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숙 국무총리가 12일 ‘중소·벤처·스타트업 규제혁신 대토론회’를 열고 ‘중소·벤처기업 달래기’에 나섰다.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이날 토론회는 지난달 19일 중소기업 협회·단체장 오찬 간담회에서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이 제안하고 한 총리가 이를 수용해 성사된 자리다. 여권 관계자는 “정부의 메가프로젝트 등이 대기업 중심으로 진행되며, 중소기업의 소외감과 박탈감이 커지자, 한 총리가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로 기획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성숙 국무총리가 1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벤처·스타트업 규제혁신 대토론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우측은 김기문 중기중앙회장. 사진 뉴스1
이날 행사에는 한 총리를 비롯해 국무조정실, 금융위원회,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 10개 부처 관계자와 중소기업계 대표 100여명이 참석했다. 토론회는 ▶신산업 규제 이슈 ▶중소기업 성장 규제 개선 ▶현장 건의 등 3개 세션으로 진행됐다.
한 총리는 “최근 경제성장률이 거시 지표적으로는 좋아지고 있지만, 잠재성장률은 1%대에 머무는 등 구조적 저성장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으로 중소기업 현장은 조금 더 어려운 것도 사실”이라며 “메가프로젝트가 성공하려면 중소기업도 생태계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이를 통해 투자 성과가 모두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규제 혁신과 관련해선 “신산업과 신기술 분야의 창업벤처기업을 위해 규제합리화위원회 산하에 창업벤처 규제 혁신위원회가 곧 신설될 예정”이라며 “신사업·기술 관련 개선이 필요하고 이해관계가 서로 부딪칠 때, 창업과 재도전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리스트업하고 어떤 것부터 해결할지 우선순위도 정하는 창업벤처 규제 전담 기구로서 역할을 해갈 것”이라고 했다.
한성숙 국무총리,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등 참석자들이 1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벤처·스타트업 규제혁신 대토론회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 뉴스1
이날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경제 양극화 현실을 지적하며 현장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김 회장은 “수출은 상반기에 5000억 달러에 육박하는 등 사상 최대였지만, 중소기업은 법인 파산 신청과 은행 연체율이 가장 높은 수준”이라며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 대기업은 초호황을 맞아 성과급을 나누고 있지만, 정작 거기에 납품하는 기업들은 낙수 효과를 누리지 못해서 임금 인상과 R&D(연구개발)를 못 하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첫 세션에서는 신산업 분야의 규제 완화 요구가 쏟아졌다. 정광천 이노비즈협회장이 AI 데이터 수집·학습을 가로막는 개인정보보호법 등의 개선을 요청하자, 이정렬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부위원장은 “영상·이미지 등 비정형 데이터 활용 확대를 위한 AI 특례 입법을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답했다. 이 밖에도 규제 샌드박스 개선, 디지털 자산 법적 기준 마련, 비대면 진료 등 신·구산업 간 갈등 조정 기구 신설 등이 건의됐다.
시가총액 200억원(내년 1월 300억원) 미만일 경우 즉각 퇴출하도록 최근 강화된 ‘코스닥 상장폐지 기준’도 쟁점으로 논의됐다. 김기문 회장과 송병준 벤처기업협회장은 “재무 상태와 무관하게 시장 변동성으로 시가총액이 하락한 정상 기업이 억울하게 퇴출당하지 않도록, 옥석을 가릴 복합적 평가 대책과 충분한 유예 기간이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에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부실기업이 솎아지지 않아 코스닥 시장 전체의 신뢰가 훼손된 측면이 있다”며 “새로운 기업에 기회를 주고 장기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역동적인 진입·퇴출 시장 조성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한성숙 국무총리가 12일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ㆍ벤처ㆍ스타트업 규제혁신 대토론회에 참석, 인사말을 하고 있다. 우측은 김기문 중기중앙회장. 사진 연합뉴스
이 외에도 중소기업계는 정부 공공조달 납품대금 연동제 사각지대 해소,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공사용 자재 분리발주 의무화, 여성 CEO 임신·출산 기간의 창업지원 7년 기한 예외 적용 등 다양한 현장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한 총리는 “정부가 미처 파악하지 못한 규제와 현장의 어려움을 기탄없이 내달라”며 “부처 간 충분한 토론을 거쳐 중소·벤처기업이 실제 체감할 수 있는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게 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