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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부총재 “고물가 오래 지속 가능성…금리 인상 기조 지속해야”

중앙일보

2026.08.10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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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가 11일 오전 서울시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가 11일 오전 서울시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가 11일 “중동사태로 높아진 비용 압력의 파급에 더해, 경기 개선에 따른 수요측 압력으로 높은 물가 오름세가 지속할 전망”이라며 “금리 인상 기조를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유 부총재는 ‘이번 금리 인상기는 어떻게 다른가’라는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같이 밝혔다. 한은은 지난달 16일 기준금리(현 2.75%)를 0.25%포인트 인상한 바 있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은 2000년 이후 크게 4번으로 나뉜다. 이번에 진입한 다섯 번째 인상기에 대해 유 부총재는 “교역조건 개선으로 인한 전례 없는 명목 국내총생산(GDP) 확대와 경상수지 증가가 동반됐다”며 “소비가 유의하게 증가하고 투자가 즉각 확대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2000년 이후 금리 인상 사이클. 한국은행

2000년 이후 금리 인상 사이클. 한국은행


이 같은 경기 회복세가 수요측 압력을 키워 물가 오름세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한은 판단이다. 유 부총재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처럼 헤드라인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지는 않지만 더 오래 지속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사례를 봤을 때 물가가 앵커링(기대 인플레이션이 물가 안정 수준과 가까이 안착하는 것)이 잘 안 되고 물가 목표를 제대로 지키지 않는 상황이 지속하면, 긴축해도 물가 둔화가 더디고 생산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덧붙였다. 과거 고물가 시기에 비춰보면 보다 선제적인 통화정책 대응이 중요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는 7월 금리 인상 이후에 나온 물가·성장 지표도 여전히 인상을 가리키고 있다고 봤다. 유 부총재는 “2분기 GDP를 보면 이례적으로 높은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고 7월 물가도 끈적끈적한(sticky) 모습을 보인다”며 “향후 물가 상승세가 지속적일 것으로 보여 통화 정책적 고민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추가 인상 시기나 폭에 대해서는 “성장·물가 경로 전망을 보겠다”며 말을 아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안정되고 주식시장 변동성이 커졌지만, 이런 상황이 통화정책 향방을 가르는 중요한 변수는 될 수 없다는 게 유 부총재 설명이다. 유 부총재는 “금통위원들이 약간의 여유를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은 들지만, 전통적으로 중앙은행에 그렇게 중요한 요소는 아니다”라며 “결국 물가와 성장에 가중치를 더 많이 둘 것”이라고 말했다. 또 환율에 대해서는 “1400원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물가에도 굉장히 높은 상방 요인”이라며 “(통화정책 결정에) 그렇게 충분한 여유를 주는지는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최근 ‘빚투(빚내서 투자)’로 인한 금융 불균형이 커진 문제에 대해서도 우회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금리를 인상하면 자본비용이 높아져 위험 선호를 누그러뜨리고, 반대로 금리를 내리면 위험 선호를 높이는 측면이 있다”며 “금리 정책이 정부 정책과 보완돼서 운용된다면 금융 불균형 완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부동산 시장 문제에 대해서는 “금리 정책 외에도 거시건전성 정책, 부동산 정책, 수도권 집중 완화 등이 일관성 있게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유 부총재는 오는 20일 3년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다. 지난 1986년 한은에 입행한 이래 금융시장국·국제국·국제협력국 등에서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다. 2021년 퇴임해 주택금융공사 부사장을 역임한 뒤, 2023년 8월 한은으로 복귀해 부총재직을 맡았다. 그는 “2023년 태영건설 PF(프로젝트파이낸싱) 사태를 시작으로 2024년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와 계엄 사태, 2025년 ‘리버레이션 데이’(해방의 날 관세 발표), 올해 3월 이란 전쟁 등 굵직한 위기들이 이어져 세월이 가는지 모르고 지냈다”며 “(후임으로는) 저보다 훌륭한 부총재가 올 것으로 확신한다”며 간단한 소회를 밝혔다.



오효정.김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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