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전쟁이 11월 미 중간선거를 앞두고 경합지를 흔들고 있다. 비료와 연료 가격 폭등 등으로 전통적으로 공화당이 강세를 보여온 중서부 ‘팜 벨트’에서 지지층이 균열을 보이는 조짐이 두드러진다는 게 미 언론의 분석이다. 현재는 공화당이 다수당인 상·하원 모두 이번 선거에서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는 가운데, 공화당이 자신해온 안보 정책이 경제 분야의 강점마저 잠식하는 양상이다.
지난 6월 위스콘신 제3선거구 치패와폴스에서 농업인 간담회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AFP=연합뉴스
1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위스콘신 제3선거구의 표심을 다룬 보도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이란전쟁, 대중 무역전쟁, 보건 및 식량 지원 삭감 등의 정책이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위스콘신 제3선거구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두 차례 대선에서 모두 승리했지만, 지난 세 차례의 대선에서는 트럼프가 승리한 지역이다. 지난 2022년 온건파인 민주당 론 카인드 하원의원이 은퇴하면서 공화당 데릭 밴오든이 당선됐는데, 최근 민주당은 우클릭 경향을 보이던 이 지역을 탈환할 기회가 열렸다고 보고 있다는 것이다.
미시시피강 인근 페리빌에서 농장을 운영하는 농부 딜런 브루스는 많은 농가가 연료 위기에 처해 있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지난 4월 미국농업인연맹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0%가 비료를 구매할 여력이 없다고 답했다. 브루스는 이제 민주당 후보가 제3선거구의 하원의원을 차지하기를 바라고 있다.
실제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3일까지 실시된 로이터-입소스 여론조사에서 트럼프에 대한 농촌 유권자의 지지율은 51%로 나타났다. 이는 전국 평균보다는 여전히 높은 수치이지만, 전쟁 전인 2025년 2월(60%)보다는 대폭 떨어졌다.
특히 최근 선거구 조정으로 경합 선거구 자체가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위스콘신 제3선거구가 하원 다수당을 결정할 승부처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제3선거구에선 최근 세 차례의 하원의원 선거에서 모두 3~4%포인트 차이로 승부가 갈렸다.
이와 관련, 트럼프는 지난 6월 초 밴오든을 지지하기 위해 직접 해당 지역을 찾기도 했다. 이란과 종전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 직전이었다.
당시 트럼프는 치페와폴스에서 열린 농업 간담회에서 이란전으로 인해 비료값이 올랐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우리는 이란에서 매우 빨리 빠져나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비료 가격이 크게 내려갈 것”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두 달여가 지난 지금도 전쟁과 이로 인한 연료·비료 가격 부담 상승이 이어지며 농심이 동요하는 분위기다. 당시 트럼프와의 간담회에 참석했던 농부 딘 로젠브룩은 여전히 밴오든에게 투표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이란 전쟁이 끝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연료와 비료 가격이 “우리를 죽이고 있다”고 호소했다.
현역인 밴오든은 트럼프의 핵심 지지층인 ‘마가(MAGA,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에 친화적인 인물로 분류되며, 백악관의 정책을 상당 부분 지지해왔다. 네이비 실 출신인 그는 이란전으로 인한 물가 상승을 인정하면서도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단기적 어려움은 장기적으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에서 재도전에 나선 낙농가의 딸 출신인 레베카 쿡은 트럼프가 농촌 유권자를 저버렸다며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위스콘신 제3선거구가 트럼프의 안보 정책이 팜 벨트 민심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할 수 있는 바로미터로 작용할 수 있는 셈이다. 보수 성향 폭스 뉴스가 지난달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경제 분야에서 민주당이 54%, 공화당이 45%의 지지를 얻으며 민주당이 9%포인트 앞서기도 했다. 여당에는 호재로 작용하곤 했던 안보 이슈가 오히려 공화당에 불리하게 반영되는 전국적 정치 환경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이란전에 대한 공화당 지지층의 불만과 균열을 민주당이 흡수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트럼프가 민주당을 이념적으로 공격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핵심 지지층이 일부 이완하는 조짐을 보이자 이념과 정체성 측면에서 선명성을 부각하며 선거 구도를 전환하려는 것일 수 있다. 트럼프는 이날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 예비경선에서 좌파·진보 후보들이 약진하는 데 대해 “지하디스트(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도처에서 당선되고 있다. 공산주의든 지하디즘이든, 지금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