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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비합리적 정책의 합리적 동기는 무엇인가

중앙일보

2026.08.12 08:22 2026.08.12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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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처참한 정책실패는 시장을 궤멸시킬 기세다. 세금을 감당 못한 집주인들이 팔거나 실거주를 하려 하고, 졸지에 쫓겨나게 된 세입자들이 한꺼번에 시장으로 몰려나오니 이미 씨가 마른 전월세 구하기는 하늘에 별따기다. 벼랑 끝에 몰린 서민들은 영끌을 해서 매수에 나서는데, 정책실패로 인해 올 상반기 서울의 아파트값은 18년 만에 가장 많이 오른 상태다. 억울함을 감수하고 집을 사려 해도 대출규제 때문에 중저가 아파트로 몰릴 수밖에 없으니 집값 상승폭은 중저가에서 가장 높은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토론회 게시판에는 서민의 주거사다리를 걷어차지 말라는 요구가 빗발친다.

불로소득 개념 효시 헨리 조지는
진지한 연구 주제로는 잊힌 존재
포퓰리즘의 출발은 국민 일부를
적으로 돌리며 전선 형성하는 것

부동산시장과 자본시장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20대가 빚을 내서 주식투자한 액수가 1년 전에 비해 두 배가 넘는다. 자본시장이 돈 놓고 돈 먹는 투전판이 된 것이다. 정책 실패로 인한 부동산 급등을 바라보며 조급해진 2030은 서둘러 돈을 불리려고 주식에 올인했다 망하고, 수십년 한 집에 살았다는 이유로 세금 폭탄을 감당할 수 없게 된 고가주택 노인들은 21세기 고려장이라며 분노하고 있다. 합리성이 없는 정책을 우격다짐으로 하려니 여기저기 구멍이 나고, 그 구멍을 틀어막기 위해 온갖 단서조항 같은 것들을 달다 보니 세제는 그야말로 누더기가 되었다. 부부가 공동으로 1주택을 소유하면 남편 명의로만 했을 때보다 세금을 더 내는 일이 생기고, 종부세 계산은 수수께끼 맞추기 수준이 되었다.

이 모든 무리한 정책의 배후에 있는 ‘불로소득’이라는 단어는 학계에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우선 불로소득이라는 말 자체가 ‘노동하지 않고 얻는 소득은 나쁘다’는 뜻을 함축하는데, 노동가치설을 믿는 마르크스주의자라면 모를까 21세기 자본주의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말이다. 일각에서 신봉하는 한국적 불로소득 개념의 효시라면 미국의 저널리스트 헨리 조지인데, 그는 열네 살 이후로 공식 교육을 받지 않고 혼자만의 생각을 정립해 대중적으로 유명해진 사람이다. 그가 가장 활발히 활동했던 시기는 1870~80년대였고,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주목을 받았던 저서는

『진보와 빈곤』이다. 그는 당시 가난했던 캘리포니아보다 부자 도시 뉴욕의 빈곤문제가 더 심각하다는 사실에 경악했다고 썼다. 진보했는데 왜 빈곤은 심각해지는가. 그는 토지와 같은 “자연자원 이용을 사적으로 제한해 막대한 이득을 얻는 반면, 생산적 노동에 종사한 사람은 많은 세금을 내는 것은 부당하며 일종의 노예제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회적이고 기술적인 진보에 의해 얻어진 부의 상당 부분을 지주와 독점가들이 경제적 지대의 형태로 가져가고 있으며, 이러한 불로소득이야말로 빈곤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오늘날 헨리 조지는 “예전에 이런 생각을 한 사람도 있었다”는 정도로 다루어질 뿐이고 진지한 연구 주제는 아니다.

오늘날의 전문가들은 불로소득과 같이 부정확하고 선동적인 단어를 쓰기보다는 부동산 소득, 금융자본 소득, 자산가격상승 소득, 경제적 지대 등을 두루 살피며 각 영역에서 발생하는 지대, 자본소득, 재산세, 부유세 등을 각각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수많은 합리적 연구결과들을 내놓고 있다.

그렇다면 이상한 일이다. 굳이 불로소득이라는 단어를 쓰자고 들면 아파트뿐 아니라 주식, 채권, 가상화폐 등에서 나오는 소득, 금이나 회원권처럼 비부동산 자산 가격의 상승 등이 모두 불로소득이고 따라서 정책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지대라고 한다면 국가의 명운을 바꿀 반도체 초상승기에 운 좋게 그 직장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천문학적 성과급을 요구하는 삼전닉스 노조는 부동산 지대보다 훨씬 심각한 지대추구행위다. 헨리 조지에 따르면 이것은 “기술적인 진보(인공지능과 반도체)에 의해 얻어진 부의 상당 부분을…독점한 자들(삼전닉스 노조)이 경제적 지대(천문학적 성과급)의 형태로 가져가는” 대표적 사례고, 그 회사들이 위치한 신도시 아파트 가격의 기록적 상승에서 보듯이 ‘빈곤(빈부격차)의 원인’이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 왜 이 정부는 눈앞에 떡하니 보이는 불로소득과 빈부격차의 원인은 다 내버려두고 부동산을 가진 사람만 두들기는 것일까. 대통령 지지율 하락이나 차기 총선 수도권 참패 같은 정치적 리스크까지 무릅쓰면서 말이다.

정책이 이 정도로까지 비합리적이라면 그 비합리성을 합리적으로 설명해 줄 정치적 의도에 눈길이 가는 것이 당연하다. 대선후보 시절 내세웠던 기본소득은 순진하게 국토보유세를 신설하겠다고 했다가 반발을 초래했지만, 정권을 잡은 지금은 세제정상화라는 이름으로 같은 사람들로부터 더 많은 세금을 거둘 수 있다. 반발하면 불로소득 환수라고 면박을 주면 그만이다. 포퓰리즘은 국민 중 일부를 적으로 규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부동산 가진 사람만 콕 집어 어떻게든 전선을 형성하려고 하는 정치적 동기는 무엇일까.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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