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이란전쟁에 대한 배상금 지급을 호르무즈해협 재개방의 조건을 내건 이란을 향해 이란이 과거 50년간 저지른 테러와 이란 내 시위대 살해 등에 대해 먼저 배상 해야한다고 맞불을 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진행한 백신과 관련한 행정명령 서명식에 참석해 참석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AF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의 맞대응에 이란은 현재 오만과 진행하고 있는 호르무즈해협의 운영과 관련한 협상은 해협 재개방과 별개라며, 미국이 배상금 지급을 비롯한 이란의 요구 조건을 먼저 수용해야 한다고 재차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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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전 시인’ 배상금 놓고 핑퐁 싸움?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글에서 “이란은 지난 5개월의 군사적 충돌로 입은 피해에 대한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며 “하지만 흥미로운 생각이다. 왜냐하면 이제 나도 마찬가지로 이란에 배상을 요구하기로 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미 중부사령부가 지난 8일 공개한 유도미사일 구축함 USS 라파엘 페랄타(DDG 115)의 모습. 라파엘 페랄타호는 중동의 해양 안보와 안정을 지원하기 위해 미 제5함대 작전 구역에 배치되어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8일 이란 최고 국가안보회의(SNSC)의 모하마드 바게르 졸가드르 사무총장이 호르무즈해협 개방의 조건으로 제시한 6개 사항에 포함된 전쟁 피해 배상금 요구에 대한 대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이란이 배상해야 할 대상을 5개월간의 이번 전쟁을 너머 “이란이 도로변 폭탄과 악명높은 분쟁으로 죽이거나 다치게 한 모든 사람에 대한 배상을 요구한다”며 지난 50년간 이란의 테러 등으로 발생한 모든 피해로 확대했다.
그는 “여기에는 USS 콜에서 사망한 사람들의 유가족, 전투에서 사망한 수천 명의 다른 사람들도 포함된다”며 “이에 더해 지난 50년간 이란이 살해한 수십만명의 무고한 시위대의 유가족에게도 배상금이 지급돼야 하고, 지난 5개월 동안 사망한 (이란 시위대) 5만2000명은 말할 것도 없다”고 강조했다.
9일(현지시간) 후티 반군은 예멘 서부 모카 항구에 위치한 사우디아라비아 군 병력을 향해 드론을 공격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AF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언급한 ‘USS 콜’은 미 해군 함정 콜(Cole)호가 2000년 예멘에서 ‘폭탄 보트’ 테러를 당해 장병 17명이 숨진 사건을 말한다. 당시 알카에다 공격에 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나는 내 (협상)대표들에게 앞으로의 모든 협상에서 이 문제를 확고하게 제기하도록 지시했다”고 했다. 그런 뒤 추가 글을 통해 “이란은 레바논, 시리아, 예멘, 가자 지구 주민들에게 입힌 피해와 사망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며 배상 범위를 더 확장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진행된 행정명령 서명식에서도 이란에 배상금 지급을 요청할 뜻을 재확인했다. 이란과의 확전 가능성에 대한 질문엔 “우리에겐 확실이 그럴(확전에 대한)능력이 있다”면서도 “만약 우리가 그렇게 하기로 한다면”이라며 확답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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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협 폐쇄’ 압박…“오만 협상은 개방과 별개”
이란은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오히려 강경론으로 맞섰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오만과의 해협 해상 운송 관련 합의는 안전한 선박 통행을 위한 항로에 대한 합의”라며 “이는 호르무즈해협 재개방 논의와는 별개”라고 밝혔다.
지난 3일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 설치된 대형 광고판. AFP=연합뉴스
그는 이어 “해협 폐쇄는 미국이 해상 봉쇄 해제를 포함한 (이란의)요구에 동의할 때까지 유지될 것”이라며 미국이 자신들의 요구를 먼저 수용할 때까지 호르무즈해협에 대한 사실상의 ‘인질 작전’을 지속할 뜻을 분명히 했다.
동시에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이날 은둔 중인 이란의 새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모즈타바 하메네이와 7시간동안 면담했다며 “그의 건강 상태가 매우 양호했으며, 여러 지침을 제시했다”고 주장했다. 아직 공식석상에 나서지 않고 있는 모즈타바의 건재를 과시하며 이란의 여론을 결집시키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최고 지도자가 준 가장 중요한 조언은 ‘단결과 결속 유지’였다”며 “우리는 어떠한 갈등도 피해야 하고, 단결과 결속을 해치려는 어떠한 언행도 삼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CNN은 이에 대해 “이란의 이러한 대응은 호르무즈해협 장악을 통해 세계 에너지 가격을 올려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하는 방안이 미국과의 협상에서 가장 효과적인 지렛대로 보고 있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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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비상 트럼프…‘존스법’ 유예 연장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호르무즈해협에 대한 질문을 받자 “해협을 통제하고 있는 유일한 주체는 미 해군”이라며 “지금은 (해협이) 개방돼 있는 상태”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이란이 문제를 일으킬 수는 있다”며 이란의 봉쇄에 대한 부담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진행한 백신과 관련한 행정명령 서명식에 참석해 참석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에 앞서 미국 내 항구 간 운송권을 자국산 선박으로 제한하는 내용의 ‘존스법’의 적용 유예 기간을 90일 추가 연장했다. 해당법은 제1차 세계 대전 이후인 1920년 미국의 조선업을 보호하기 위해 제정돼 100년 넘게 유지돼 왔다.
역대 대통령들은 자연재해 등 일시적 사유로 개별 항해에 대해 단기간 존스법을 면제했던 적은 있지만, 지금처럼 광범위하게 장기간 법적용을 유예했던 적이 없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전쟁으로 유가 인상 압박에 직면하자 개전 직후인 3월 18일 법 적용을 60일간 유예했고, 4월 말 90일 재연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3번째 연장 조치를 발표하면서 존스법 적용 유예기간은 11월 중간선거 직후까지 8개월로 늘어나게 된다. 종료 시점을 선거 직후로 설정한 것 자체가 선거를 앞둔 유가 부담을 시인한 의미란 해석이 나온다.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의 조선업을 보호하기 위해 100년 전에 제정된 존스법에 대해 일각에선 미국 조선업계의 경쟁력을 오히려 저하시켰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반면 미 해운·조선업계와 이들이 위치한 지역의 정치인들은 존스법 폐지에 반대하고 있다. 당장 마이크 존슨 미 하원의장과 스티브 스칼리스 원내대표 등 공화당 하원의원들은 지난달 존스법 유예를 연장하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하는 서한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바 있다. 존슨 의장과 스칼리스 원내대표의 지역구는 미 해운업의 중심지인 루이지애나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