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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도의 퍼스펙티브] 더 강경해진 이란, 이스라엘 독자 전쟁 나서나

중앙일보

2026.08.10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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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도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교수

박현도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교수

최대 폭 52해리(96.3㎞), 최소 폭 21해리(38.8㎞), 총 길이 90해리(166.6㎞)로 좁고 짧은 호르무즈 해협을 두고 12해리 영해라는 국제법 기준을 근거로 이란과 오만은 서로 영해권을 주장한다. 해협에서 가장 좁은 곳이 21해리니, 호르무즈 해협 통과는 두 나라의 영해를 침범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지만, 국제 경제에 미치는 해협의 중요성을 고려해 이란과 오만은 그동안 선박의 안전한 통행을 보장했다. 그러나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공격을 시작하자 이란은 3월 1일 해협 통과 선박을 공격하기 시작했고, 3월 5일부터는 해상보험이 폐지되면서 사실상 해협 통과는 불가능해졌다. 이에 미국은 4월 13일부터 역봉쇄를 시작했다. 호르무즈 해협을 풀지 않으면 이란 역시 해협을 통해 오만만이나 아라비아해로 나올 수 없도록 막은 것이다.

유가·주가 흔들기 성공한 이란
전쟁피해 전액 배상까지 요구
비핵화 협상은 시작도 못해
이스라엘 “전쟁 재개 준비 중”

지난 5일(현지시간)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와 미국의 역봉쇄로 이란 반다르 압바스항 근처에 정박중인 상선들. [AP=연합뉴스]

지난 5일(현지시간)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와 미국의 역봉쇄로 이란 반다르 압바스항 근처에 정박중인 상선들. [AP=연합뉴스]

호르무즈 통행협상 타결 난망
6월 17일 미국과 이란이 종전 협상을 위한 양해각서(MOU)에 서명하면서 막혔던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열렸다. 14개 조항으로 이뤄진 양해각서 중 4조와 5조는 호르무즈 관련 조항이다. 4조는 각서 체결 즉시 미국이 해상 봉쇄와 모든 제재를 해제하고 30일 이내에 해상 봉쇄를 완전히 종료하며, 이란은 선박 통행량을 전쟁 전 수준으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또, 5조에 따르면 이란은 60일간 무상 통행을 보장하며, “관련 국제법과 호르무즈 해협 연안국의 주권적 권리에 부합하도록 다른 페르시아만 연안국과 협의해 호르무즈 해협의 향후 관리 및 해양서비스 체계를 확정하기 위해 오만 술탄국과 대화를 진행한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이란은 해협 관리 및 해양서비스의 주권을 가지고 있다고 여긴다.

그런데 7월 7일 이란이 상선 공격을 재개하고, 이에 미국이 응수하면서 해협은 다시 배가 다닐 수 없는 길이 됐다. 이란은 미국이 각서 체결 후 2주째부터 이란이 지정한 해상통로가 아니라 오만 측 통행로로 선박을 빼돌리면서 약속을 위반했다며 상선 공격이 정당하다고 주장한다. 물론 미국은 각서에 이란이 지정한 통행로를 이용해야 한다는 조항은 없으며, 자유로운 통행을 보장한다고 반박한다.

빈 살만 우려에 미, 공격 취소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와 석유제품은 하루 약 2000만 배럴로, 전 세계 해상 원유 무역량의 약 25%, 전 세계 액화천연가스(LNG) 무역량의 약 20%다. 미국 에너지관리청(EIA)의 2025년 1분기 자료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37.2%), 이라크(22.8%), 아랍에미리트(12.9%), 이란(10.6%), 쿠웨이트(10.1%)가 해협을 통한 석유 수출이 가장 많고, 이들 석유는 중국, 인도(14.7%), 한국, 일본 등으로 향한다. 호르무즈 해협을 거쳐 한·중·일 3국으로 가는 석유가 무려 75.3%다. 유럽은 3.8%, 미국은 2.5%에 지나지 않는다.

에너지 통계에 잘 드러나듯,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이 막혀도 사실상 피해가 없다. 셰일에너지 혁명으로 2010년 이래 미국은 에너지를 자급자족하는 나라로 중동에 의존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호르무즈는 단순히 에너지 통로가 아니라 미국의 패권이 걸려 있는 곳이기에 중요하다. 전 나토(NATO) 연합군 사령관 웨슬리 클라크는 만약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계속 장악하도록 내버려 둔다면, 미국의 억지력을 훼손하고, 아시아에서 영향력이 줄어들며, 유럽의 안보를 훼손한다고 경고한다. 1945년 이후 미국이 주도해온 국제 질서의 종말이란 말이다.

그러나 상황은 미국에 녹록지 않다. 지금까지 보아왔듯, 이란이 미국의 공격에 굴복해 호르무즈 해협을 열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차 세계 대전 이래 가장 큰 규모로 공격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지만, 8월 1일 공격 취소 결정을 내렸다. 악시오스 보도에 따르면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이란 에너지 시설을 겨냥한 미국의 공격에 맞서 이란이 사우디아라비아와 주변 국가의 에너지 시설을 파괴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전하며 긴장 완화를 촉구했다. 이란은 미국의 공격에 유가와 주가를 흔드는 작전을 펼친다. 이는 전쟁 시작 이래 계속 진행돼온 이란의 성공 전략이다.

지난 8일 기자회견 중인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국기 오른쪽). [AFP=연합뉴스]

지난 8일 기자회견 중인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국기 오른쪽). [AFP=연합뉴스]

이스라엘, 비핵화 위해 전쟁 재개
이제 이란은 오만과 호르무즈 해협을 여는 임시 항로를 논의하고 있는데, 항로 확정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보증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 모함마드 바게르 졸가드르 사무총장은 미국에 이란에 대한 위협과 모욕 중단, 이란 및 친이란 세력에 대한 군사 행동 중단, 이란 주변 해상 봉쇄 해제와 미군 철수, 전쟁 피해 전액 배상, 대이란 제재 해제, 이란 동결자산 해제 등 모두 6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이런 조건이 이란 정부의 공식 입장인지는 불분명하지만, 이란에서 강경한 목소리를 내는 혁명수비대와 협상 반대 보수파의 태도를 반영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전쟁의 끝은 보이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이 외치는 이란 비핵화 협상은 호르무즈 해협에 막혀 시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우유부단함에 지친 이스라엘군은 브래드 쿠퍼 미 중부사령관에게 미국의 승인이나 지원 없이 이란과 전쟁을 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전달했고, “현재 전쟁 개시를 위한 준비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고 이스라엘 채널 13이 보도하였다. 이스라엘은 미국이 더는 이스라엘이 원하는 조건대로 전쟁을 마무리할 의사가 없다고 보고 이란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이 막지 못한다면 다시 전쟁의 불꽃이 터질 상황이다. 폭염은 물러가겠지만, 종전을 바라는 희망 고문의 끝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 8월이다.

박현도 서강대 유로메나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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