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 모리뉴 감독이 13년 만에 레알 마드리드로 돌아왔다. 페네르바체와 벤피카에서의 실패를 만회할지 흥미롭다. [로이터=연합뉴스]
고대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는 “우리는 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는 없다”고 말했다. 세상 모든 건 끊임없이 변하기 때문에, 과거의 순간이나 상황은 결코 똑같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런데 조세 모리뉴(63·포르투갈)는 그 강물에 다시 발을 담갔다. 지난 6월 모리뉴는 13년 만에 스페인 프로축구 레알 마드리드 감독으로 돌아왔다. 지난 11년 동안 리그 우승컵을 들지 못했고 최근 몇 년간 페네르바체(튀르키예) 등 변방 팀을 이끌어 ‘시대에 뒤떨어진 공룡’이라는 평가를 받던 그였다.
절묘한 타이밍에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모리뉴’도 공개됐다. 2004년 약체 FC포르투를 이끌고 유럽 챔피언스리그를 제패한 뒤 20년간의 궤적을 다룬 작품이다. 이 다큐는 모리뉴가 지난 20년 간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일관되게 증언한다.
자아도취에 빠져 거침없이 던지는 화법은 예전 그대로다. 4개국에서 26개 트로피를 들어올려 스스로를 ‘스페셜 원’이라 부르는 그는 “우승 경력이 없는 사람을 위해 다큐멘터리를 만들지 않는다”고 큰 소리를 친다. “안식년은 나약함을 의미한다”는 발언도 나온다. 최근 맨체스터시티에서 휴식에 들어간 라이벌 펩 과르디올라 감독을 은근히 겨냥한 말이다. 두 사람의 골은 여전히 깊다. 과르디올라도 다큐 출연에 동의했지만 “모리뉴가 직접 연락하라”는 조건을 달았는데 자존심 강한 모리뉴는 끝내 연락하지 않았다. 결국 다큐에는 여러 축구 레전드가 나오지만 과르디올라만 빠졌다.
승부에 대한 집착도 여전하다. 레알 마드리드 1기 사령탑(2010~13) 시절 간판스타 이케르 카시야스를 벤치에 앉혔던 불화에 대해서도 “휴가를 늘려달라는 등 버릇이 없었다”고 직격했다. 공격적인 자기 방식에 대한 확신은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대로다. 1990년대 FC바르셀로나에서 코치로 일하던 시절, ‘통역사’라는 멸시를 들으면서도 버텨온 이야기도 나온다. 밑바닥에서부터 인정받기 위해 싸워온 그 오기가, 최고의 자리에 오른 지금까지도 그를 움직이는 동력이라는 걸 다큐는 보여준다. 축구 외에는 별 관심이 없는 성격도 여전해서, AS로마에서 3년 가까이 감독을 하면서 콜로세움에도 가보지 않았다.
문제는 축구가 변했다는 점이다. 모리뉴가 변방 팀에서 성적을 못 낸 최근 몇 년은, 그의 방식이 시대에 뒤처졌다는 증거로 읽혔다. 그런데 레알 마드리드는 바로 그 ‘변하지 않는 모리뉴’를 다시 불렀다. 킬리안 음바페, 주드 벨링엄 등 스타를 보유하고도 최근 2년 연속 무관에 그쳤고, 지난 시즌엔 라커룸에서 주먹다짐까지 벌어졌던 팀이다. 지금 레알에 필요한 건 최신 전술이 아니라, 선수단을 휘어잡을 카리스마이고 레알의 선택은 변하지 않은 구식 모리뉴일수도 있다.
허세로 가득 찬 그이지만, 다큐 곳곳엔 인간적인 얼굴도 비친다. 아버지의 죽음을 회상할 때는 눈시울을 붉힌다. 2013년 은퇴를 앞둔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이 후임 자리를 제안했을 때, 모리뉴는 울면서 거절했다. 첼시와의 약속을 저버릴 수 없다는 이유였다. 3부작이라는 짧은 분량 탓에 전술적 깊이나 진짜 속마음까지 다 담아내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있다.
이미 끝난 것처럼 보였던 모리뉴가 부활해 새로운 장을 연다. 같은 모리뉴가, 그때와는 다른 시대의 레알 마드리드에 발을 담근다. 답은 그라운드에서 나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