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시행착오 끝에 ‘굴절 피라미드’를 완성했지만, 파라오 스네페루는 이 기이한 형태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 같다. 당초 그는 경사각이 곧게 뻗은 온전한 사각뿔 피라미드를 염두에 둔 듯하다. 파라오의 뜻을 알게 된 건축가들은 절망했을 법하다. 수십 년에 걸쳐 완성한 건축물을 두고 다시 수십 년을 작업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메이둠에서 붕괴를 일으킨 50도대의 외부 경사각 대신, 굴절 피라미드 상단부에 사용했던 40도대의 경사각을 택했다.
그렇게 굴절 피라미드에서 북쪽으로 약 2㎞ 떨어진 곳에 새로운 피라미드가 세워졌다. 높이는 굴절 피라미드와 비슷한 약 105m이면서 경사각은 43도로 낮아졌기 때문에 밑변은 훨씬 길어져 220m에 이른다. 바로 ‘붉은 피라미드’다. 오늘날은 외장석이 대부분 사라져 안쪽의 풍화된 석회암이 석양을 받으면 붉게 보여 이런 별명을 얻었지만, 스네페루 시대의 원래 모습은 지금과 상당히 달랐을 것이다. 스네페루는 이 피라미드에 매장된 것으로 여겨진다.
이집트 다슈르의 ‘붉은 피라미드’. [사진 곽민수]
붉은 피라미드는 스네페루의 고집과 집착, 그리고 건축가들이 겪었던 실패와 그 실패에 굴하지 않고 계속 성찰해나간 의지의 결과물이다. 메이둠에서 시작된 사각뿔 피라미드로의 도전과 좌절, 굴절 피라미드에서 나타난 수정, 그리고 붉은 피라미드에서 완성된 온전한 사각뿔의 형태는 이집트 피라미드 건축이 어떻게 발전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스네페루가 처음 염두에 두었던 경사각이 50도에 이르는 피라미드는 이후 아들 쿠푸의 ‘대피라미드’에서 실현된다. 이 위대한 건축물은 스네페루 시대의 수많은 실험과 경험을 바탕으로 탄생할 수 있었다. 스네페루가 여러 피라미드를 지은 과정은 단순히 여러 무덤을 만든 역사가 아니라, 완벽한 피라미드의 형태를 찾아가는 여정이었다. 그의 시대는 ‘실패와 성찰’이라는 표현이 잘 어울린다.