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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준봉의 뉴스터치] 원작과 각색

중앙일보

2026.08.11 08:08 2026.08.11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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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준봉 논설위원

신준봉 논설위원

각색(脚色)의 역사는 영화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됐다. 영화에 배우의 목소리나 음향이 삽입되기 이전 무성 시절부터 영화 제작자들이 문학 작품을 즐겨 시나리오로 각색했다는 것이다.

원작의 존재는 영화와의 비교를 부르고, 각색 품평은 영화 품평으로 이어진다. 그런데 원작에 얼마나 충실한 각색인지 아니면 원작을 훼손했더라도 얼마나 창의적인 각색인지에 대한 호불호는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호메로스의 원작 번역자로서, 요즘 화제작 ‘오디세이’의 각색을 혹평해 논쟁을 부른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에밀리 윌슨 교수의 잣대는 원작에의 충실성이었다.

이와 관련, 미국 주간지 뉴요커는 지난 5일자 ‘무엇이 각색을 훌륭하게 하는가?(What makes adaptation good?)’ 기사에서, 원작에의 충실성을 기준으로 한 각색 분류표를 제시했다. ①원작에 가깝거나 ②먼 경우 ③차체는 놔둔 채 엔진만 바꾼 경우 ④차체를 교체하고 엔진을 살린 경우 ⑤원작을 알아볼 수 없는 경우, 이렇게 다섯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사는 ‘오디세이’를 역시 ③으로 분류했다. 원작의 사건들은 살렸지만 극 중 대화는 완전히 다시 썼고, 원작에 없는 장면과 인물들이 추가됐으며 심리학과 도덕은 변경됐다고 했다. 영화평은 훨씬 박했다. ‘오디세이스러움’을 걷어내면, 전쟁에 지친 주인공이 마지막 테스트(귀향, 왕비와 아들 구하기)를 준비하는 판타지 가미 액션 영화라고 평했다.

영어권 전문가들의 이런 박절함은 세계적인 흥행, 국내 전문가들의 호의적인 반응과 상반된다.

영화평론가 오동진씨는 “21세기 100년을 통틀어 톱텐 안에 들 영화”라고 극찬했다.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안재원 교수는 “윌슨의 혹평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명성과 평판만을 추구할 뿐 실질을 중시하지 않았던 수치문화(shame culture)에서 과오를 뉘우치는 죄문화(guilt culture)로 그리스 사회가 변해갈 때 『오디세이아』가 그 분기점 역할을 했던 점이, 영화에 적절하게 드러나 있다는 것이다.

분명한 점은 영화관에서 봐야 좋을 영화라는 점이다. 영상과 음향이 압도적인 아이맥스관 티켓에 웃돈까지 붙는다니 말이다.







신준봉([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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