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11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서울 용산어린이정원에 임대주택 등을 조성하는 정부 검토안이 정치권에서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국민의힘은 “도심 속 유일한 녹지 빼앗기”라고 공세를 폈고, 더불어민주당도 뿔난 지역 민심에 대응을 고심하고 있다.
미군 용산기지 반환 부지의 일부인 어린이정원은 2023년 임시개방 됐다. 지난달 어린이정원 일대의 제한 보호구역 13만7000㎡가 해제됐고, 정부는 이 일대를 주택 공급 부지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실화하면 3000~4000가구의 아파트 공급이 가능하다.
9일 용산공원 일대 전경. 연합뉴스
국민의힘과 서울시는 어린이정원에 임대주택을 짓는 건 용납할 수 없다고 공동전선을 펴고 있다. 용산이 지역구인 권영세 의원은 12일 “공원 완전 개방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이재명 대통령이 인제 와서 공원을 빼앗겠다고 한다”며 “시민의 공원으로 놔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당시 “공원을 완전 개방해 뉴욕 센트럴파크에 견줄 시민 휴식 공간으로 조성하겠다”고 공약한 걸 꼬집은 것이다.
조정훈 의원도 같은 날 “시민 녹지를 주택으로 없애버리는 건 말이 안 된다. 당황한 정부가 허겁지겁 아무 제안이나 막 던진다”고 비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14일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반대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오 시장은 앞서 “용산공원 훼손은 1㎝라도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국민의힘이 어린이정원 임대주택 이슈를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건 최근 지역 민심이 심상찮기 때문이다. 용산 주민들로 구성된 ‘용산공원지키기 주민모임’은 8일 공원 인근에 “한번 파괴되면 돌이킬 수 없다” 등 문구를 적은 근조 화환 300여개를 설치했다. 임대 주택이 완공될 시 국립중앙박물관의 경관을 답답하게 가리는 모습을 구현한 가상 이미지는 스레드(Threads)에서 ‘좋아요’ 1만5000건을 기록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어린이정원 임대주택 논란은 황희 민주당 의원의 ‘폐버스 하우스’에 비견될 만큼 민심에 불을 질렀다”고 했다.
9일 서울 용산구 용산어린이정원 입구에 정부의 용산공원 부지 주택 공급 검토에 반대하는 근조화환들이 줄지어 세워져 있다. 용산구 주민 1000여 명으로 구성된 ‘용산공원지키기 주민모임’은 정부가 용산기지 부지 일부인 용산어린이정원에 임대주택 등을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하자 주거 환경 악화와 인근 주택의 자산 가치 훼손 등을 우려하며 반발하고 있다. 뉴스1
민주당도 성난 지역 민심을 주시하는 기류다. 국회 국토위 소속 의원은 “어린이정원 문제로 항의 문자를 많이 받았다”며 “결국 모든 책임론은 정부·여당에 집중되기 때문에 야당과도 소통해가며 주택 공급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에 지역구를 둔 중진의원도 “반대 여론이 거센데 무리할 필요가 있나. 차라리 어린이정원이 아닌 용산역 인근 부지를 활용하는 방안을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주택 공급에 선행돼야 하는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 개정안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특별법은 미군 기지 반환 부지를 국가공원으로 조성하되, 다른 목적으로 용도 변경하거나 처분하지 못하도록 규정한다.
민주당은 이날 주택시장 안정화 TF 첫 회의를 열었다. 회의에선 어린이정원 임대주택 문제가 거론되진 않았지만, 서울 지역 의원들을 중심으로 “강도 높은 공급 대책이 필요하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한 서울 의원은 정부의 비(非)아파트 공급 기조에 대해 “빌라·오피스텔보다 아파트를 원하는 시민이 많기 때문에 수요와 공급의 미스매칭이 생길 수 있다”며 “실수요를 충족해줘야 시장에서 공급 시그널로 읽힐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