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내 최다인 6골을 넣으면서 해결사로 활약한 공격수 고재현(가운데). [사진 프로축구연맹]
김천 상무는 2026시즌 K리그1에서 가장 독특하면서도 매서운 팀이다. K리그1 10위(4승12무6패·승점 24)인데다 우승을 하더라도 연고 협약 만료로 시즌 뒤 2부 리그(K리그2) 강등이 이미 확정된 신세지만, 좀처럼 무너지지 않는 끈끈함으로 리그를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김천은 지난 8일 선두 FC서울과의 홈경기에서 0-0으로 비기며 시즌 12번째 무승부를 기록했다. 눈여겨볼 점은 패배 수다. 김천의 시즌 6패는 리그 2위 울산 HD나 5위 제주 유나이티드(이상 7패)보다 적다. 특히 ‘절대 1강’ 서울을 상대로는 올 시즌 1승1무로 오히려 우위다. 팀 구호이자 서포터스 명칭인 ‘수사불패(雖死不敗·죽을순 있어도 질순 없다)’를 몸소 실천하며 코리아컵(옛 FA컵) 16강 진출 기세까지 이어갔다.
김천의 선전이 더 놀라운 건 안팎의 악조건 때문이다. 군 팀 특성상 외국인 선수가 없는 데다, 김천시와의 연고 협약이 끝나 내년 시즌 성적과 상관없이 K리그2 강등 및 구단 재창단 수순을 밟아야 한다. 그럼에도 주승진 감독과 선수들은 지지 않는 축구를 펼치고 있다.
전술적 완성도가 높다. 중하위권 팀의 선 수비 후 역습 공식에서 벗어나 라인을 올린 강한 전방 압박으로 주도권을 잡는다. 후방에서는 주장 이정택이 90%에 육박하는 패스 성공률로 빌드업을 이끌고(3도움), 공격에서는 고재현이 팀 내 최다인 6골로 해결사 역할을 해낸다. 주 감독은 선수들이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특정 선수 개인 기량에 의존하는 전술 대신, 누가 들어와도 바로 이행할 수 있는 명확한 시스템(전술적 틀)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본적으로 국가대표급 자원들이 모이는 군 팀 특유의 탄탄한 전력이 바탕에 있지만, ‘강등 확정’이라는 조건이 만들어낸 독특한 구조도 역설적인 시너지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상대 팀들의 ‘어차피 강등될 팀’이라는 방심과 ‘지면 망신’이라는 부담감을 동시에 안고 경기하게 된다. 반면 김천은 순위 압박감이 사라지면서 선수들이 잃을 것 없이 자유롭고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친다. 여기에 6개월 단위로 이어지는 입·전역 구조 속에서, 원소속팀 복귀 후 몸값을 높여야 하는 고참급과 주전 자리를 확보하려는 신병 간의 치열한 내부 경쟁이 팀 전체의 긴장감을 유지시킨다.
주승진 감독은 “선수들이 강한 팀을 상대할 때 조금 더 동기부여가 되는 것 같다”고 자평했다. 강등이라는 운명은 피할 수 없지만, 확실한 동기부여와 시스템으로 무장한 김천은 남은 시즌 리그 판도를 뒤흔들 가장 무서운 고춧가루 부대로 남을 전망이다. 김천은 오는 16일 인천 유나이티드와 리그 원정경기를 치른 뒤, 19일 김포FC를 상대로 코리아컵 16강전을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