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를 1.5%에서 3%로 두 배 상향하며 총량관리의 궤도 수정에 나섰다. 은행들이 목표치를 조기에 소진하면서 ‘대출런(대출+오픈런)’이 벌어지는 등 부작용이 커진 데 따른 조치다.〈중앙일보 8월 11일자 1면〉 주택 공급을 위한 금융 지원도 두 배 가까이 확대한다. 늘어난 대출 여력은 주택 공급과 청년·실수요자에게 집중하는 등 대출의 ‘옥석 가리기’도 강화한다.
지난 12일 서울 시내의 한 은행 대출 창구 모습. 연합뉴스
금융위원회는 13일 이 같은 내용의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금융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관리 목표를 당초 전년 대비 1.5%에서 3%로 두 배 높이는 내용이 핵심이다. 금융위는 전체 가계대출을 약 1800조원으로 볼 때 연간 증가 여력이 기존 30조원 안팎에서 60조원 안팎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사실상 30조원가량의 추가 대출 여력이 생기면서, 입주를 앞둔 실수요자의 잔금대출 애로는 대부분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진창 금융위 사무처장은 “2026년 가계대출 총량관리의 합리적 조정은 불가피하다”며 대출 ‘오픈런’과 관련해서도 국민들이 “새벽부터 불편함을 겪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그동안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80%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을 1.5%로 강하게 묶어왔다. 하지만 이후 주택 거래가 늘어난 데다 이주비·중도금·잔금대출 등 주택공급 관련 자금 수요와 신용대출까지 증가하면서 실수요자의 주담대까지 제약받자 관리 목표를 수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위는 다만 수출 호조 등에 힘입어 올해 경제성장률 자체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중장기적으로 80% 수준까지 낮추겠다는 기존 목표에는 이번 조정이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 금융대책 주요 내용
정부는 주택 공급을 뒷받침하기 위한 금융 지원도 대폭 확대한다. 지원 규모를 현행 26조3000억원에서 47조8000억원+α로 두 배 가까이 늘려, 정상 PF 사업장의 자금 조달부터 부실 사업장 정상화까지 지원한다.
정상 PF 사업장에 대한 공적 보증은 직전 3년간 연평균 13조1000억원에서 향후 3년간 연평균 28조7000억원으로 2.2배 확대한다. 특히 착공 예정 물량이 가장 적은 2027년에는 33조원을 집중 공급한다. 주거 사업장 PF 보증비율도 기존 90~95%에서 한시적으로 100%까지 높인다. 부실 사업장에는 캠코 PF 정상화 지원 펀드와 금융권 신디케이트론 등을 투입해 사업 정상화를 지원한다.
차준홍 기자
반면 투기 수요를 겨냥한 ‘핀셋 규제’는 강화한다. 현재 다주택자 등에 적용되는 전세대출 보증 제한을 투기적 목적의 비거주 1주택자까지 확대한다. 이른바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1주택자의 전세대출 문턱을 높이는 내용이다. 수도권·규제지역 아파트를 보유하면서 해당 주택을 가족 외 제3자에게 임대하고, 본인과 배우자 모두 해당 주택에 실거주한 적이 없는 1주택자가 대상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수도권·규제지역 아파트 보유 1주택자의 전세대출은 약 9조3000억원, 6만 건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추산된다. 1주택자의 전세대출 보증비율도 수도권·규제지역은 80%에서 70%, 기타 지역은 90%에서 80%로 각각 10%포인트 낮춘다. 무주택자는 현행 비율을 유지한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소득 산정도 깐깐해진다. 내년 1월부터 소득이 20% 넘게 증가하면 최근 2개년, 30% 넘게 증가하면 최근 3개년 평균 소득을 적용한다. 반대로 소득이 감소한 경우에는 최근 1개년 소득을 적용한다. 최근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계를 중심으로 억대 성과급 지급 사례가 늘면서, 일시적으로 불어난 소득이 대출 한도를 과도하게 끌어올리는 것을 막으려는 취지다.
청년·실수요자에 대해서는 대출 문턱을 낮춘다. 금융위는 내년 1월 자가·반전세·전세를 아우르는 ‘청년 주거 지원 3종 세트’를 출시한다. 먼저 만 39세 이하 생애최초 주택 구입 청년이 4억원 이하(전용 85㎡ 이하) 비아파트를 살 때 이용할 수 있는 ‘청년미래보금자리론’을 연 3조원 규모로 2년간 한시 공급한다. 2억원을 30년 만기, 연 3.0%로 빌리면 월 원리금 상환액이 약 85만원으로, 비아파트 평균 월세 수준에 맞춘 상품이다.
반전세 청년에게는 전세대출과 월세대출을 함께 보증하는 상품을 연 4조5000억원 규모로 신설한다. 만 39세 이하 무주택 청년에게 100% 보증을 제공하고 지방·저소득 청년에게는 이차보전도 지원한다. 청년특례 전세대출보증 대상도 만 34세 이하에서 39세 이하로 넓히고, 신혼부부·유자녀 가구의 대출 한도는 2억원에서 3억원으로 확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