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젊은 시절 아르헨티나 남쪽 지역의 땅을 사서 왕 노릇을 해보겠다는 생각까지 했어요.” 1958년 한국 최초의 원양어선인 지남호를 타고 바다로 나갔던 김재철(92) 동원그룹 명예회장은 청년들에게 “엉뚱한 꿈을 꾸는 것도 젊음의 특권이다. 젊었을 땐 생각나면 해보는 것”이라며 호기롭게 말했다.
지난해 6월 서울대학교에서 진행한 강연에서 털어놓은 그의 이야기에 객석에선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동원그룹은 김 명예회장이 청년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담은 유튜브 영상 시리즈를 10일부터 사흘 간 자사 유튜브 채널 ‘동원TV’를 통해 공개한다고 밝혔다. 영상은 편 당 2분 안팎으로 총 11편으로 구성했다.
10일 동원그룹이 유튜브에 공개한 김재철 명예회장의 영상 속 장면. 그가 지난해 6월 서울대에서 강연할 당시의 모습이다. '동원TV' 유튜브 캡처
이번 영상은 김 명예회장이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의 주요 장면과 지난해 4월 출간한 경영 에세이『인생의 파도를 넘는 법』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영상 중간엔 그의 젊은 시절을 묘사한 인공지능(AI) 콘텐트도 넣었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김 명예회장의 육성이 청년들에게 보다 자연스럽게 닿을 수 있도록 영상으로 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스스로를 ‘참치 잡다 재벌이 된 할아버지’로 소개한다. 동시에 자신의 삶을 ‘항해’에 빗대 청년들에게 삶의 방향과 도전의 의미를 전한다. 영상에서 김 명예회장은 서울대 합격을 뒤로 하고 배에 올랐던 청년 시절부터 원양어선 항해사, 창업가, 글로벌 기업가로 성장하기까지 경험을 풀어냈다. 그는 승선 경험이 없어 ‘죽어도 상관없다’는 각서를 쓰고나서야 무보수로 배에 오를 수 있었던 일화를 소개하며 “목표가 있었기에 버틸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원양어선 생활 3년 만인 1961년, 26세에 선장으로 발탁된 그는 남태평양과 인도양에서 참치잡이 어선을 이끌며 ‘캡틴J.C. Kim’이란 별칭으로 원양업계에 이름을 알렸다. 60년대에는 일본을 중심으로 고급 참치 수요가 급증해 많은 배들이 태평양으로 몰렸는데, 그는 오히려 인도양에 주목했다고 한다.
김 명예회장은 “인도양은 위험하다고 사람들이 잘 가지 않아 고기들이 많았기 때문”이라며 “당연함에 ‘왜’라는 물음표를 붙이라”고 조언했다. 결국 ‘캡틴 김’의 배는 1965년 인도양에서 10항차 만에 수출 117만 달러를 기록하는 쾌거를 올렸다.
평생 ‘열정과 도전’을 강조했던 그는 1969년 동원산업을 창업했다. 이후 식품·금융·물류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며 현재의 동원그룹과 한국투자금융그룹을 일궈냈다.
그는 청년들에게 “젊음은 저축되지 않는다”고 했다. “젊음은 아끼고 나눈다고 해서 나중에 꺼내 쓸 수 없다”는 것이다. 이어 “젊었을 때 큰 꿈을 갖고 용감하게 도전하라. ‘엉뚱한 꿈’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실적으로 가능해 보이는 꿈에만 머물지 말라는 의미다.
김 명예회장은 청년과 교육을 위해 꾸준히 기부해온 기업가이기도 하다. 누적 기부금은 883억원에 이른다. 카이스트에 603억원, 서울대에 250억원, 한양대에 30억원을 각각 사재로 출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