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BCI(뇌-기계 인터페이스) 기술 관련 기업에 자율 가격 책정권을 부여했다. 앞으로 중국 기업은 가격을 직접 정하고 '그린 채널'이라 불리는 의료소모품 등재 신청을 통해 제품을 판매할 수 있게 됐다. 12일 저장성 정부판공청은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산학연 협력 촉진에 관한 조치》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등재 신청은 10영업일 내에 처리하며, 의료기관이 임상 수요에 따라 BCI 기기를 적극 활용하도록 격려했다.
발표 직후 중국 A주가 움직였다. 혁신의료(創新醫療)가 상한가를 기록했고 아이펑의료(愛朋醫療)·싼보뇌과학(三博腦科) 등 관련주가 동반 강세를 보였다. 지금까지 정부가 쥐고 있던 가격 결정권을 기업에 돌려줬다는 것은 이 기술이 '연구 단계'에서 '산업 단계'로 넘어왔다는 공식 선언이다.
항저우에 위치한 브레인코의 BCI 기술 상품은 이미 임상에서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장진영 기자 / 20250701
BCI 기술은 무엇인가?
BCI는 뇌 신경신호를 읽어 기계를 직접 제어하는 기술이다. 손·발이 마비된 환자가 생각만으로 로봇 팔을 제어하거나 척수손상 환자가 무선 장갑형 기기를 통해 손 기능을 회복하는 방식으로 의료 분야에 적용되고 있다. BCI 기술은 뇌에 전극을 직접 심는 '침습형'과 외부에서 뇌 신호를 읽는 '비침습형'으로 나뉜다. 일론 머스크의 뉴럴링크가 침습형, 중국 기업 브레인코(BrainCo)가 비침습형의 대표 주자다.
저장성의 이번 조치는 올해 3월 중국의 '15차 5개년 규획 요강'에서 BCI 기술을 '미래산업'으로 명시된 지 다섯 달 만에 나온 지방 단위 실행책이다. 올 3월 로이터는 상하이 보루이캉(博瑞康) 메디컬테크놀로지의 침습형 BCI 기기가 세계 최초로 상업 판매 승인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뉴럴링크가 FDA 승인을 받아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동안 중국은 이미 세계 최초의 침습형 BCI 상업 판매를 시작했다.
로이터는 중국 BCI 굴기의 동력을 네 가지로 정리했다. ▶부처 간 협업을 통한 강력한 정책 지원, ▶방대한 임상 자원, ▶반도체·AI·의료기기를 아우르는 성숙한 제조업 기반, ▶국가 주도 펀드와 민간자본이 동시에 몰리는 투자 환경이다. 미국은 FDA 승인 이후에도 민간 보험사들이 개별적으로 급여 여부를 결정해 승인에서 실제 환자 사용까지 수년이 걸린다. 뉴럴링크가 2024년 FDA 승인을 받고도 아직 소수의 임상 환자에 머물러 있는 이유다. 중국은 국가 의료보험 체계 덕분에 당국 승인 즉시 상용화가 가능해졌다. 이번 저장성 조치는 '가격 자율화'로 한 단계 더 나간 셈이다.
BCI기술, 2040년 23조원 시장 전망
중국 BCI기술 시장은 2024년 32억 위안(약 6240억원)에서 2025년 38억 위안(약 7410억원) 이상으로 성장했다. 2040년에는 1200억 위안(약 23조400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관련 기업 스테어메드테크놀로지는 지난해 시리즈B로 3억5000만 위안(약 682억원)을 유치했고, 브레인코는 20억 위안(약 3900억원) 투자 유치 뒤 홍콩 상장을 추진 중이다. 업계는 향후 3~5년 안에 BCI가 의료 현장에 본격 쓰일 것으로 본다. 재활·루게릭병·파킨슨병이 우선 적용 영역이며 척수 손상 환자가 뇌 신호로 스마트 홈을 제어하는 수준까지 임상에서 구현됐다.
브레인코의 BCI기술 전시장에서는 관람객들에게 미래 BCI 기술 적용 사례에 대해 영상으로 보여주고 있다. 중국연구소
의료에서 검증된 기술은 일상으로 번진다. 게임·AR·VR 환경에서의 뇌파 제어, 집중력 향상과 명상을 위한 뉴로피드백, 업무 생산성 도구, 정신건강 모니터링 등이 다음 무대로 꼽힌다. 교육 분야에서는 학습자의 집중도와 이해도를 실시간으로 읽어 맞춤형 수업을 설계하는 응용이 연구되고 있다. 산업 현장에서는 위험 환경의 원격 제어 시스템과 작업자 피로도 모니터링에 적용이 시도되고 있다. 다소 먼 미래의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시장이 열리는 속도는 예상보다 빠르다.
중국이 이 분야에서 빠르게 움직이는 것은 결코 무모해서가 아니다. 고령화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나라인 중국은 재활·신경 질환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시장이 이미 안에서 만들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내수 시장에서 먼저 검증한 뒤 글로벌로 나가는, 중국 제조업이 반복해온 방식을 이어가겠다는 의도다. 결국 BCI 기술 분야도 데이터를 확보한 쪽이 표준을 정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