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로 무연고 사망이 늘면서 일본에 시신 안치용 냉장고가 주택가에 보급되고 있다. 도쿄 전경에 시신 안치용 냉장고를 합성한 이미지. [사진 다쓰미공업 홈페이지·셔터스톡]
사망자는 늘고 있지만 장례를 맡을 가족은 줄고 있다. 고령화로 연간 사망자가 증가하는 가운데 혼자 사는 고령자는 물론, 가족관계가 단절된 사람도 늘어난 일본의 현실이다. 무연고자 장례를 떠맡아야 하는 지방자치단체의 부담이 늘어나자 시신 운구부터 보관, 화장과 납골까지 저가에 진행하는 이른바 ‘무연고 사망 비즈니스’까지 등장했다.
아사히신문은 한 장례업체가 도쿄·지바·가나가와·사이타마 등 수도권 지자체 복지 부서를 상대로 건당 16만5000엔(약 146만5000원)짜리 시신 처리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고 지난 10일 보도했다.
대상은 생활보호 수급자를 포함해 가족이나 인수자가 없는 고령자의 시신이다. 실제 ‘메모리얼장제’라는 업체의 홈페이지에는 16만5000엔에 시신 안치와 드라이아이스 처리, 간토 전역 150㎞ 이내 운구, 입관, 관공서·화장장 수속 대행, 유골 5년 보관과 납골·영구 공양까지 포함돼 있다고 적혀 있다. 업체 대표는 아사히에 “수도권 지자체에서 1000건 넘게 수주했다”고 밝혔다.
지자체가 민간업체를 찾는 가장 큰 이유는 비용이다. 일본에서는 생활보호 수급자가 숨졌을 때 장례를 치를 사람이 없는 경우, 정부와 지자체가 화장 비용 등을 부담한다. 수도권의 지원 상한은 약 21만 엔(약 186만5000원)이며, 납골이나 영구 공양에는 별도 예산이 필요하다. 반면에 해당 업체는 기존 지원 상한보다 약 20% 저렴한 가격에 사후 절차까지 일괄 처리한다. 고령화로 관련 지출이 계속 늘어나는 지자체로서는 외면하기 어려운 선택지다.
업체 측은 가격을 낮추기 위해 주택가 창고에 시신 냉장고를 설치했다. 저렴한 공영 화장장에 자리가 날 때까지 시신을 자체 보관하면, 다른 장례업체에 지불할 안치료와 드라이아이스 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사히는 일본 사이타마현 내 한 주택가의 간판도 없는 조립식 창고 안 대형 냉장고에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넘겨받은 시신들이 보관돼 있었다고 전했다.
민간업체가 파고들 수 있는 시장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일본 주요 69개 시·구가 처리한 무연고 시신은 2018년도 8800구에서 2022년도 1만1602구로 3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일본 전체 사망자가 136만2470명에서 156만9050명으로 15%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두 배가 넘는 증가율이다. 일본 정부가 처음 실시한 전국 조사에서는 2023년 인수자가 없어 지자체가 화장·매장한 시신이 4만1969구로 추산됐다. 전체 사망자의 2.7%, 약 38명 중 1명꼴이다.
지자체는 이들 시신의 운구와 보관, 화장·납골 실무를 민간 장례업체에 위탁할 수 있다. 4만1969구가 모두 민간업체에 맡겨지는 것은 아니지만, 이론적으로는 잠재적 수탁 대상인 셈이다. 아사히가 보도한 시체 1구당 비용을 단순 적용하면 연간 잠재 수주액은 약 69억 엔(약 612억7600만원)에 달한다.
시장은 앞으로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2025년 10월 기준 65세 이상 인구는 3621만 명으로 전체의 29.4%를 차지했다. 후생노동성의 잠정 집계에서 2025년 사망자는 158만9489명이었으며, 정부 추계로는 2040년께 약 168만 명으로 정점에 이를 전망이다.
문제는 시신 안치 시설의 온도와 위생, 유골 보관 방식에 관한 규정이 없는 등 관리 제도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 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도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 한국 무연고 사망자는 2020년 3316명에서 2024년 6139명으로 85.1% 증가했으며, 2024년 무연고 사망자의 76%는 가족 등이 시신 인수와 장례를 포기하거나 그 과정을 지자체에 맡긴 경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