리는 간판타자 김도영 없이 순위 싸움을 버텨야 한다.
리그 종료일도 자연스럽게 미뤄진다. 지난 시즌엔 10월 4일 정규시즌을 끝내고 6일 포스트시즌을 시작했다. 한국시리즈는 10월 31일에 끝났다. 올해는 11월 초까지 한국시리즈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11월 12일엔 한국·일본·대만·호주 등 4개국 젊은 선수들이 출전하는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APBC)이 예정돼 있다. 대표팀도 선수 차출과 컨디션 관리에 골머리를 앓을 수밖에 없다. 한국시리즈 진출팀에 주축 선수가 포함돼 있을 경우 더 그렇다. 이래저래 올가을 한국 야구의 발걸음이 바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