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국민의힘 지도부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했다. 뉴스1
선거관리위원회의 ‘투표율 허위 입력’ 논란을 둘러싸고 국민의힘이 세 갈래로 쪼개졌다. 사태 초기만 해도 장동혁 대표 등 일부에만 그쳤던 ‘부정선거’ 주장이 당내에 퍼지고, 이를 반박하는 쪽에서 ‘부실선거’를 강조하며 ‘부정·조작·부실선거’라는 프레임 전쟁으로 번지는 분위기다.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지난달 23일 투표율 허위 입력 사태로 뻗어나간 직후만 해도 부정선거를 외치는 국민의힘 의원은 장 대표 정도였다. 그러나 최근 기류가 달라졌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 국정조사특별위원회(국조특위) 소속인 주진우 의원이 지난 3일 ‘쌍둥이 투표율’ 의혹을 제기하며 “심각한 부정선거”라고 규정한 것이다. 이에 ‘부정선거’ 대신 ‘조작선거’를 부각해왔던 나경원 의원도 같은 날 “부정선거”를 꺼내들었다. 나 의원은 11일 CBS 라디오에선 “부실이 쌓이면 부정”이라고도 강조했다.
반면 선관위 책임을 추궁하면서도 부정선거와 거리를 두는 기류도 여전하다. 국조특위 소속 김은혜 의원은 선관위 사태를 “조직적·의도적·반복적 선거 조작”이라고만 꼬집고 있다. 안철수 의원 역시 “선거조작위원회”(지난달 23일)라며 비판하는 등 ‘조작’ 프레임에만 머물렀다. 한 발 더 나아가 국조특위 위원장인 윤상현 의원은 “전산 관리 부실과 당락을 뒤집기 위한 조작은 전혀 다른 문제”라며 아예 ‘부실’에 방점을 찍고 있다.
국민의힘 김은혜·주진우 의원이 10일 국회에서 열린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등 국민 참정권 침해 진상규명 및 선거관리 개혁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제3차 청문회에서 윤상현 위원장의 의사진행에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처럼 국민의힘이 같은 사안을 놓고도 쪼개지며 지난 10일 열린 국조특위 전체회의에선 윤 의원과 주 의원이 고성을 치며 맞붙는 집안싸움도 벌어졌다. 그러자 주 의원은 같은 날 밤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선관위 변호사인 줄 알았다”며 윤 의원을 저격하기까지 했다.
부정선거 프레임이 퍼지자 당내 쇄신파의 우려도 깊어지고 있다. 친한동훈계인 박정하 의원은 11일 MBC 라디오에서 “부정선거 옹호론자들만 쳐다보면 결국 국민한테 버림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왼쪽)이 4일 국회에서 열린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공소기각 조항의 위헌성과 대통령 재의요구권 행사 촉구 긴급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권에선 이러한 균열의 밑바닥엔 차기 보수 진영의 재편을 둘러싼 헤게모니 싸움이 깔려 있다고 본다. “각자의 이해관계가 당내 싸움에도 투영됐다”(이선우 전북대 정외과 교수)는 것이다. 영남권 의원은 “부산시장 경선에 출마했던 주 의원이 부정선거를 언급하는 건 보수색이 강한 부산에서 강성 보수층이라는 코어를 선점하려는 의도”라고 했다. 중진 의원은 “언제든 당권에 도전하려는 나 의원 입장에선 광장의 세력을 포섭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안철수·김은혜 의원의 정치적 입장은 이들과 다르다는 관측이다. 수도권 의원은 “중도층이 중요한 수도권에서 총선을 치러야 하는 두 의원의 입장은 다를 수밖에 없다”며 “안 의원은 당권을 노리지만 자신의 최대 강점인 중도 이미지를 포기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국회의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선관위 투표용지 부족 사태 등과 관련해 대학생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상현 의원과 쇄신파의 부실선거론 역시 정치적 셈법의 산물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도부 인사는 “그간 장동혁 체제에 사사건건 반기를 들던 윤 의원으로선 장 대표와 각을 세우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