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 논의가 다시 부상하고 있다. 국회에 발의된 관련 법안 상당수가 상임위에 계류 중임에도, 정부는 오히려 규제를 강화하는 모양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플랫폼 수수료·정산 주기 등을 평가·공개하는 '플랫폼 상생 성적표'를 연내 도입하겠다고 밝혔고 공정거래위원장은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가 "법률상 충분히 가능하다"며 강한 도입 의지를 내비쳤다.
그러나 플랫폼 시장은 고착화되어 있지 않으며 역동적으로 진화한다. 오늘의 '지배적 플랫폼'이 내일도 그 지위를 유지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특정 시점에 포착된 단편적인 우려만을 근거로 법률에 규제의 틀을 새겨 넣는 순간 정작 그 법이 시행될 즈음에는 이미 시장 상황과 동떨어진 '낡은 처방'으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
공정거래위원장의 논리도 냉정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그는 "2개 기업이 시장의 90%를 차지"하는 독과점 구조와, 배달앱 수수료율이 선진국 평균보다 높고 10%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누리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배달플랫폼 3법(이강일·박정훈·김남근 의원안)에 대한 국회 정무위원회 검토보고서는 다른 시각을 보인다.
수수료 상한 요건을 대통령령에 위임한 것이 '포괄위임금지 원칙'에 저촉될 소지가 있으며, 카드 우대수수료나 중개보수 상한제를 벤치마크로 삼는 것 역시 자유 경쟁 시장에 '인허가 산업'의 논리를 무리하게 이식하는 것이라고 지적한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조차 "구체적 분석 없이 일률적 상한을 설정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국가마다 확연히 다른 물류 구조와 입점업체 밀도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이를 기계적으로 대조하여 '평균 이상'이라 재단하는 것은 비교의 기본 전제 자체가 붕괴된 논리다. 기업의 높은 영업이익률은 규모의 경제 달성, 물류 효율화, 서비스 혁신 등 다양한 원인의 결과물일 수 있다. 이를 '수수료 폭리의 결과'로 단순 등치시키는 것은 원인과 결과를 왜곡하는 프레이밍이다. 엄밀한 시장 분석 없이 숫자만으로 상한제를 정당화하는 것은 '추상적 위험으로 입법을 정당화하는' 전형적 오류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이러한 부실한 규제가 국내 논쟁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국 산업계와 정책 당국은 한국의 온플법이 비관세장벽이나 한미 FTA 비차별 원칙과 충돌할 소지가 있다고 경고해 왔다. 2026년 7월 미 하원 법사위 소위원회는 "EU DMA 유사 입법이 특정 미국 기업에 불균형한 부담을 준다"며 공식 문제를 제기했다. 이는 부실한 산업 규제가 불필요한 통상 리스크까지 자초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규제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핵심은 정당성과 방식이다. 거래 조건을 획일적으로 통제하는 '사전적·행위 규제' 대신, 시장 자정 작용을 돕는 '절차적·투명성 규제'가 부작용을 줄이며 공정성을 높이는 현실적 대안이다. 온플법이 신뢰를 얻으려면, 국회와 정부가 스스로 제기한 의문에 먼저 답해야 한다. 관성적 과잉 규제가 미래 산업의 혁신 동력을 갉아먹을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본 기고의 내용은 김태오 국립창원대학교 법학과 교수의 견해이며 중앙일보사의 공식 견해가 아님을 밝혀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