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과 폭염이 이어진 지난 7일 오전 광주특별시 나주시 지석천에 수상식물인 개구리밥이 대량으로 번식해있다. 뉴시스
호남 지역에 폭염과 가뭄이 이어지면서 광주특별시의 주요 상수원인 동복댐 저수율이 50% 아래로 내려앉았다. 폭염 여파로 영산강 곳곳에서는 수면을 초록빛으로 뒤덮는 이른바 ‘개구리밥’ 군락이 크게 확산하고 있어 수질 악화 우려 등이 커지고 있다.
11일 광주시에 따르면 광주 지역 상수원인 동복댐의 저수율이 지난 9일 49.7%로 떨어졌다. 이는 평년 저수율 대비 57.6% 수준이다. 가뭄 비상대응 단계는 ‘관심’에서 ‘주의’로 격상됐다. 호남 지역 전역이 예년보다 적은 강수량에 연일 폭염까지 이어지면서 식수원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광주 지역에 폭염과 가뭄이 이어진 지난 8일 광주특별시 장흥군 대덕읍 한 논에서 정남진119소방센터가 긴급 급수를 하고 있다. 뉴시스
광주에 하루 평균 25만~30만t의 생활용수를 공급하는 동복댐의 저수량은 8900만t 수준이며, 이날 현재 저수율은 49.2%다. 동복댐의 저수량이 적어지면 광주에 용수 공급량을 늘리는 주암댐(7억700만t)의 저수율은 이날 현재 39.1%로 집계됐다.
광주시는 동복댐과 주암댐의 현재 저수율을 고려하면 추가 강우가 없더라도 9월 말까지는 평시 수준의 물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10월 이후로도 비가 오지 않을 경우 절수 홍보, 제한급수, 대체 취수원 확보 등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동복댐과 주암댐은 2023년 남부 지역 가뭄 당시 저수율이 20%까지 떨어져 제한급수를 검토한 바 있다. 광주 지역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메모리 팹(Fab) 4기를 구축할 예정이어서 장기적인 물 관리와 인프라 확충이 필요한 상황이다.
가뭄과 폭염이 이어진 지난 7일 오전 광주특별시 나주시 지석천에 수상식물인 개구리밥이 대량으로 번식해있다. 뉴시스
전남은 동복댐과 주암댐 외 장흥댐 저수율 45.7%, 평림댐 53.8%, 수어댐 64.0% 등을 유지하고 있다. 농업용수 저수율은 전남 44.6%, 광주 52.7%로 ‘정상’ 수준이지만 저수율이 낮은 장흥군 등에서는 방류량을 줄여 농민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현재 전남 지역 농업용수 가뭄 대응 단계는 ‘관심’이지만 저수량 감소세를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폭염·가뭄에 따른 농작물 피해도 커지고 있다. 광주시에 따르면 지난 8일까지 15개 시·군·구의 80.1㏊ 면적에서 농작물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작물별로는 벼 피해가 32.3㏊로 가장 많았고, 인삼 10㏊, 콩 9.1㏊, 고추 4.3㏊ 등이다. 지역별로는 화순이 19.4㏊로 가장 피해가 컸고, 영암 17㏊, 장흥 15.8㏊, 영광 10㏊, 담양 8.8㏊ 등 순이다.
광주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광주 지역 강수량은 147.6㎜로 평년(259.4㎜)의 56.8% 수준에 그쳤다. 강수일수도 9.1일로 평년(13.5일)보다 4.4일 줄어 가뭄 피해 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뭄과 폭염 여파로 지난 8일 광주특별시 장흥군 대덕읍 한 논의 바닥이 쩍쩍 갈라져 있다. 뉴시스
강수 부족은 하천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나주시 지석천 등 영산강 일대가 수생식물인 개구리밥으로 뒤덮이는 현상이 속출하고 있다. 개구리밥은 수온이 높고 유속이 느려질수록 빠르게 증식하는 부유성 수생식물이다.
전문가들은 개구리밥 군락이 가뭄과 폭염 여파로 하천 유량이 줄고 물이 정체되면서 확산한 것으로 본다. 개구리밥이 수면을 덮으면 햇빛과 산소 공급이 차단돼 용존산소량이 감소하고 수질 악화와 악취, 어류 폐사 등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광주시 관계자는 “마른 장마에 연일 폭염까지 겹치면서 개구리밥의 발생 규모가 예년보다 훨씬 커졌다”며 “영산강유역환경청, 나주시 등과 함께 수문 개방 등을 통해 물의 흐름이 멈추지 않도록 관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