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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평 원룸 月100만원 넘어” 월세 폭등…눈물의 ‘왕복 4시간 통학’

중앙일보

2026.08.12 00:29 2026.08.12 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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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서울 시내 한 부동산에 매물 정보가 게시되어 있는 모습. 뉴스1

9일 서울 시내 한 부동산에 매물 정보가 게시되어 있는 모습. 뉴스1


서울 노원구에 사는 신모(24)씨는 지난 1학기 관악구에 있는 대학까지 주 3~4회씩 왕복 약 4시간이 걸리는 거리를 지하철로 통학했다. 대학 근처 셰어하우스에 살다 원룸을 구하려 했지만 월세가 부담됐기 때문이다. 경기 안양시에 사는 조모(22)씨도 관악구 대학까지 대중교통으로 통학하는 쪽을 선택했다. 조씨는 “부모님께 손 벌리기 싫어서 알바에 과외까지 하며 돈을 버는데 주거비까지 내긴 힘들겠다 싶었다”고 했다.

지난해 ‘6·27 부동산 대책’ 시행 이후 서울 내 전세 물량이 줄고 월세가 치솟으면서 대학가 청년들의 주거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전문가 사이에선 8·3 세제개편안 영향으로 전세 매물 감소와 월세 상승 추세가 심화할 거란 관측이 나온다.

대학가 월세가 치솟자 ‘1인 자취’임에도 학교나 직장과 가까운 ‘학주근접’ ‘직주근접’을 포기하고 아예 거리가 먼 본가로 들어가거나 조금이라도 월세 부담이 덜한 지역으로 옮겨 가는 사람들이 많다. 아파트가 아닌 원룸이나 오피스텔조차 학교나 직장이 많은 도시 중심지의 경우 학생이나 사회초년생이 월세를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가격이 올라서다. 서울 마포구 회사에 다니는 3년차 직장인 김모(25)씨는 최근 마포구에서 경기 고양시로 자취방을 옮겼다. 김씨는 “100만원에 가까운 월세를 매달 내기엔 부담스러웠다”며 “교통을 포기하고 주거비를 아끼기 위해 이사했다”고 했다.

월세 급등으로 다른 지출을 줄이고 아르바이트를 추가로 구해야 하는 등 ‘삶의 질’ 하락을 일정 부분 감수해야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8월 초 대학 근처에 자취방을 구했다는 대학생 김성민(25)씨는 3년 전 살았던 원룸보다 월세와 보증금 예산을 두 배 가까이 올렸지만 생각해둔 조건에 맞는 집을 찾지 못했다고 한다. 역과 대학까지 거리를 포기하고 겨우 구한 자취방에 군 적금으로 모은 돈 절반인 1000만원을 보증금으로 넣었다. 김씨는 “대학 등록금으로 500만원을 내고 나면 남은 돈으로 몇 달이나 생활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서둘러 아르바이트를 구할 계획”이라고 했다.

대학가 부동산 중개인들도 6·27 대책 이후 전세 매물이 줄고 월세가 오른 걸 체감하는 분위기다. 서울대입구역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공인중개사 A씨는 “1년쯤 전부터는 아파트·빌라·오피스텔 할 거 없이 전세 매물이 안 나온다. 100건 계약하면 전세는 1건 있을까 말까 한 수준”이라고 했다.

서울대입구역 다옴공인중개사사무소의 서찬원 공인중개사는 “대출 규제 등 영향으로 전세 매물이 줄자 수요가 월세방으로 쏠려 가격이 오른다”고 했다. 관악구 한 부동산 관계자 B씨는 “월세가 1년 사이 평균 6만~8만원 정도 올랐다. 분기마다 월세를 높이는 임대인도 생겼다”며 “신축 5평 원룸 월세가 100만원 이상까지 올랐다”고 했다.

한성숙 국무총리가 지난달 4일 오후 서울시 서대문구 신촌 대학가 원룸 밀집지역 내 부동산을 방문해 이선용 공인중개사에게 관내 지역도를 이용한 원룸촌 등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뉴스1

한성숙 국무총리가 지난달 4일 오후 서울시 서대문구 신촌 대학가 원룸 밀집지역 내 부동산을 방문해 이선용 공인중개사에게 관내 지역도를 이용한 원룸촌 등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뉴스1


게다가 아파트에서 오피스텔, 빌라로 눈을 돌린 직장인도 대학가 월세방을 찾으면서 월세 수요는 폭등하고 있다. 광화문, 강남 등 업무지구와 가까우면서도 원룸 매물이 많은 신촌과 서울대입구 등이 대표적이다. 서대문구 한 공인중개사 대표는 “전세대출이 힘들어지고 매물도 줄면서 아파트를 포기하고 빌라나 오피스텔에 신혼집을 차리려는 신혼부부들이 신촌을 찾는다”고 전했다.

원룸보다 보증금과 월세가 저렴한 셰어하우스의 수요도 늘었다. 관악구 한 셰어하우스 운영자는 “세입자 대부분이 관공서 공무원 등 직장인이고 전부 1년 이상 장기 계약한 상태”라며 “근무지와 가까운 곳을 선택해 오는 청년들이 많다”고 했다.




전세대출 잠그자 월세 폭등…“8·3 대책으로 주거난 이어질 것”

부동산 플랫폼 다방에서 조사한 서울 주요 대학가 월세와 관리비 평균. 사진 다방

부동산 플랫폼 다방에서 조사한 서울 주요 대학가 월세와 관리비 평균. 사진 다방


전세 수요가 월세로 이동하면서 나타난 가격 상승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부동산 플랫폼 다방이 자체 등록 매물로 작성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서울 주요 대학가 원룸 월세는 평균 62만5000원으로 지난해보다 7.7% 올랐다. 서울대 주변 월세는 전년 대비 평균 26% 올라 오름폭이 가장 컸다. 관리비는 지난해보다 평균 10.9% 올라 8만4000원을 기록했다. 보증금 1000만원 기준으로 약 71만원을 매달 지출하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서울 주요 대학가의 전세 거래는 대폭 줄었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관악·마포·동작·동대문·성북 등 대학가가 있는 5개 자치구에서 오피스텔 전세 신규 거래는 2024년 8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2258건, 지난해 8월부터 올해 8월까지 1809건으로 약 20% 급감했다. 성북구는 오피스텔 전세 거래가 1년 사이 167건에서 101건으로 40% 가까이 줄었다.

부동산 업계에선 전세 매물 감소와 월세 상승엔 6·27 대책 이후 전세대출을 받기 어려워진 상황이 영향을 미쳤단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해 6월 28일부터 수도권 중심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을 시행하며 버팀목 전세 대출 한도와 전세대출 보증비율, 전세퇴거자금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줄였다. 공인중개사들은 정책 영향으로 임차인과 임대인 모두 전세보다 월세를 택하게 됐다고 보고 있다. 공인중개사 B씨는 “임차인은 전세 보증금 대출이 막히거나 한도가 줄자 월세를 찾게 되고, 임대인은 전세퇴거자금대출이 제한되자 현금 확보를 위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8회 국회(임시회) 국토교통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8회 국회(임시회) 국토교통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전문가들은 다주택자 세액 부담을 늘린 8·3 세제개편안 시행으로 청년들의 주거비 부담이 가중된 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거라 전망한다.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다주택자가 비거주하며 전월세를 내던 주택을 처분하면서 전월세 매물은 줄고 남은 주택 가격은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 앞으로 2~3년간 이런 상황이 지속할 것”이라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공공이 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단 필요성이 제기된다. 마 교수는 “정부는 공공임대주택을 빠르게 늘려 청년이나 저소득층 등 주거취약계층의 주거 사다리를 복원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규림.한찬우.최혜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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