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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가 에어컨 없는 임대아파트, 요양사는 아침 방문이 두렵다[신성식의 레츠 고 9988]

중앙일보

2026.08.11 08:12 2026.08.11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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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북의 36년 된 한 임대아파트. 세 집 중 한 집꼴로 에어컨 실외기가 안 보인다. 6일 극한 폭염에 노부부 환자는 선풍기로 버텼다. 김종호 기자

서울 강북의 36년 된 한 임대아파트. 세 집 중 한 집꼴로 에어컨 실외기가 안 보인다. 6일 극한 폭염에 노부부 환자는 선풍기로 버텼다. 김종호 기자

극한 폭염이 이어지면서 평소 취재해온 재택환자들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환자들이 역대 최악의 더위에서 무사할까. 총리와 행정안전부·보건복지부 등의 장관들이 나섰다는데, 제대로 행정력이 미치는지 궁금했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이 “한 명도 폭염을 혼자 견디지 않게 하겠다”고 공언했는데, 실제 그러길 바랐다.
폭염 위험 노출된 재택환자
와상환자 24시간 땀 뻘뻘
에어컨 끄고 문 닫는 환자도
피해 조사·맞춤 대응 절실

낮 12시 실내온도 36도
6일 낮 12시 15분께 서울 강북의 지은 지 36년 된 한 임대아파트(12평형)에 들어서자 뜨거운 기운이 온몸을 덮쳤다. 온도계가 35, 36도를 오르내렸다. 오후엔 더 올라간다. 에어컨은 없다. 입식과 앉은뱅이 선풍기 두 대가 쉼 없이 돌지만, 바람이 뜨겁기만 했다.
기자는 이날 서울의 왕진 의사 장현재 파티마의원 원장을 따라갔다. 장 원장은 전날 이 부부를 진료한 데 이어 6일에 또 방문했다. 에어컨 없이 버티는 노부부가 눈에 밟혀 다시 찾았다. 장 원장은 “잘 보살펴 드리겠다”며 영양 수액을 부부에게 처방했다. 남편 이모(89)씨는 2년 여 전에 치매에 걸렸다. 양 발목에 욕창이 생겨 온종일 누워 있다. 입맛을 잃은 지 오래다. 아내 심모(83)씨도 고지혈증·당뇨병 등을 앓는다. 수액 줄을 단지 얼마 안 돼 부부의 베갯잇이 땀으로 금방 축축해졌다.
심씨는 “밤에도 지금처럼 덥다. 자다 깨다 한다”고 말한다. 거동하지 못하는 남편은 아내가 수건으로 닦아준다. 그런 아내에게 욕설을 퍼붓는다고 한다. 병 때문이라고 넘기려 하지만 그래도 60년 같이 산 아내는 못내 섭섭하다. 기자가 크게 고함쳤다. “어르신, 참 복이 많으시다”라고 했지만, 이씨는 청력마저 사라진 터라 이해하지 못할 말을 한다.

휴대폰 없어 경고문자 못 받아
폭염이 절정에 달한 6,7일 기자의 휴대폰에는 공공기관들이 보낸 폭염 경고 메시지 21개가 들어왔다. 이씨 부부는 이런 걸 모르고 산다. 휴대전화를 가진 적이 없다. 기자가 “무더위쉼터·경로당에 왜 안 가냐”고 했더니 심씨는 “그런 데 안 가요”라고 말한다. “에어컨을 설치하면 어떠냐”고 하니 아무 말이 없다. 기초수급자 지원금으로 생계 유지조차 빠듯하다.
40분 만에 아파트를 나섰다. 해당 동 앞마당에서 에어컨 실외기가 없는 집을 셌다. 294세대 중 96세대이다. 32.7%, 세 집 중 한 집꼴이다. 결코 적지 않다.

한 달 새 인지 기능 뚝
폭염은 재택환자의 병을 갉아먹는다. 서울 강북의 박모(71)씨는 혼자 사는 뇌경색 환자다. 2025년 10월 쓰러진 적이 있다. 에어컨이 없다. 서울 신내의원 이상범 원장이 최근 왕진 갔더니 한 달 새 인지 기능이 상당히 떨어져 있었다. 올해 몇 년, 며칠인지 몰랐고, 금방 얘기한 걸 잊어버렸다. 이 원장은 “뇌경색·치매 환자가 폭염에 가장 취약하다. 땀으로 수분이 배출되면 혈액 농축을 야기해 뇌의 혈액 흐름이 감소한다. 그러면 뇌경색이 재발하거나 일회성 발작 위험이 커진다”고 걱정한다.
지난 6일 낮 12시30분 서울 강북의 한 임대아파트의 실내온도가 36도를 가르키고 있다. 에어컨이 없는 집이다. 왕진의사 장현재 파티마의원 원장이 부부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지난 6일 낮 12시30분 서울 강북의 한 임대아파트의 실내온도가 36도를 가르키고 있다. 에어컨이 없는 집이다. 왕진의사 장현재 파티마의원 원장이 부부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오늘도 무사히
에어컨이 있으면 뭐하나. 서울 강북의 이모(59) 요양보호사는 아침이 두렵다. 이씨가 매일 방문하는 치매 노인 전모(88·독거)씨 때문이다. 오전 10시 영구임대 아파트(10평형) 문을 열 때마다 긴장한다. 혹시 밤새 무슨 사고라도…. 별일 없으면 오늘도 무사히 넘어간다고 안도한다. 이씨는 오후 1시 에어컨을 켜놓고 전씨 집을 나선다. 그러나 전씨가 꺼버린다. 발코니 창과 현관문, 심지어 복도 창을 닫는다. 이씨는 “진짜로 더위를 못 느끼는 것 같다”고 말한다. 다른 90대 치매 노인은 걸레에 물을 적셔 머리에 쓰고 있단다.
폭염의 주요 피해자는 노인이다. 올해 5월 15일~8월 4일 온열질환 환자(2441명)의 34%가 65세 이상이다. 인구 10만명당 환자는 80세 이상이 12.5명으로 가장 많다. 80세 이상 환자의 18%(전체는 7%)가 집에서 더위에 노출됐다. 폭염은 심장·뇌·신장·호흡기 질환에 치명적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폭염 사망자는 30명. 62%가 80세 이상이다. 이는 534개 의료기관 응급실이 자발적으로 보고한 것일 뿐, 여기에 집계되지 않는 폭염 사망이 훨씬 많다. 국가데이터처의 사망원인 통계(2020~2024년)의 온열질환 사망자는 298명(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 자료)인데, 같은 기간 질병청 집계 사망자는 104명에 불과하다. 298명 중 71%가 65세 이상 노인이다.
재택 돌봄이 필요한 노인과 장애인은 240만명이다. 그런데 서비스 연계가 된 사람이 약 4만명(지난달 초 기준)에 불과하다. 왕진 의사나 간호사는 월 2~3회 방문에 그친다. 이상범 원장은 “치매 환자는 전화로 안부를 확인할 길이 없다. 누군가 집으로 가서 확인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한명도 혼자 견디지 않게 한다”는 장관의 공허한 약속
올해 극한 폭염에 총리와 장관들이 나서고 있다. 쪽방촌·노숙인·저소득층·농촌 등을 살핀다지만, 재택 환자는 관심 대상에서 멀찍이 떨어져 있다. 정부 대응도 더뎌 보인다. 복지부는 극한 폭염이 절정에 달한 7일에야 비상대책본부를 구성했다. 폭염은 매년 더 세게 다가온다. 사망자도 늘어난다. 지금처럼 의료기관의 자발적 보고로는 실태를 파악할 수 없다. 질병 악화, 초과 사망(숨지지 않을 사람이 폭염으로 숨짐)을 조사하고, 단계별 맞춤형 대책을 세워야 한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신성식([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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